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 근처라 하면 어디든 사람이 붐비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늘 그렇듯 은밀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가 나온다. 의식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대낮에 젊은 남녀가 돌아다니에는 확실히 조금 민망하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나란히 길을 걷고 있자니 두 사람의 주변을 애워싸고 있는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기가 점점 괴로워진다. 이럴 때는 말도 안 되는 드립을 날리며 웃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쵸로마츠!" "응?" "여기 들어가자." "……." 그가 이골이 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외면한다. 입술을 잘근거리는 모양이 금방이라도 내게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며 쓴소리를 해댈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조용히 걸음을 재촉한다. ──쫓아가 다시 팔을 붙잡아보지만 그 다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대로 질질 끌려 갈 뿐. "날도 더운데 잠깐 쉬었다 가자구─." "……." 쵸로마츠가 이렇게 힘이 셌던가… 내가 그리 가벼운 편도 아닌데, 그는 나를 매달고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평소보다 보폭이 큰 발걸음이 조금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뭐 어때서 그래─. 나 못 믿어─?" "……." "아무 짓도 안 할게─."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과한 감이 없잖아 있다. 쵸로마츠가 처음부터 웃어넘겼더라면 아마 나도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통에는, 뻘쭘해서라도 그만둘 수가 없다. 오히려 점점 더 시덥잖은 말들을 내뱉게 된다. "응─? 쵸로마츠──." "(멈칫)" 쵸로마츠가 돌연 걸음을 멈추자 내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의아함에 고개를 들었다가, 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이윽고 그가 홱─ 하고 방향을 틀어 왔던 방향으로 돌아간다. 정확하게는 내가 들어가자고 했던 건물쪽으로. "자, 잠깐…!" "빨리 와." 그의 목소리에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한기가 느껴진다. 상황파악이 되는 순간 뒷걸음질을 친다. 그런 식으로 내 저항이 점점 강해져간다. 하지만 쵸로마츠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팔이 끊어질듯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네 잘못이야." 그의 말대로,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이건 내 잘못이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내가 쵸로마츠를 화나게 만들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기다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했다간…" "보기라도 했다간 뭐? 오소마츠형이 본다고 해도 상관없어. 네가 먼저 유혹한 거니까." "농담이었어… 농담으로 정해져 있잖아…!" "오늘 뿐만이 아니야. 너는 언제나 그런 식이야. 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다고. 이 참에 다 들어줘야겠어. 침대 위에서든, 어디서든." . . . . . . . . . . 사람은 너무 놀라면 일순간 사고가 정지해버린다.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말도 안 나온다. 이 남자는… 평소에 내가 알고 있던 쵸로마츠가 아닌 것 같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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