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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쳐다봐…?" 토비가 임무를 나서는 것은 매일 아침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르다. 비 마을에 온 뒤 처음으로 그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나선 것이다. 데이다라가 살아 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토비가 이미 나가고 없거나, 집안에서 인사를 나눈 뒤 그를 보내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아 있다. 딱히 그런 와중에 갑자기 변덕이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토비를 볼 때 마다 심장이 계속 떨리는 것이 영 불안해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제 와서 모두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으음~. 뭐랄까~. 선배를 보내던 때와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예전부터 토비에게는 이렇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가 다르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애인을 대하는 내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관계가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 많은 것이 달라졌다. 원래 토비와는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생활하는 식구이자 친구 같은 관계였으니까. 지금 우리들은 친구 사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같은 침대에서 잔다든지, 몸을 섞는다든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인이니 뭐니 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토비와 나는 더 이상 친구도 뭣도 아니다. 정직하게 말해서 내가 그에게 이용되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를 예전의 데이다라와 같이 대할 수 있을까. "~." 시선을 모로 향한 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노라면 문득 토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뽀뽀 같은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보낼 때만이라도 웃어주면 안 될까~?" 웃음을 짓는 것 정도는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자연스레 나오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딱히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에는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날 처음 만난 남자에게도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을 지금은 할 수가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이 원치 않는다. 토비에게 가짜 웃음을 지어보이고 싶지 않다. 딱히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토비와의 관계가 겉잡을 수 없이 망가지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본래의 자신을 감추고 연기하기 시작하면 아마도 내 불안함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에휴~~~." 끝내 웃지 않는 나 때문에 토비가 무거운 한숨을 떨어뜨린다.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돌아서는 그의 모습을 보니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웬일로 부지런하게 일어나서 배웅을 해주나 했더니, '나가서 죽든지 말든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고~. 집에 들어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렇잖아도 일하러 가기 싫은데 말야~." 터덜터덜, 구시렁구시렁.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황당하지만 토비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자니 돌연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다. 이것은 일 나가는 중년 아저씨의 극히 평범한 모습이 아닌가. "토, 토비." 그를 불러세운 뒤 잠시 뜸을 들인다. 그리고 딱히 가짜가 아닌 자연스런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다치지 않게 항상 조심해. 오는 길에 꽃다발 같은 거 떨어져 있으면 주워오고." "네애~. 다녀오겠습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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