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왔다. 사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뜯어보고 싶었지만 애태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나는 반짝이는 펄이 들어간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만지면 굉장히 부드러울 것 같은 얇은 천이 반듯하게 개어 있었다. 꺼내어 펼쳐보니 스카프였다. 나와 같은 오메가들이 주로 목을 가리기 위해 하고 다니는, 그런 스카프. 연보라색의 섬유가 겹쳐질 수록 점점 진한 농도로 변해서, 목에 두르고 거울 앞에 서니 매우 짙은 보라색으로 보였다. 어느새부터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중 하나가 된,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예쁜 색. "다음에는 다른 색도 좀 사."문득 지난번 이치마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이후로 그의 시선이 묘하게 집요해졌다고 느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는 내 스카프를 보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붉은색 스카프를, 반쯤 감긴 눈으로 지그시─. 어쩌면 그는 눈빛으로 내게 무언가를 전하려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어째서 오늘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거야.' 라고 하고 싶었던 거겠지. 내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니까 이렇게, 자신이 직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선물한 것이다."───." 스카프의 천 사이사이로 살며시 손을 넣으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마음이 조금 착잡하다. 오소마츠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선물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기도 뭐하고, 내일 꼭 하고 나가겠다고 이치마츠와 약속까지 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벌써 이 스카프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기쁜데, 어째서 기뻐하지 못하는 걸까……." 손가락을 감싸고 있던 스카프를 움켜쥐고 손의 힘을 뺀다. 그 무게로 천천히 잡아당기자, 부드러운 섬유가 목을 타고 흘러내려 무릎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나는 스카프를 다시 곱게 개어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은 뒤 무릎을 끌어안았다. 화장대 위에 올려둔 작은 상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 고요함이 나를 애워쌌다. … … … ▶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