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을 쓰는 것에 푹 빠져 살다보니 잠을 자는 일, 밥을 먹는 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려 일주일이 넘게 샤워를 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쓰고 쉬자 마음 먹어놓고는 자기도 모르게 그 다음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나는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두손 두발을 다 들 정도의 지독한 건어물녀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내 묵은 습성중의 하나이다. 무언가에 한 번 몰두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 다른 것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이상의 위기감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는 이런 나를 오히려 좋아해준다.

 "아─. 냄새 좋다──. 머리가 어질어질 해───."

 며칠 전부터 틈만 나면 찹쌀떡처럼 내게 달라붙더니, 이제는 아예 소파에 나란히 누워서 나를 부둥켜안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소마츠가 지금 이러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내 페로몬 때문이다. 조금 불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샤워를 하지 않은 오메가는 주변의 알파를 바보로 만든다. 정확하게는 바보 + 거머리다. 불안한 마음에 떼어놓으려 해도 소용이 없어서 완전히 포기한 상태다. 처음에는 따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다른 형제들도 이제 익숙해졌는지 태연한 얼굴로 방을 들락거린다. 딱 한 사람, 쵸로마츠만 빼고. . . .

 탁─! 문이 열린다. 오늘도 변함없이 단정한 차림의 남자가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쵸로마츠는 더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내게서 오소마츠를 억지로 떼어내고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향한 곳은 다름아닌 화장실이었다. 작은 욕조가 하나 딸려있는 욕실 겸 화장실. 미리 준비해 놓은 듯 욕조 안에서 하얀 거품이 바글거리고, 샴푸와 스펀지 등이 그 언저리에 놓여 있었다.

 "벗어."

 "벗으라니, 지금 당장?"

 "지금 당장. 씻으려면 벗어야 될 거 아냐."

 "잠… 억지로 벗기지 마! 씻을게! 씻을 테니까 나가 있어."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칠 수 없다. 나는 체념의 한숨을 내쉬며 흐트러진 옷을 바로잡았다. 그런데 그때 나의 직감이 무언가를 감지했고, 쌔─한 기분이 들었다. 쵸로마츠는. . . . 청결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남자다. 그는 청결을 위해 여자의 알몸 따위 그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간주하고, 아무렇지 않게 직접 떼를 벗길 사람이다. 그라면, 특히 지금처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쵸로마츠가 무섭다. 그의 결벽한 성격이 아닌, 소름끼치도록 완벽하게 짜여진 사고회로가.

 "전부터 거슬렸지만 말하지 않았는데, 넌 제대로 씻을 줄을 몰라."

 "하?"

 "몸의 세균을 없애는 게 간단한 일인 줄 알아? 비누칠만 대충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됐으니까, 나한테 맡겨."

 "마… 맡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누군가 내 몸을 씻겨주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 더군다나 쵸로마츠는 남자인걸!"

 내가 뭐라고 말하든 쵸로마츠는 나를 벗겨 옷가지를 통 안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미리 꺼내놓았던 커다란 타올로 내 몸을 감쌌다.

 "자, 들어가." 그는 망설이는 나를 가볍게 밀어 욕조 안으로 들어가게 한 뒤 카라마츠처럼 두 팔을 걷어붙이고는 욕조 앞에 놓여 있던 작은 의자에 앉았다.

 "팔 내밀어."

 "………"

 시선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나는 속으로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우물쭈물거렸다. 그러자 쵸로마츠가 거품속에 손을 집어넣고 내 팔을 끄집어내더니 부드러운 스펀지로 살갗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에 기절할 것 같았다. 하지만 따뜻한 물과 달콤한 입욕제의 향기, 그리고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내 마음을 계속 누그러뜨렸다. 기분이 좋아서 눈을 감으면 잠이 들 것 같았다.

 "저… 쵸로마츠, 얼마나 걸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오래?!"

 나는 화들짝 놀랐다. 문득 거품이 쵸로마츠의 얼굴에 튀어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가만히 있어."

 쵸로마츠는 물에 젖은 내 치렁치렁한 머리칼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나를 살며시 끌어안고, 더욱 조심스런 손길로 이번에는 내 목을 문질렀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

 "응?"

 "난 다리까지만 해주고 나갈 거야. 나머지는 네가 해야지."

 "그, 그렇네… 알았어."

 나도 참, 무슨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아무리 쵸로마츠라 해도 내… 은밀한 부위까지 손을 댈 리가 없는데.

 그보다 팔, 목, 다리 등 몸의 일부만 씻는데 한 시간씩이나 걸린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 . .

 …

 …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