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지금 뭐라고 했어~?"
"펜던트 돌려달라고. 원하면 언제든지 돌려준다 했잖아." "그, 그랬지만~.;; 벌써 마음이 바뀌었어~?;;;" 모처럼 숲으로 산책을 나와서 때아닌 침묵이 맴도는가 하면, 토비가 머뭇머뭇 코트 안에서 펜던트를 꺼낸다. "……." 얼른 주지 않고 뭐 하는 거지. 어쩐지 토비가 펜던트를 움켜쥔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것 같다. "돌려줘." "시, 싫어……." "싫다니, 그건 내 펜던트잖아." "으응~.;; 그치만 내가 가지고 있을게~.;;;"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손을 뻗으며 가까이 다가서자 토비가 뒷걸음질을 친다. 오늘은 장난칠 기분이 아니야. 보면 모르겠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토비를 노려본다. 그리고 다시 손을 뻗는데─. "싫어~! 돌려주면 또 도망칠 거잖아~!" 갑자기 토비가 몸을 홱 돌리며 소리친다. 그리고 나의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미끌어진다. "너는 내 애인이니까 나로부터 떨어지면 안 돼~!" 뺏기지 않으려는 듯 펜던트를 가슴 앞으로 꼭 움켜쥐는 토비.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된다. "장난하지 말고 돌려줘, 나쁜 자식아!" "싫어~~~!" 토비의 움켜쥔 손을 어떻게든 펴게 하려고 잡아당기면 토비는 내 힘에 저항해 다시 뒤로 잡아당긴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이제는 가운데 멈춰서 힘겨루기라도 하듯 파르르 떨린다.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나 원 참. 곰 같은 남자의 힘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손을 놓자, 토비가 뒤에 있던 나무기둥에 쿵 하고 부딪히며 쓰러진다. "돌려줘!" 몸을 추스를 틈도 주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치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먹은 강아지마냥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토비가 나무기둥에 바짝 달라붙는다. "돌려달라니까!" "히이익~~~.;;;" 펜던트를 꼬옥 쥐고서 몸을 웅크리는 녀석. 이대론 안 되겠단 생각에, 나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강하게 소리친다. "토비!!!" 이 정도면 알았겠지. 내가 오늘 어떤 기분으로 나왔는지를. 그런데 문득 토비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는가 싶더니,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흑… 흑흑……." ?! "안 우는 거 다 알아!" "흑… 흑… 흑흑……." "연기 그만둬!" 아아, 젠장, 토비 이 자식 내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귀여운 것에 약하다. 연기라는 걸 알고 있다 해도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마음이이이──. 하아─. 내가 졌다. 애당초 이건 힘겨루기도 뭣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더 이상 화를 내는 것은 무리다. 토비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구부려 앉는다. 그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자, 고개를 들어 나와 마주본다. 물론 눈에 눈물 따위는 고여 있지 않다. 그래도 귀여웠으니 넘어가주기로 하자. "그냥 잠깐 보고 싶은 것 뿐이야." (…) 나는 토비에게 스스로 펜던트를 맡겼지만, 결국 데이다라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는 못했다. 함께한 시간은 너무 길었고, 사랑했던 시간은 너무 짧았기 때문에.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저 나중에 데이다라와 다시 만났을 때 체면을 차리기 위해 잊는 척을 했을 뿐.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만하면 됐다. 데이다라가 밉지만 아직 사랑이 채 식지 않은 그를 버리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가혹한 일이니, 가끔 이렇게 추억을 꺼내보며 그리움을 달랠 것이다. 작게 한숨을 내신 뒤 토비에게 펜던트를 돌려주려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나무 기둥에 딱 붙어 몸을 웅크리고 있다. 고개까지 푹 숙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토비, 삐쳤어?" "이젠 됐어~. 펜던트 같은 건 네가 알아서 해~. 지지든 볶든 내가 알 게 뭐야~." 그가 구석으로 고개를 홱 돌린다. 온몸에 검은 천을 두르고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검은색 계열이라 정말 숲속에 곰이 한 마리 있는 것 같다. 저런 덩치로 애처럼 투덜거리고 있으니 한 마디 날카롭게 쏘아붙이고도 싶지만, 젠장, 귀엽다. "아까 부딪힌 덴 괜찮아?" "너랑은 상관없잖아~." 천천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토비에게 다가간다. 혹시 멍이 들진 않았나 확인하려는데, 그가 내 손을 홱 뿌리친다. "만지지 마~!╬" 지금까지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진짜다. "그러니까 약속대로 그냥 줬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남자가 삐쳤을 땐 뭐라고 말하며 풀어줘야 하지. 데이다라와 사귈 때도 이런 일은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토비가 계속 보관하고 있어줘. 가끔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조심조심, 덩치는 곰 같지만 마치 어린 사슴을 대하듯 아주 조심스레 그의 손을 붙잡는다. 놀라서 도망가지 않도록 천천히, 부드럽게,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한다. 어른끼리 이게 무슨 황당한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살살 눈치를 살피며 토비에게 펜던트를 쥐어준다. 그러자 그가 나를 흘깃 쳐다본다. 흘깃흘깃.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아아아~."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내게 와락 안긴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래도 웃으며 그의 등을 토닥여준다. "아직 날이 밝은데 숲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볼까?"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묻자, 토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토비 그만 집에 가고 싶어욤~." 풉─. 못 살아, 정말.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도 아니고 먹을 만큼 먹은 아저씨가 어쩜 이렇게 애기 짓을 잘 하는지. 부비부비는 그렇다 쳐도 두꺼운 목소리로 귀여운 말투를 쓰면 징그러운 느낌이 들 법도 한데, 오히려 그 갭을 참을 수가 없다. "집에 가고 싶어? 돌아가도 딱히 할 일 없잖아." 어째서 빤히 쳐다보며 나를 콕콕 찌르는 거야. 그 부끄러운 듯한 손가락 끝에 담긴 의미가 뭐야 대체. "그만 갈까?" "응~." 다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토비와 함께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 집을 나설 때는 솔직히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는데, 이젠 괜찮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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