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토토코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둘만의 은밀한 취미가 하나 있다.
한적한 공원, 토토코와 나란히 벤치에 앉은 나는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옆모습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 며칠동안 내가 밤잠을 줄여가며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쓴 내 소설을 진지한 얼굴로 읽고 있었다. 팔랑─. 마지막 페이지가 맨앞으로 오게 되고나서 몇분 뒤, 토토코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재밌어." "다행이다─." 나는 토토코에게 소설을 돌려받아 가방 안에 넣었다. 이윽고 막 자세를 고쳐잡는 내게,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언제나 카라마츠군을 세메로, 이치마츠군을 우케로 정해놓고 글을 쓰는 거야?" 그렇다. 나는 마츠노가의 형제들을 주인공으로 BL을 쓰고, 그것을 친구와 공유한다. 그것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와 토토코만의 은밀한 취미생활이다. "음…" 나는 잠시 생각을 고르다가 토토코에게 되물었다. "토토코짱은 그 반대가 좋다고 생각해?" "딱히 어느 한 쪽을 편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고르자면… 응." 카라이치냐, 이치카라냐. 서로 취향이 갈리는 것은 처음일지도. . . . 나는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한 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다. "그치만 이치카라라고 하면 소재가 잘 안 떠올라." 오메가일 적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이치마츠는 무조건 우케여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고정적인 사고방식이 진부함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그로인해 꽤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럼 내가 써줄까?" 토토코는 언제나 내 글을 읽기만 했었는데. 나는 무심코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어떠한 '고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대답을 하는 대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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