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 내 여권…"

 "잠깐, 나 지금 집중하고 있잖아─. 나중에 얘기하자─?"

 "돌려주면 더이상 귀찮게 안 할게."

 "그러니까─, 영원히 귀찮게 안 할지도 모르니까 안 된다구─."

 그야, 친구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것이 자신의 물건을 돌려받기 원하는 사람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권리가 될 수는 없지만, 마음은 기쁘다.

 그러나 지금 결착을 보지 않으면 앞으로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

 …

 …

 "뭣하면 분실신청을 해서 임시여권을 발급받아. 그것만으로도 출국할 수 있잖아."

 보다못한 쵸로마츠가 자신의 패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에게 넌지시 해결책을 알려준다. 하지만 오소마츠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문제는 입국할 때야. 여권을 분실하면 비자를 다시 신청해야 하는데 그러면 까다로운 심사를 또 받아야 한단 말야. 혹시라도 승인거부 되면 나 정말로 여기 못 와."

 "이참에 아예 이민신청을 해버리면 되지─."

 "최근 시험이 어려워져서 지금 내 일본어실력으로는 무리야. 당초에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장난꾸러기에다가 정에 얽매여서 가끔 바보가 되곤 하지만, 오소마츠는 제 나름대로 냉정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과거 나의 잘못이 이 남자를 여기까지 몰아넣었다고 생각하면, 점점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더욱 강력하게 나갈 수가 없다.

 "돌려줘."

 "돌려주지 않을 거야─."

 "어떡하면 돌려줄 건데!"

 "나랑 결혼하고 애 셋 낳으면 돌려줄게─."

 오소마츠가 내 어깨에 정겹게 팔을 두르며 나를 돌아보고는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내뱉는다. 그는 정말 초조할 때만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지금 그가 물고 있는 것은 무려 6개비째다.

 빈틈 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웃는 얼굴,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강하다. 어떠한 말 보다도, 어떠한 행동보다도.

 이 시원스럽고도 살벌한 '매달림'을 도저히 무시하고 떠날 자신이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쭉.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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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현대판 선녀와 나뭇꾼이구만…" -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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