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유달리 햇살이 눈부신 것 같더니, 오늘은 날이 아주 화창하다. 딱히 볼일은 없지만 산책이나 할까 해서 바깥에 나왔다가 우연히 쵸로마츠와 마주쳤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쵸로마츠를 보자마자 무심코 그에게 달려가 팔짱을 끼었다. 처음에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뿌리치려 했던 쵸로마츠였지만, 그는 결국 나의 산책에 동행을 해주었다. 그렇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그와 길을 걷게 된 나는 문득 며칠 전 쵸로마츠와 오소마츠가 다투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래서 은근슬쩍 화제를 바꾸며 말을 꺼냈다.

 “그때 무슨 얘기 했어?”

 “응?”

 “내가 나간 뒤에 말이야. 둘이서 무언가 얘기했잖아.”

 “아…….”

 쵸로마츠는 시선을 모로 돌리며 잠시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가 싶더니 ‘별 것 아냐’ 하고 별다른 말 없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인 듯했다. 그러나 나는 가르쳐달라며 그를 계속 졸랐다. 평소대로라면 그가 별 것 아니라고 말한 시점에서 그냥 그러느니했을 텐데, 어째서 포기하지 않았던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알고 싶어서, 알아야만 할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내 간곡한 부탁에도 끝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다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었다. 비록 두 사람이 그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가슴속에 숨어있던 불안감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길이 말을 대신해 내게 무언가를 전하려 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실제로 느끼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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