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 그런 얘기다. 제츠 너는 페인과 코난에게 붙어 상황을 계속 지켜봐라. 그리고 때가 되면 후일 5카게 회담 장소로 가주어야겠다.

 제츠 : (백) 언제나 위험한 일은 내 몫이군. 다른 녀석들은 그렇다쳐도 라이카게 그 괴팍한 작자 만큼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토비 : 그래도 아이 돌보기보다는 낫지 않나. 나는 여기 남아 사스케를 컨트롤 해야한다. 그리고… 음…?

 제츠 : (흑) 왜 그러냐?

 토비 : 어떤 개자식들이…….

 제츠 : ?

 토비 : 아무것도 아니다. 미안하다만 먼저 가보겠다.

 스스스─.

 (…)

 최근 왠지 모르게 집밖을 나서는 것이 망설여졌기에 혼자 외출을 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느꼈던 묘한 불안감은 이러한 상황을 직감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길을 걷던 중 갑자기 뒷덜미를 가격 당해 쓰러진 나는 어느 낯선 장소에서 눈을 떴다. 어두컴컴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님을 곧바로 깨달았다.

 나는 제단과도 같은 긴 석상 위에 눕혀져 있는 상태였다. 나를 향한 몇 개인가의 시선이 느껴졌고, 그러한 가운데 한 남자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확실해. 드디어 찾았다. 이 문양은 우치하 마다라의 주인이야."

 "열쇠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겠나?"

 "글쎄, 그건 좀 더 두고 봐야지."

 자신의 앞섬이 벌어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두려움과 불안함에 수치심까지 더해져 파르르 몸을 떨었다. 딱딱하게 경직되어 오로지 심장만이 빠르게 뛰어대고 있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여자가 가진 자물쇠는 혈자리야. 열쇠도 마찬가지, 특정 혈에서 나오는 차크라겠지. 문제는 그녀의 몸에 있는 수백 개의 혈자리 중에서 어떻게 그것을 찾느냐인데."

 "어차피 이대로는 어느 곳으로도 도망치지 못한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어떻게든 알아내라."

 "나더러 수백 개나 되는 혈자리를 일일이 다 대조해보라는 거야? 그보다는 같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보는 게 어때?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몸에 무언가를 숨긴다면 어디쯤이 좋다고 생각하겠어?"

 그들은 저들끼리 몇 마디인가 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나를 감시하는 듯한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이봐, 아가씨. 내 말 들려?"

 "……."

 나는 남자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검지와 엄지를 부딪혀 딱 딱 소리를 내며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하는 수 없이 그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그 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어? 우리가 당신을 찾는데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토우카(복숭아꽃)."

 "네…?"

 "토우카, 당신을 말하는 거야. 일기속 여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래, 지금 당신에게는 아무런 기억이 없겠지. 전설의 동술인 윤회안이라도 가져오지 않는 이상 그것을 되살려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윤회안은 페인 씨의 눈을 말하는 것 아니었던가. 아니 그 전에 토우카가 대체 누구야. 이 사람들이 지금 나를 다른 누군가와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리고 내가 필요없다고 생각되면 나를 놓아줄까. 아니면 죽일까. 예상할 수 없기에 두렵다.

 "어쨌든 이것으로 나뭇잎에 잡혀가 잔인하게 고문당한 동료들의 한은 풀어줄 수 있겠…"

"아아아아아아아아──!!!"

 주변의 공기를 찢어버릴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 멀어서 작게 들렸지만 그 살벌함은 일순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에 어떤 고문이 그보다 더 잔인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단지 그 비명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와 같은 장소에 있던 이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철문이 나가떨어지며 허공에 새빨간 선혈이 흩뿌려지는 순간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이윽고 무언가 둔탁한 것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액체가 뿜어져나오는 소리,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

 터벅터벅─. 터벅터벅─.

 마치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처럼 고요해졌다. 무거운 정적속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상당히 여유로운 발걸음. 설마 했더니 내 옆에 멈춰선다. 차가운 손이 뺨에 닿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대로 계속 눈 감고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말투─. 오늘 아침에도 분명──.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또 다시 끔찍한 소리들이 내 귀를 난폭하게 찔러댄다.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는 몸이 저절로 움직여 두 귀를 막는다. 그리고 아예 의식을 내려놓는다.

 (…)

 다시 마주한 푸른 하늘. 밖으로 나오니 선선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며 비로소 숨이 트인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토비의 품에 안겨 있다. 그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지고 안도감을 느낀다.

 몸에 긴장이 풀려서 고개를 떨어뜨렸는데 갑자기 피로 물든 책이 시야에 딱 들어와서 흠칫 놀랐다. 토비가 그런 나를 돌아보고는 가엾다는 듯이 뺨을 살짝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다시 책 위로 시선을 옮긴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 네 말대로 그 주인이 우리를 이어주고 있어서 어디에 있든지 알 수 있어~."

 토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이면서도 왠지 떨떠름하다. 그것은 마치 애인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 같지 않은가. 더욱이 나는 모르는 것을 토비만 알 수 있다니.

 "그러고보니 아까 거기 있던 사람들이 토비 너의 주인에 대해 얘기했었어… 우치하 마다라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무엇 하나 황당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치하 마다라는 아주 오래 전에 죽은 옛날 사람이건만 그 이름이 지금에 이르러 대체 무슨 이유로 등장하는 걸까.

 "그게 뭐야…?"

 "일기장~. 아까 녀석들의 아지트에 있었어~."

 상당한 두께인데 페이지를 가득 채운 것이 전부 일기란 말인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정말 낡았다. 알아보기 힘든 옛날 문자까지. 그의 손끝이 흐릿한 문자들을 천천히 훑고 지나간다.

 "녀석들이  너에게 또 뭐라고 했어~?"

 "기억 안 나… 무서워서 정신이 없었거든……."

 "으응~. 괜찮아~. 무리하게 떠올려낼 필요는 없어~."

 닌자로서 무섭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몇 번인가 큰 아픔을 겪고나니 이젠 내 마음이 그런 상황을 쉽게 견뎌내지 못한다.

 주인으로 내 위치를 알 수 있다는 토비의 말도 상당히 신경쓰이는데 어쨌든간에 오늘은 덕분에 살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아, 맞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거기 있던 남자가 나한테 '토우카'라고 했어. 정말 웃기는 놈들이야. 나랑 복숭아꽃이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고."

 "……."

 잠시 조용하던 토비가 문득 실소를 터뜨리는가 하면 일기장을 설렁설렁 훑으며 나지막이 말한다.

 "토우카는 복숭아꽃이 아니야~."

 "아니라고?"

 "토우카라고 하면 모두  너처럼 복숭아꽃(桃花)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사실 등나무꽃(藤花)을 의미하는 거야~."

 "말도 안 돼. 읽는 데는 아무 문제 없지만 토우카란 말을 듣고 누가 등나무꽃을 떠올려. 등나무꽃은 후지(フジ)라고 해야지."

 "아무도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비밀스런 별명으로 사용한 거야~. 두 사람만 알 수 있도록~. 하하하핫~."

 "무슨 소리야? 토비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혹시 토우카가 누군지도 아는 거야?"

 " 네가 아니라는 건 알지~."

 내 여러가지 물음에 단지 그렇게 대답하고는 토비가 책을 덮고 바닥에 내려놓는다.

 "말장난하지 말ㄱ…우왓…!"

 그리고 나를 번쩍 들어올리며 일어나더니 바닥의 책을 발로 툭 차서 언덕 아래로 떨어뜨린다.

 저것으로 내가 왜 억울하게 납치를 당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까 싶었는데 풀숲으로 사라져서 더는 보이지 않는다.

 "미안해 ~. 아무래도 내 주인 때문에 녀석들이 이상한 오해를 한 것 같아~."

 "?"

 답답해 미칠 것 같은데 그와 동시에 머리가 아파서 더는 생각할 여력이 없다.

 "아무래도 좋아… 얼른 집에 가자… 토비……."

 검은 코트에 스며든 차가운 기운이 나의 뜨겁게 달아오른 뺨으로 전해진다. 기분이 좋아서 무심코 토비의 가슴에 부비적거린다. 토비도 내게 살며시 머리를 기대는데 마치 '고생했어', '미안해'라고 하는 것 같다.

 "만약 나한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다음 번엔 더 빨리 구하러 와……."

 "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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