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

 최근 고단함을 느낄 때면 종종 토비가 자주 찾는 장소에 오곤 한다. 굵은 가지에 앉아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빛을 쬐고 있노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토비의 앞에서는 그 동안 자신의 약한 모습이라도 딱히 감추지 않았지만… 이제는 뭐랄까, 괜한 걱정을 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그런 기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나와 같이 토비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무릎을 끌어안는다. 따뜻한 햇빛에 선선한 바람. 이곳에 있으면 확실히 마음이 차분해지지만 어째서인가 오늘은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든다.

 "있잖아, 토비."

 "응~?"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면 어떡해야 해?"

 "그 사람이 없는 현실에 적응하는 게 가장 좋겠지~. 그럴 수 없다면 너 자신을 바꾸고~. 그래도 안 되면 세상을 원망해~."

 "원망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글쎄,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 다만 내 경험을 얘기하고 있을 뿐이야~."

 "……."

 그러고보니 토비는 좋아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했던가.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지금이라면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나 또한 누구보다 소중했던 사람을 잃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와 같은 또 한 명의 사람과 떨어져 만날 수 없다. 그런 세상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렇지~. 이번에는 내가 너에게 무릎베개를 해줄게~."

 "에…?"

 지난 번 그 상황의 반대인 것인가. 정좌 자세로 명상을 하고 있던 토비가 누우라는 듯 자신의 한쪽 허벅지를 탁탁 두드린다.

 "남자의 다리는 딱딱해서 그리 편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누워서 토닥토닥을 받으면 기분 좋다구~. 자, 자~. 사양 말고~."

 "하지만… 그런 건 바람피는 거라면서……."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알고 일부러 찾아올 때는 마음 속으로 그런 것을 조금이라도 기대하고 있던 것 아니야~? 괜찮아, 이번에도 비밀로 해줄게~."

 탁탁. 또 한 번 허벅지를 두드리는 소리에 움찔 하며 고개를 모로 돌린다. 어째서지. 기대는 무슨 기대, 착각하지 마. 그렇게 쏘아붙이면 될 것을. 왜 일일이 당황해서 정말 그런 것처럼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토비는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인데.

 에라, 모르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나도 장난으로 맞받아치자.

 “소, 손이 미끄러져서 이상한 곳을 만질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이상한 곳~? (내려다 보는) 으음~. 그건 좀 곤란할지도~. 전에  네가 막는 바람에 제대로 해소 못했으니까 말이야~.”

 딱히 거기를 짚어서 말한 건 아니거든! 정말이지! 사람을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나. 애인인 데이다라는 그렇다쳐도 토비에게까지 이렇게 휘둘리다니, 분하다. 나도 성숙한 여자인데 면이 서질 않는다.

 “저, 저, 전에 토비 네가 그랬던 것처럼 부비부비할 거야.”

 “부비부비라… 응, 그래~.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라니. 그 아마도가 틀리면 어떻게 되는 건데.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모처럼이니 토비에게 응석부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언제나 내조를 해주는 대가로 그 정도 쯤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니, 이런 말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이건 내조의 대가라고 조금 전에 생각 했으면서, 어째서 나는 이렇게 어쩔 줄 몰라하는 거지. 그냥 다리 한 짝을 베고 눕는 것 뿐이다. 진짜 부비부비 따위를 할 생각 같은 건 없… 없… 없었는데…….

 아아, 젠장. 기분 좋다. 토닥토닥 뿐만 아니라, 뭔가… 딱딱하지만 오히려 그게 듬직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진달까… 두 눈을 감은 채 저도 모르게 토비의 다리에 뺨을 부비적거리니 팔을 두드려주고 있던 그의 커다란 손이 머리로 올라온다. 위험하다. 지금 토비가 쓰담쓰담까지 해주면… 정말…….

 쓰담쓰담-. 아, 졌다. 어쩌면 나 정말 큰 걸 좋아할지도. 물론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손이. 이 크고 거친 손이 좋다. 눈을 뜨면 그곳에 오빠가 언제나 끼고 있던 玉의 반지가 있어서 문득 가슴이 그리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

 “응?”

 “어떡하지, 나… 반응해버렸어…;;;”

 “…….”

 찰나의 순간 토비의 말을 어떻게든 다른 의미로 해석해보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뜻밖에 침묵이 찾아오고, 토닥토닥을 하고 있던 토비의 손이 멈추더니 내 팔을 붙잡는다. 은근히 강한 힘.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댄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그 고동과 함께 엄청난 불안이 엄습해온다. 등골이 오싹 하고-

 “아아아아아아…!!!”

 “아, 역시 이렇게 되나~? 앗하하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토비…!!!”

 “미안~.;; 사랑은 필요없지만 여자는 좋아하니까~.;;;”

 “변태…!!!”

 퍽-.

 “으왓, 으와아앗, 떨ㅇ… 떨어진다아~!!!”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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