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비 : (찾았다, 액세서리 파는 곳… 여기 맞겠지?)
점원 : 어서오세요-. 여자친구 선물을 찾으시나요? 토비 : 아~. 아뇨~. 여자친구가 아니라… 음… 와이프가 작년에 크게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어서 머리숱이 많이 줄었거든요~. 민망한지 제 앞에서 좀처럼 허리를 숙이지 못하더라구요~.;;; 점원 : 헤어 액세서리가 필요하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반다나 같은 건 어떨까요? 토비 : 그게 뭐예요…? 점원 : 반다나는 천의 이름이에요. 쉽게 말해 이런 스카프를 머리띠로 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토비 : 헤에~. 서클렛처럼요~? 잘 어울리겠다아~. 일단 세 개 정도 골라 볼까~.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 주세요~. 와이프가 좋아하면 다음에 여기 있는 거 전부 사 갈 거예요~. 점원 : 어머나, 정말 사랑하시나 보다. 손님 멋있으니까 특별히 VIP 서비스! 예쁘게 포장해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토비 : 누나 고마워요~. 헤헤헷~. 거리 토비 : (이런 식으로 쇼핑을 하는 건 처음이야… 이렇게나 많은 가게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는데 그동안 관심조차 두지 않았어… 사소한 일에도 모르는 것 투성이… 그래, 나는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며 살았지… 하루빨리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남자 : 그렇게 튕기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만이라도 나눠 보자-. 내가 산다니까-. 여자 : 관심없다고 했잖아요! 남자 : 의외로 마음이 맞을지도 모르잖아. 어차피 아가씨도 지금 혼자 같은데. 여자 : 댁이 무슨 상관이야! 이거 놔! 토비 : (이런, 이런… 나도 하수지만 저 녀석은 나보다 더 끔찍하군. 상대의 표정을 보고도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 되는 건가… 뭐, 확실히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따라붙을 상판은 아니다만…….) 여자 : 별꼴이야 정말! 짝─!!! 토비 : (그럼 그렇지… 무시하고 가던 길이나 가자.) 터벅터벅─. 남자 : 에이씨… 오늘 일 안 풀리네. 후우─. ────────. ──────. 토비 : ……. 남자 : 뭐야, 형씨. 시야 가리지 말고 비ㅋ… 느왓?!!! 토비 : 지금 내 천사와 그녀의 뱃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아기가 먹을 닭튀김에 담배연기를 뿜은 거냐? 남자 : 천사는 뭐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기는 뭐야?!!! 내, 내가 어디서 담배를 피던 댁하곤 상관 없잖아!!! 이거 놓지 못해?!!! 털썩─. 남자 : 벼, 별꼴을 다 보겠네…!!!(탁탁) ㄴ으와앗?!!! 토비 : 지금 내 천사와 그녀의 뱃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아기가 먹을 닭튀김에 담뱃재를 뿌린 거냐? 남자 : 그러니까 천사는 뭐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기는 뭐냐고?!!! 토비 : 나는 따귀를 날리는 성미도 아니고, 그렇게 적당히 한 대 맞은 것으로 넘어가 줄 만큼 너그럽지 않아.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남자 : ㄴ…흐어어어어어억?!!! (…) "다녀왔다." "헛…!"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나서 유난히 나른하더라니.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그만 잠들어 버렸다. 나도 나름대로 교양 있는 여자라고 속으로 우쭐댔는데 이게 뭐람. "이, 인기척 좀 내지." "너무 기분 좋은 듯이 자길래 그냥 놔둘까 하다가." "자긴 누가 잤다 그래. 너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어." "이마에 자국 남았는데." "……." "농담이다. 후후후." 민망함에 몸부림치며 고개를 들었다가 마치 일부러 내민 것처럼 키스를 받았다. 이마는 오랜만이라 기분 좋다. "오늘은 꽤나 늦었네?" "아기용품점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거든… 결국 이것밖에 못 샀지만." 토비가 부스럭거리며 쇼핑백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 위에 내 손을 올려 주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만졌다가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에 망설임없이 힘을 주어 꾹 눌렀다. 그러자 인형에서 소리가 났다. 퍄퍄! 마마! 귀여운 목소리. 하지만 사람의 모양은 아니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뚱뚱한 배와 작은 부리가 만져졌다. 내가 좋아하는 아기 펭귄이다. 아마도 회색 몸통에 뒷덜미쪽이 검은색이고 얼굴쪽은 하얀색일 것이다. 퍄퍄! 마마! 한 번 더 눌러 봤다. 파파가 퍄퍄로 들리는 것이 아기의 옹알이 치고도 특이했다. 인형을 끌어안고 흐뭇해하고 있으니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문득 곰발바닥이 뺨에 스치기에 나를 안으려나 보다 했는데 토비가 손에 든 것을 내 머리에 두르고는 정수리 쪽에 매듭을 묶었다. "여자들은 스카프를 서클렛처럼 쓰기도 한다지. 묶기 까다롭지 않을까 해서 내가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워 왔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매듭이 옆으로 오게 묶어 볼까. 리본의 모양도 한쪽으로… 이거 참 귀엽구만." "저… 정말…? 나… 좀 어려 보여…? 귀여워졌어…?" "이대로 밖에 내보내도 될지 고민될 정도다." "토비도 참… 농담은……." 유부녀가 되었어도 마음은 언제나 소녀와 같다. 쑥스러워서 얼굴에 저절로 꽃받침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해서 뭐일까 궁금했다. 테이블을 더듬거리자 봉투가 손에 닿았다. "이건 뭐야?" "글쎄, 무슨 냄새일까." 봉투를 벌리면 냄새만으로 벌써 군침이 돈다. 봉투 안으로 손을 넣어 만져 보고는 확신했다. "닭튀김!!!" "먹고 싶었지?" "응!!! 근데 두 마리나 사오면 어떡해?////" "네가 오늘 심플한 기분인지 스페셜한 기분인지 몰랐으니까." 간단히 말해 심플은 노멀한 닭튀김이고 스페셜은 노멀에 특별한 양념을 가미해서 만든 닭강정이다. 어떤 날에는 전자가 땡기고 어떤 날에는 후자가 땡겨서 나도 내 기분을 짐작할 수가 없다. "너무 많은데… 토비도 같이 먹어 줄 거지…?" 토비에게 음식은 불필요할 뿐더러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 입맛이 돌지 않는다. 음식을 먹어도 아무 맛이 없다. 토비에게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납득했으면서도 거의 매일 혼자서 식사를 하다 보니 외롭다. 가끔은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같이 먹자. 쓸쓸하게 해서 미안했다."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는 손길과 '미안했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응석부리고 싶지 않지만 정말로 쓸쓸했으니까. 언제나 토비가 나 때문에 우는 게 싫었는데 바보처럼 울보 남편을 닮아 버렸다. 조금 쓸쓸했다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다니. 도대체 나는 이 남자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 걸까. 눈이 보이지 않아도 밥을 먹고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지금 자신이 토비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 "토비… 무거워……." "지금은 납덩어리…랄까,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인데. 무슨 말이지." "꼭 납덩어리를 달지 않아도 이렇게 붙어 있으면 무거워… 그리고 답답해." "그 답답함에서 내 사랑을 느끼는 게 어때." 사랑도 좋지만 숨을 못 쉬겠다. 뒤에서 안아 주는 건 좋은데 안겼다기보다는 깔렸다는 느낌이 되는 게 문제다. 깨닫고 보면 손은 곰발바닥에 완적히 먹혀 버렸고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뭐, 솔직히 말하면 이쪽이 까다로운 면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떨어지면 안아달라 안아주면 떨어져라… 어느 쪽이든 적당히 하면 될 텐데 하여간 토비는 '상냥하게'가 안 된다. 분명히 과거의 토비에게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겠지.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난폭한 방식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앞으로는 내가 천천히 길들이겠다 결심했으니까. 어쩐지 등 뒤가 조용하다. 이런 순간에 떨어지라고 해서 토라진 표정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어깨너머로 손을 보내 허우적거리자 토비가 내 마음을 읽고 다가와서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받는 쪽인 나보다 자기가 좋아한다는 거, 정말 귀엽다. 사실 내 쪽이 더… 훨씬 위험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계속 내 옆에만 있었음 좋겠다. (…) : 으으… 으……. 토비 : ? : 으… 으으으……. 토비 : (아까부터 앓는 소리를 내는군… 악몽을 꾸는 건지, 무리해서 허리가 아픈 건지… 어쨌든 일단 깨울까…….) 토비 : ~. … : 행복해……. 토비 : 헤에~? : 나… 엄청… 행복해… 토비……. 토비 : ……. 토비 : 괴로워하면서 '행복해'는 대체 뭐냐? : 으… 으으……. 토비 : 아아… 그런가… 나도 알 것 같다. 토비 : (킁) 토비 : 이래서야… 울보라고 놀림받아도 할 말이 없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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