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그날 정말 우연처럼 다시 내게 찾아왔던 옛 단짝과의 만남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직까지도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려서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었던, 그저 평소보다 햇빛이 좀 더 따사로웠던 날. 슬슬 다시 정보 수집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모래 마을에 갔다가 그녀를 만났다. “린…? 린 아니야…?” 길을 걷다가 지나쳐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리운 사진 속 얼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의 사랑스러운 소녀. “…?” 그녀가 모자를 벗기 전까지는 하얀 천으로 얼굴이 거의 가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나는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 또한 나를 보자마자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냈다. “린, 살아 있었구나…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이런 곳에…….” “난 어렸을 때의 일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단지 누군가를 찾고 있어.” “누굴 찾는다고…?” “응, 그것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삶을 살아온 그녀. 나뭇잎 마을에 있던 시절 어떤 일이 있었고, 왜 그녀와 내가 똑같이 기억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심오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린은 모래 마을에 거처를 두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 밖에서 돌아다니며 생활한다고 했다. 앞으로는 나뭇잎 마을로 갈 예정이라는 것 같다. 그 전에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던 나는 약간의 고집을 부려 그녀를 아지트로 데리고 왔다. 어차피 지금은 텅 비어서 나밖에 없고, 데이다라와 토비도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자세한 것은 앞으로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그날의 재회 이후 나는 그녀와 다시 만났다는 것에 안심했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난 날 기억해낸 것들을 그녀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주었다. 덕분에 그녀는 머지않아 떠올렸다. 우치하 오비토라는 이름을, 그녀가 좋아했던 남자아이와 더불어 셋이서 함께 임무에 나섰던 나날들을. “린이 찾고 있는 사람 말야… 혹시…….” “ 네 생각이 맞아. 난 지금 카카시를 찾고 있어.” 과거의 린은 카카시란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의 단짝이었던 만큼 나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내는 순간, 나는 또 한 가지 린으로부터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하라 일족의 혈족 계승 능력, 일명 ‘분열’에 대해서. “우리 일족의 사람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생기는 능력이야.”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하고 있지만 나와 린은 같은 노하라의 피를 이어받았다. 린은 본가의 사람이었고, 나는 분가의 사람이었다. 처음 친해지게 된 계기도 다름 아닌 그녀와 내가 친족이기 때문이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딱 한 번 신께서 그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응, 예를 들어 누군가를 찾고 싶다든가, 만나서 어떤 말을 전하고 싶다든가. 너와 내가 그랬듯이 말야. 그 대신 신께서는 우리에게서 기억을 가져가시는 거야. 단지 목적만을 남겨두고, 목적을 이룬 뒤에는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린은 나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정보 수집을 해왔다. 노하라 일족의 능력에 대해서는 나도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더군다나 린은 본가의 사람이니 그녀가 알아낸 정보라면 분명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린의 목적이 카카시와 만나서 어떠한 말을 전하는 것이라면, 그에게 찾아간다는 그녀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카카시와 만나면 린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는 상관없는 것일까. (…)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고, 예정보다 빨리 데이다라와 토비가 돌아왔다. 데이다라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요조숙녀인 린에게는 상대가 테러리스트든 무엇이든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의 만남처럼 그들은 인사를 나누었고, 이따금씩 마주치면 가볍게 대화를 했다. 그런데 토비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다. 일전에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긴 했지만 막상 실제로 만나는 순간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반기는 건지, 꺼리는 건지, 뭔가 일일이 애매한 반응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왠지 모르게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도 말을 걸면 은근슬쩍 피하며 도망을 가는 것이 그 증거다. 혹시 부끄러워서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건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켜보고 있자면 묘하게 웃겨서 실소가 터져나온다. 토비에게도 사람다운 구석은 확실히 있구나. “저기, 린.” “응?” 같은 방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늘 그랬듯이 잠들기 전까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베개 위에 늘어뜨린 채 노곤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카카시와 만나서 말을 전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 네가 오비토를 찾는 일 만큼 내게는 중요한 일이야. 너라면 이해해줄 거라고 믿어.” 가지 않으면 안 될까 하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내 말도, 그런 내게 대답하는 린의 말도, 지금 두사람의 가슴에 품고 있는 그리움 만큼이나 씁쓸하다. 붙잡고 싶지만,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다. “ 너는 아직 오비토를 좋아해?” “좋아하지만… 잘 모르겠어… 난 지금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미련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그랬듯이 네가 오비토에 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 순간…….” 그때 나는 깨달았다. 린이 나뭇잎 마을에 가는 이유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찍이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기 위함이라고. 그녀에게는 어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것도 오직 하나, 그저 단짝으로서의 이해 뿐이었다. “응…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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