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쓰담쓰담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토비도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있을 것 아니야. 그럴 때는 사양말고 말해.”

 “그러니까~,  네 따뜻한 손길 하나면 위로는 충분하다는 거야~. 아님 뭐야~, 말하면 그보다 더 좋은 거 해주는 거야~?”

 “무, 무릎베개는 이제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토닥토닥 정도는…….”

 “토닥토닥은 예쁜 누나에게 받으면 돼~. 괜찮아~.”

 예쁘지 않은 내 토닥토닥 따위 필요없다 이거냐, 이 자식. 속으로 중얼거리며 토비를 은근히 노려본다. 근육이 뭉쳤는지 자신의 손으로 어깨와 목을 주무르고 있다. 이쪽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필요없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말지. 왠지 묘하게 놀아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아~, 그치만 한 가지 해보고 싶은 게 있긴 했어~.”

 “뭔데…?”

 일단 들어보고 생각해주지. 저번처럼 그리 쉽게 받아주지는 않을 거라고. 흥.

 “예쁜 누나가 그러는데, 후배위 자세로 할 때 이따금씩 남자가 ‘가지 마’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한대~. 그래서 한 번쯤은 나도 여자가 뒤에서 꼬옥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가지 말아요’ 하는 느낌으로 말야~.”

 “과연… 아저씨 취향이 어디 가지는 않는구나…….”

 “너무해~. 그래서 해주는 거야, 해주지 않는 거야~? ”

 “뭐, 그 정도는 딱히 어려운 게 아니니까…….”

 “역시 는 상냥하구나~. 그럼 부탁해~.”

 뒤돌아선 토비의 등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그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나는 그런 여성과 달리 어떤 상황이나 분위기를 연출하는 능력을 딱히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언제나 애인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일인지라 그런 역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데이다라에게는 한 번도 이렇게 해본 적이 없었구나. 이렇게 하면 남자도 기쁜 걸까. 기쁜지 어떤지 토비의 기색을 좀 살피려는데, 역시 키 때문에 널직한 등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하고 있으면 되는 거야?”

 “가슴을 좀 더 바짝 기대줘~. 남자를 붙잡기 위해 몸으로 유혹하는 듯한 느낌으로~.”

 “…….”

 하여간 남자들은 유치하다니까. 조금 전 토비의 등이 왠지 쓸쓸해보였던 것은 완전히 내 기분탓이었던 것 같다. 그래봤자 속으로 야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겠지. 으휴.

 “~.”

 “?”

 “나중에 말야… 혹시라도 내가 겁이 나서, 뭐가 정말 옳은 건지 알 수 없게 되어서, 그야말로 눈 뜬 장님이 되어 버려서, 낭떨어지밖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걷기 시작할 것 같으면,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네가 이렇게 붙잡아주지 않을래~?”

 문득 바람이 불어오고, 그 속에서 토비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들려온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조금 쓸쓸한-, 마치 이 바람과도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적에게 겁을 먹고 도망갈 때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보다 훨씬 깊은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토비는 뭐가 무서운 거야…?”

 “으음~. 전부 다~. 에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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