볼일이 있어 평소보다 멀리 길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역 근처에서 우연히 한식당을 발견했다.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이것저것 테이크아웃을 해왔지만, 이것은,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맛이 아니다.

 "한국음식은 이렇게 달지 않아."

 홀로 중얼거리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회용 그릇에 담긴 음식을 주방으로 가져간다.

 "내가 진짜 한국음식이 뭔지 보여주겠어."

 지난번 카라마츠와 이치마츠에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뒤로(소금과 미원을 착각해 잘못 넣었던 사건) 어떤 통에 어떤 재료가 들어있는지 확실하게 외워두었고, 음식의 간을 보는 것 정도는 이제 간단히 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 한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애매한 요리를 내 손으로 다시 만드는 거다.

 …

 …

 …

 같은 날 이른 오후. 나는 음식을 옮겨담은 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 앞에 앉았다.

 "많이들 먹어."

 오늘은 오소마츠, 카라마츠, 이치마츠, 토도마츠 이렇게 네 사람이 집에 남았고, 나머지는 외출을 했다. 지난번의 충격 때문인지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는 약간 겁을 먹은 듯 보였고, 토도마츠는 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릇을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 전부터 종종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온 오소마츠만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여유로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케헥! 케헥!"

 스물스물 올라오는 매운 기운에 카라마츠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기침을 했다. 이치마츠도 어느덧 눈썹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내 얼굴을 보고는, 네 남자 모두 예외없이 젓가락을 손에 쥐고 식사를 시작했다.

 "너희가 매운 음식에 약하다는 거 알고 있어. 그래서 조금 자제하긴 했는데, 어때? 먹을만 해?"

 "……."

 가장 먼저 반응이 온 사람은 카라마츠. 그는 탁상 위에 팔꿈치를 대고 몸을 비틀며 '올 것이 왔다'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매운 맛에는 형제들 중에서도 그가 가장 약한 모양이었다.

 "……."

 차분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있던 이치마츠는 두 손으로 자신의 발목을 꽉 붙잡았다. 이어서 그의 고개가 스르르 떨어졌다. 그의 어깨에 작은 경련이 일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토도마츠? 왜 그래, 갑자기 입을 다물고?"

 내가 어깨위에 손을 얹으며 묻자, 토도마츠는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나를 돌아보았다. 어느덧 그의 두 눈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맛을… 음미하느라."

 "그렇구나."

 처음부터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으면서 요리를 내어온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상냥한 카라마츠는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더욱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평소에는 차가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도 그 순간 만큼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럴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

 …

 …

 "아아아아아아──!!!"

 이 장면에 입에서 불이 뿜어져나오는 CG를 넣는다면 딱일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무너져가는 세 남자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카라마츠가 연신 물을 마시고, 이치마츠가 쿠션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서 뒹굴고, 토도마츠가 소매로 끊임없이 눈물을 닦는 모습을. 그러한 와중에 어째서인가 오소마츠만은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그는 오물거리고 있던 음식을 삼킨 뒤 만족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다들 활화산처럼 불타고 있는데, 그의 얼굴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너희, 얌전히 먹지 않고 웬 호들갑이야?"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형제들을 향해 말했다.

 이윽고 카라마츠가 비명으로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너무 맵잖냐──!!!"

 "차라리 먹질 말던가."

 "정말, 우리들 어째서 계속 먹고 있는 거야──?!!!"

 "모르겠어─!!! 그냥 계속 손이 가──!!!"

 "나도──!!!"

 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순간 오소마츠의 등 뒤로 숨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확실히 매운 음식은 중독성이 있어서 괴로워하면서도 계속 먹게 된다. 하지만 그건 한국인에 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국적이 다르다고 해도 사람은 근본적으로 전부 똑같구나.

 "나 참… 내 동생들이라지만 예의라는 걸 모른다니까."

 그보다 오소마츠는 어째서 혼자 멀쩡한 걸까? 언제나 같은 음식을 먹고 있으니 다른 형제들과 입맛이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오소마츠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가 주변의 소란스러운 무리를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만약 일본인과 결혼하게 되면 말이야, 절대로 이런 녀석들하고는 하지마. 알았지?"

 "으, 응."

 혹시 매운데 참고 있는 건가. . . . 평소부터 포커페이스 등에는 일가견이 있는 오소마츠이지만,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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