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오늘은 혼자 밥을 먹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오소마츠가 나와 똑같이 늦게 일어나주어서 단둘이 아침을 먹게 되었다. 형제들이 모두 외출을 하여 적막이 맴도는 방에서, 우리는 탁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특별한 대화도 없이 묵묵히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밥그릇과 반찬을 번갈아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오소마츠의 시선이 내게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금 졸린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는 오물거리던 음식을 삼킨 뒤 대답했다. "나… 네가 그렇게 애국심 강한 녀석인지 몰랐어." "?" "너 지금 완전히 그거잖아… 걸어다니는 태극기." 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빨간 티에 파란 치마. 하얀색의 바탕과 검은색의 건곤감리가 없어서일까, 내 눈에는 딱히 그것이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차림새로 보이지는 않았다. 애당초 뜬금없이 자신의 애국심을 어필할 생각 따위는 없었고, 그냥 평소처럼 손에 집히는 옷을 입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뭐, 외국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소마츠 너도 애국심 대단하네." "응?" "넌 그거잖아… 걸어다니는 일장기." 오소마츠는 여전히 졸린 눈을 하고서 내가 그랬듯이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쉽게도 바지가 빨간색이 아니야." 이번에도 하얀색 바탕은 무시하는 건가. 나는 말없이 밥을 오물거렸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빨간색이 여러가지로 안 좋은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어."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오소마츠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북한도 그렇고… 일본도 조금… 옛날의…" 나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을 골랐다. 그때 오소마츠가 돌연 손을 뻗어 내 입을 틀어막았다. "웬만하면 우리끼리 있을 때는 민감한 주제 꺼내지 말자…" 나는 숨막힘을 호소하다가 눈썹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떼어냈다. "뭐 어때서? 우리끼리도 할 얘기는 해야지."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화내고 있어." "?" "언제나, 언제나, 얘기하기도 전에 이미 화가 나있다고, 너희는."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너희가 계속 뻔뻔한 태도로 나오니까…" 나는 허공에 젓가락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러나. "밥 먹자, 밥─." 오소마츠가 젓가락으로 밥을 한웅큼 집고 내 턱을 붙잡더니, 그것을 내 입에 모조리 쑤셔넣었다. 황당했지만 밥의 양이 너무 많아서 한 마디도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반찬은 뭐 줄까? 너 가지볶음 좋아하지? 많이 먹어─." "후어하어엉(싫어하거든)!!!" 그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식사중이니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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