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잠들기 전에 다이어리의 캘린더를 펼쳤다. 지난주에는 빨간 표시를 했고, 이번주에는 7일의 기간에 반듯한 선을 그었다. 이른바 '생리 주기'라는 것으로 여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렸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자연스레 표시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중에서 반듯한 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매달 어김없이 이 시기가 돌아오면 나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최근에는 토비가 바빠서 그다지 함께 있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가임기는 조용히 지나가겠구나 했는데… 내 남편은 이제 밤에 들어와서 딱 '그 일'만 하고 나간다.

 홀로 잠들었다가 전신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끼며 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대를 하고 잤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꼼짝없이 갇혔다는 것만은 알았다. 이미 몇 번이나 반복된 일임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이거…!"

 "남편한테 '이거'라니?"

 들어오자마자 덮치고, 심지어 별다른 애무도 없이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에 웬만하면 이해하자 마음먹었지만 막상 아파오기 시작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무리 뭐래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가끔은 헷갈리기도 했다. 이것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인지, 단순히 아이를 갖기 위한 행위인지.

 "아아…! 아아아…!"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토비를 밀어냈다. 의미없다는 걸 알면서 피하려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가 그대로 다시 붙잡혔다. 반복해서 당하다 보니 과거의 상처 받은 기억까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몸은 고사하고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아… 아파……."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뭘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넋이 나가서 끝난 줄도 몰랐다. 토비가 허리까지 내렸던 상의를 올린 뒤 내 뺨에 입을 맞추고 침대에서 내려갔다. 태연하게 다시 나가려는 그에게 결국에는 한 마디 했다.

 "너무해……."

 "응?"

 "내 말은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아까 뭐라고 했더라? 미안, 여유가 없어서."

 "무슨 남편이 이래… 짐승도 아니고……."

 떨리는 목소리에 그제야 분위기 파악이 된 건지 토비가 침대로 돌아왔다. 이불을 제대로 덮게 하고 토닥토닥 두드리며 나를 달랬다.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벗겨짐과 동시에 정면으로 돌아 누워서 그와 마주보았다. 하얀 가면을 쓴 토비의 눈동자가 보였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는 곤란해하고 있었다. 킁 삼키고 천천히 일어나 앉으니 허리가 찌릿찌릿했다. 크으윽. 통증을 겨우 억누른 뒤 그에게 말했다.

 "토비… 나도 우리 아기를 정말 원하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아… 더는 못 버티겠어… 나… 엄마 되는 거 포기할래……."

 정말 아팠으니까. 조금은 진심이 섞여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어디까지나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내 거짓 연기 따위는 남편이 진짜 화났을 때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토비에게는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불쾌했던 것일까. 주변의 공기가 일순간 싸늘해졌다.

 "누구 맘대로…?"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 움직임 없이 단지 내게 시선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오한이 서렸다. 무언가 공기중에서 내 목을 조여왔다. 깨닫고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숨을 참고 있었다. 바짝 긴장한 채 몸을 움츠리고 있노라면, 머잖아 토비의 손이 머리 위로 올라왔다.

 "알았어. 다음부터 안 그럴게."

 쓰담쓰담. 평소와 같이 다정한 손길이었다. 안심한 나는 참았던 숨을 들이쉬었다. 종종 이런 일이 생기는데 결과는 아이러니하다. 토비가 내 반응을 보고 상처 받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난다.

 여기서 토비를 탓할 수만은 없는 것이, 밖에 나가면 카부토 같이 교활한 놈들과 살의를 품고 덤벼드는 적들로 가득하다. 그런 일을 매일 겪으면서 부처님처럼 화도 안 내고 인자하게 웃기만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겁을 주고 그는 도리어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나도 당분간 참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저기… 밖에서 끔찍한 꼴을 많이 봤거든…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으니까… 당신도 보고 싶고, 아기도 보고 싶고,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신경이 예민해서 초조해졌던 것 같아… 미안해 여보……."

 이렇게 순한 양이 되다니. 토비가 좋은 남편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다소 위화감이 드는데 나로서는 흐뭇할 따름이다. 부비적부비적. 귀여운 토비일 때나 부리는 애교까지.

 소용돌이 가면과 하얀 가면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져 간다. 이제는 정말 어느 쪽이여도 좋다. 하얀 가면에 장난스레 이마를 콩 부딪혔다. 이참에 옆구리 한 번 찔러 볼까.

 "내일 외출하게 해줘."

 "안 돼."

 미안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 -라는 느낌으로 딱 잘라 거절당했다.

 "장보기라면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니까 필요한 것의 리스트를 적어서 내게…"

 "동화책……."

 "?"

 "미리 연습해 두려고 그래… 내가 직접 고르고 싶어……."

 "……."

 이렇게 말하면 냉정한 테러리스트 씨의 눈에도 아내를 향한 애정이 가득해진다.

 한 번 더 찌르면 허락해 줄지도. 그러나 아쉽게도 토비는 마음이 약해지기 전에 단호하게 잘라냈다.

 "뭐가 됐든 지금은 안 돼. 그런 거라면 차라리 내가 다녀올게. 나도 연습해야 하니까 나한테 맡겨줘."

 "…여어, 오비토 군. 요즘 자주 보네?"

 얘기를 하다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어느새 익숙해졌다. 잘 모르겠지만 토비도 무의식인 것 같았다. 이른바 꿈에 그리던 첫사랑과의 신혼생활. 때로는 그런 흐뭇한 상상도 할 수 있었다. 두근두근. 능청을 떨자 토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전에 내 생각 많이 해. 내일 무슨 꿈 꿨는지 물어볼 거야."

 "매일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마음대로 안 되니까 악몽을 꾸기도 하는 거잖아. 하지만 토비가 한 번 더 키스해 준다면 또 모르지. 아주 진한 키스 말이야.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꿈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래?"

 "(끄덕)"

 "그럼 눈 감아."

 혼자 집을 지키며 그리워하다가, 심하게 다뤄졌다가, 그런 다음 보상처럼 받은 키스였기 때문에 가슴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따뜻한 계절의 그것처럼 달큰한 감정이 피어났다.

 진한 키스를 나누며 토비에게 매달린 채 몸이 눕혀졌다. 입술이 떨어진 뒤에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여운을 느꼈다. 행복한 한숨을 하아 내쉬노라면 이번에는 토비가 내 이마에 가면을 콩- 부딪히고는 말했다.

 "…좋은 꿈 꿔라. 바람둥이."

 첫사랑을 떠올리며 남편과 키스하는 여자는 내가 생각해도 응징 받을 만하다. 꿈속에서 여러 가지로 즐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어떻게든 토비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한 번 더 키스하고 싶었는데. 힝. 그가 침대에서 내려가자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욱 애틋해졌다.

 (…)

 토비는 여전히 바쁘다. 그래도 오늘 밤에는 잠들기 전까지 곁에 있기로 약속했다. 내친김에 직접 서점에 가서 골라온 동화책을 읽어 준다고 했다. 동화책이니까 기왕이면 귀여운 느낌으로 듣고 싶어서 소용돌이 가면으로 변신해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OK해 주었다.

 "옛날 옛날에~. 폰타라는 너구리가 있었어요~. 폰타는 깊은 산골짜기 땅굴집에서 엄마, 아빠, 귀여운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답니다~."

 연습이라지만 나는 푹 빠졌다. 남편의 품에 안겨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없던 아기도 생길 것 같았다.

 "물고기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폰타는 동생과 나눠 먹지 않고 혼자서 전부 먹어치웠어요~. 욕심을 부리다가 그만 물에 퐁당 빠져 버렸어요~. 동생은 울음을 그치고 나뭇가지를 폰타에게 던졌어요~. 폰타는 동생이 던진 나뭇가지를 가지고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형제는 물고기를 나눠 먹으며 사이 좋게 지냈답니다~."

 아기가 생기면 팔불출이 되려나. 여자아이라면 한술 더 떠서 딸바보가 될 것 같다. 게다가 토비는 나와 달리 아이를 최대한 많이 갖고 싶어한다. 못해도 둘 이상. 외롭지 않게. 하나만으로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져 줄 수 없지만 마음만은 흐뭇했다.

 "나 잘했어~?"

 "응…////"

 "이만하면 아기 낳아 줄만 해~?"

 "그, 글쎄… 아기는 좀 나중에 낳아도 되지 않을까…?"

 "에애애~?!;;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동화책 읽어 주는 파파의 다정함에 반해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질투를 느꼈다. 토비가 내 파파도 하고 남편도 했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억지의 끝장판이라는 건 알지만 사랑하니까 욕심도 나는 거다.

 이래 봬도 아직 한참 신혼이 아닌가. 아이가 생기면 파파의 사랑은 자연스레 반으로 나뉜다. 그러니까 아가야. 마마는 네가 조금 천천히 와도 괜찮아. 유치하다고 놀려도 어쩔 수 없어. 뺏기기 싫단 말야.

 "아직은 잘 모르겠달까… 이런 건 어때…? 내가 아기 역할을 맡고 토비는 아빠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응석을 받아주는 모습이라든지… 그 정도는 보고 나서 결정하지 않으면……."

 "……."

 내가 생각해도 속이 너무 빤히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래도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니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이었다. 정말 정말 민망했지만,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용기를 내서 불러 보았다.

 "파파……."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행복했다. 장난이라 치고 받아 줬으면.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까. 물론 어이가 없겠지. 그치만 좋은 걸 어떡해. 적잖이 당혹스럽겠지만 한 번만 부탁하자. 딱 한 번만 해줘.

 간절함을 담아 꼬옥 움켜쥐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 심호흡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토비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우리 공주님~ 파파 불렀어요~? 파파 요기 있네~."

 행복수치가 하늘까지 치솟았다. 왠지 모를 힘도 생겼다. 작은 플라스크 병에 'HAPPY'라는 이름표가 달린 마법의 물약을 단숨에 들이킨 것처럼. 체내에 들어옴과 동시에 강하게 중독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흐럇차아아아! 오그라든 손가락쯤은 이 힘으로 다시!

 "아이 이뻐~. 뽀뽀~."

 쪽─. 대단한 힘을 가진 뽀뽀였다. 그리고 가슴의 벅차오름은 절정에 이르렀다. 입꼬리를 내리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아 표정관리가 불가능했다. 토비에게 안겨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렇게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데 너무나 허무하게 꿈을 깨버리는 파파다.

 "아이고 마마~. 이래서 어떻게 아가를 키워요~."

 아가가 아가를 키우게 생겼네. 토비가 놀려도, 뺨을 꼬집어도, 헤실헤실 웃는 것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꼬리 흔드는 강아지마냥 마구 부비적거렸다. 그러자 나름 애교가 먹혔는지 한 번 더 뽀뽀를 해줬다. 쪽 소리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으히힛… ㅎ읍?!"

 공주님이 된 기분을 느끼는 찰나 미끈한 혀가 들어와서 흠칫 놀랐다. 이성이 발칵 뒤집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동화책을 내팽개친 파파… 남편이 내게 올라탔다.

 잠시 잊을 뻔했다. 파파와 이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마마뿐. 그거야말로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마마만의 특권이다. 뭐라 해도 다정한 파파보다는 섹시한 남편이 더 좋다.

 "공주님은 언젠가 왕자님과 떠나겠지만 마마는 죽을 때까지 파파의 여자예요~."

 몸으로도 분명히 전해졌다. 토비가 옷을 입은 채로 하반신을 움직였다. 갑자기 확 다가와서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딸에게는 몰라도 아내에게는 봐주기 없다는 뜻인가. 그런데 의외로 거기까지였다. 소용돌이 가면의 검은 천으로 얼굴을 반쯤 가렸지만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째서 하지 않는 거야…?"

 "어째서냐니~, 나한테 묻는 거야~? 멋대로 하면 아기 안 낳아 준다고 협박했잖아~! 흥~!╬"

 "그, 그랬지만… 시간… 괜찮으면… 해도 돼……."

 "아~ 진짜~?"

 하트 뿅뿅. 귀여운 토비에게 미혹됐다가 다리가 들리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내 잠옷을 거칠게 풀어헤치는 것부터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것까지 여유라곤 없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기에 거부하지 않았다. 단지 조금 두려운 기분이었다.

 "죽을 때까지 러브러브해요 마마~. 하하하하핫~."

 등골이 오싹해지는 쾌감. 흥분했을 때의 웃음소리는 소름끼치면서도 은근히 짜릿했다. 한동안 상대해 주지 않았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거친 숨결을 떨어뜨리는 토비의 입술이 그때처럼 묘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띠고 있었다.

 토비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식욕을 오래 전에 잃은 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머지 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는 모양이다. 톡 까놓고 말해서 성욕이. 이유야 어쨌든 바쁜 와중에 꼬박꼬박 집에 들어오려고 애쓰는 귀여운 남편인데, 몰라줬던 게 미안했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귀여워서, 미안해서,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다 받아 줬다간 내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는 것을. 식욕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바로 생존과 번식의 욕구 아니던가. 전자가 식욕이고 후자가 성욕이라면 토비는 후자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만 해도 피곤할 때는 먹을 것부터 찾는다. 식욕이 없으면 그밖에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굶주림(?)을 해결한 뒤에는 토비도 배부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만족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래도 막상 나가자니 아쉬웠는지 내 배에 기대어 말했다.

 "아가야~. 빨리 와줘~. 그래야 마마가 딴 생각 안 하고 꿈에서도 우리 아가랑 파파만 찾지~."

 사랑스러운 속삭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짠했다. 쓸쓸해하는 목소리를 듣고 이제 꿈에서도 바람피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토비의 말대로 아이가 생기면 분명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부모로서의 책임감. 두 사람 모두 지금보다 성숙해지겠지.

 "이제 됐어. 그만 가봐."

 "……."

 "꿈에서 바람 안 필 테니까… 얼른 가."

 마음이 약해질까봐 일부러 그의 팔을 밀어냈다. 퐁- 변신술이 풀리고 하얀 가면의 모습으로 돌아온 토비가 살며시 깍지를 끼며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이어져 있으니까. 금방 다시 만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래도 꼭 들려 주고 싶은 말이 있었나 보다.

 "가끔은 두려울 때도 있겠지. 너에게 내 두려움이 전해지겠지. 그래도 걱정 말고…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기다려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죽는다면 죽어서라도 너에게 돌아올 거다. 그러니까 절대로 집 밖을 나서지 마. 반드시 지켜야 한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어진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랑한다."

 나지막이 들려오는 속삭임에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아니… 이제 나답지 않은 말투는 그만둘래……."

 토비의 목소리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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