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소마츠, 지난번에 가져갔던 내 여권 돌려줘."
"왜?" "방금 전에 본가의 연락을 받았는데, 다음주에 친척의 결혼식이 있대. 외국에 있으니 꼭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하시지만,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라서 말이야." 그때 좀 더 강력하게 귀국의 필요성을 어필했더라면. 자신이 단어선택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꼭 가야 할 필요가 없다면 가지 마. 결혼식 따위 어차피 형식적인 의례인데다 돈 들고, 시간 들고, 피곤하고… 좋을 게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일생에 한 번 있는 중요한 행사인데, 안 갈 수는 없지." 그렇게 평범하게 시작했던 대화가 말다툼으로 변해버린 것은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얼른 돌려줘!" "싫다니까─." … … … 그에게 여권을 맡긴 것은 내 실수였다. 어찌보면 전부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지냈어도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정체성이 있고, 그것에 깊은 애착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누군가 그 애착을 무시하거나 전혀 흥미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나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 사람의 태도를 바꿔보고자 했을 것이다. 며칠 전, 나는 오소마츠에게 자신의 고향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과거의 그는 내가 그럴 때 마다 잡지를 읽거나 TV를 보거나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어째서인가 그 날만은 달랐다. 그는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간간히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하리 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필요이상으로 환하게 웃으며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아무런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것을 건네주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 . . 그가 절대로 그것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 … … "너 때문이야. 네가 너무 그립다는 듯이 말하니까. 이대로 내버려두면 머지않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 아냐?"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너 못 믿어. 다시 온다고 약속하고 떠나봤자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고, 아무도 지켜질 거라고 장담할 수 없잖아. 그치?" … … … 그래도 그때까지는 반쯤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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