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다라 : 무엇을 고민하고 있느냐 오비토.
오비토 : 좀 더 빨리 올 거라 예상했는데. 늦었네 영감. 마다라 : 당초에 내가 계획했던 미래와 현재가 다르기 때문이지. 나를 예토전생 따위로 부활하게 만들다니. 윤회전생술을 쓰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녀석… 나가토는 어찌 됐지? 오비토 : 녀석은 죽기 전에 이쪽을 배신했어. 나루토 꼬마에게 감화되어 버린 모양이야. 마다라 : 나루토-?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애비와 한 번 만나보고 싶군. 오비토 : 실제로 만나게 되면 놀랄 거야. 그리고 이거… 돌려줄게. 마다라 : 내 부채를 아직 가지고 있었느냐. 과거에 내가 전장을 누비고 다닐 때 언제나 함께였던 녀석이다. 원한다면 너에게 물려주어도 좋다만. 오비토 : 고맙지만 날을 벼린 무기는 사양하겠어. 피가 낭자하는 전투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거든. 세탁하는 사람이 곤란하니까. 마다라 : …유감이구나. 이제부터 그보다 험한 꼴을 많이 보게 될 터인데. 오비토 : 예토전생도 해제했겠다, 다시 젊은 몸을 얻었으니 예전처럼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생각은 마. 마다라 : 네 꼴을 보니 말하지 않아도 그리 해야 할 것 같다. 쯧쯧… 가면과 소매 한 짝은 어디서 잃어 버렸느냐. 오비토 :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이제 팔미와 구미만 남았어. 마다라 : 10여 년 만에 선조에게 올리는 인사치고는 건방지구나. 그밖에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으냐. 오비토 : 이제 와서 무슨 예의를 따지는 거야. 마다라 : 너의 눈… '카무이'의 힘을 얻은 자는 일족 안에서 네가 유일하지. 그런 너이기 때문에 나는 믿었던 거다. 나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그 목숨과 동술을 말이다. 푸슈우우우욱──. 오비토 : !!! 마다라 : 네 그릇으로는 무리였던 모양이지? 털썩─. 오비토 : 다… 당신 기대에 못 미친 건…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갑자기 스사노오로 덮쳐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마다라 : 시공간으로 도망치지 않는 것이 용하구나. 좋다, 너를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하지. 다만 내가 실망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오비토 : 이대로 설교를 시작할 생각… 윽… 그래, 마음대로 하셔. 마다라 : 시간을 넘나들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불상사가 일어난 게다.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느냐. 있는 대로 실토하면 더 추궁하지 않을 것이나, 시치미를 뗀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오비토 : ……. 마다라 : 다른 쪽 계집의 기억을 읽어서 그동안 네놈과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아냈다. 보아하니 단단히 결계를 쳐 놓은 모양이군. 그리 하지 않았다면 찾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 오비토 : 몸에 새겨진 또 하나의 주인… 역시 당신 것이었나……. 마다라 : 이제 알겠느냐? 네가 넘볼 수 없고 넘봐서도 안 되는 존재란 말이다. 오비토 :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야…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이미 예~전에~ 조상님의 여자 전부와 붙어먹었을 녀석이거든…? 어디 감춰 놓은 애인이 더 있으면 전부 데려와 봐… 당신이 보는 앞에서 천천히 요리해 줄 테니까… 나중에 감상평도 들려 줄게. 마다라 : 입에 담기도 민망한 하극상을 당장 멈추어라. 허세 부리다 깨지지 말고 어딨는지나 말해. 오비토 : 여자가 필요하니까 너네 집 주소 좀 불러 봐라…? 잠시 후 발에 걷어차일 것을 각오하고 말하는데… X 까, 변태 할아범아. 퍽─!!! 오비토 : 역시… 퉷! 조상이든 뭐든 예쁘면 그만이지. 죄책감을 줄여 줘서 고마워. 마다라 : 계속 반항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녀가 직접 이리로 오게 하겠다. 오비토 :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군……. 마다라 : 스사노오가 몸을 관통해 있는 동안 네 주인은 점점 흐릿해질 거다. 너의 죽음을 직감한다면 결계 밖으로 나오지 않겠느냐. 그녀가 도착했을 때 네 얼굴을 알아보면 거기서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감히 쳐다볼 생각도 말고 얌전히 고개 숙인 채 반성해라. 오비토 : 얌전히… 그래… 몸이 관통됐는데 어려울 거 없지… 움직일 수만 있다면 눈앞에 있는 당신 엉덩이에 두 개의 검지와 중지를 찔러넣고 싶지만 말이야……. 마다라 : 의료닌자 계집이 요상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는 모두 회중시계를 지니고 다녔는데, 이건 손목에 차고 다니는 모양이더군. 세상에서 무엇보다 두려운 존재는 다름아닌 '시간'이라는 것이 와닿지 않느냐. 후손이라는 녀석이 조상도 못 알아보고 손을 댔으니. 과연 거기까지는 나도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오비토 : 그녀는… 안 와……. 퍼억─!!! 오비토 : 크윽… 제기랄… 노인네 제대로 회춘했구만……. 마다라 : 그녀에 대해 감히 아는 척하지 말거라.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나에게는 아내고 너에게는 조상이다. 내 여자는 내가 잘 알아. 골치아픈 녀석이 지금까지 너 하나만 있었는 줄 아느냐. 그녀는 너 같은 녀석들을 구하기 위해 언제나 목숨을 걸었다. 윤회안만 있으면 전생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시간문제니 자신 있다면 내기해도 좋다. 4시간… 아니, 2시간 안에 온다에 걸지. 오비토 : (안 돼… 안 된다고… 나랑 약속했잖아…….) (착하지 … 나는 괜찮아… 괜찮으니까…….) (집에서 나오지 마… 제발…….) (…) 최근에는 가슴의 주인이 뜨거워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불현듯 시작되었다가 머잖아 가라앉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몇 시간 전부터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점점 심해져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으… 으윽……." "으으윽……." 나는 침대에 쓰러진 채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에 시달렸다. 주인이 서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제 끝났구나. 토비도 안전하겠구나. 힘겨워하면서도 커다란 안도감이 밀려와 환하게 웃음지었다. 그리고 앞섬을 벌리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토비…?" 모종의 이유로 주인이 열렸을 때는 곡옥 모양의 문신과 같은 것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간다. 닫혔을 때는 평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세 개의 곡옥이 사륜안과 같은 모양을 띤다. 이전까지 나는 자신의 눈동자와 같은 그것을 본 뒤에 비로소 안심하곤 했다. "어… 어째서… 이런… 안 돼……."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졌거나 눈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단정지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당황하는 사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 것이 아닌 챠크라가 신체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주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안 돼… 안 돼……." "토비… 토비…!!!"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지 않겠다고. 토비와 약속하고, 자신과 약속했다.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도, 계단에서 굴렀을 때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을 기다시피 했을 때도, 나는 소중한 약속을 분명히 상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리였다. 지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덜컥─. 나는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파르르 떨리며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카부토 녀석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펜던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새 위에 올라타서 먹구름을 헤치며 멀리 날아갔다. 마을을 빠져나가도 나로서는 토비가 어딨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만 결계에서 벗어나는 순간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마치 내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먹구름은 비마을 밖까지 이어져 있었다. 넓은 평야에 이르러 내 눈동자에 푸른 불꽃이 비쳤다. 스사노오. 우치하 일족을 연구하면서 얼핏 알고는 있었다. 두 개의 만화경 사륜안을 가진 자만이 얻게 되는 힘. 그러나 내가 지상으로 내려가 급하게 새 위에서 뛰어내린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푸른 불꽃 사이로,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토비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이미 반은 죽은 상태였다. 머릿속에도, 가슴 속에도, '토비가 저기 있다'는 생각뿐. 누군가 달려가는 내 팔을 낚아챘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에 뵈지 않았다. 들리지 않았다. 나의 모든 감각은 오로지 토비에게 향해 있었다. "기다렸소." "토비…!!!" "그대를 바로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오. 이번 생에서 육체가 둘로 나뉘어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토비…!!! 토비…!!! 괜찮은 거야…?!! 어떡해…!!!" "……." "이거 놔…!!! 놓으라고…!!! 나는… 나는 남편한테 가야 돼…!!! 꺄!!!" 양팔이 찌릿 하고 아픔에 반응함과 동시에 내 의식은 그에게 압도되었다. 초상화 속의 그림으로만 알고 있던 존재. 우치하 마다라. "그대의 남편은 나요." 마다라가 내 앞을 막아섰다. 그에게 가려져 토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절망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며칠 동안 머리에 붕대를 감고 지내며 고생한 끝에 겨우 볼 수 있게 됐는데. 다시 어둠이 빛을 앗아가 버린 기분이었다. 마음이 죽고, 눈의 감각도 죽고, 하나씩 죽어 갔다. 시야에 피눈물이 가득 흘러넘쳤다. "내 눈을 보시오, 부인." 윤회안이라는 강력한 주박. 내게 무엇을 보여주든, 무어라 말하든, 나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토비… 토비를 보게 해줘……." "그 전에 먼저 받아들이시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억 중에서 나를 가장 강하게 휘어잡은 것은 하늘을 다 뒤덮을 만큼 흐드러지게 피어난 등나무꽃이었다.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은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경치에, 달큰한 향기에, 마음을 허락하고, 몸을 허락하고, 서로에게만은 전부 허락해 버렸다. 그때로 돌아간 듯이. 거듭되는 싸움에 거칠어진 마다라의 손이 내 뺨을 감쌌다. 입술이 겹쳐졌다. 달콤한 꿈과 악몽을 동시에 꾸는 기분이었다. 과거와 현재의 상반되는 기억이 신기하게도 완벽하게 짜맞추어졌다. 무려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헤어져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살아가는 동안에도 기억하고 있었겠지.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은, 마다라는, 이번에도 분명히, 누가 뭐라 하든 같은 일을 반복하겠지.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초상화 속 미남자. 그와의 입맞춤은 상상과 달리 비릿한 피맛이었다. "……."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나는 얼음벽 안에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그런데도 눈앞의, 얼음 안에 갇혀 있는 모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이즈나를 비롯해 전장에서 싸우다 안타깝게 숨을 거둔 이들. 그리고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 토우카가 있었다. 나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눈물을 삼키고 근처의 커다란 얼음을 집어들었다. 이전에는 그냥 돌아가야 했지만, 오늘은─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나아가서 얼음벽을 박살냈다. 와장창──. 눈물이 흩뿌려져 반짝이는 결정체로 변했다. 토우카가 눈을 떴다. 우치하 일족 고유의 하얀 피부와 검푸른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매. 붉은 눈동자는 만화경 사륜안이었다. 그녀는 나 같은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강하고, 현명하고, 귀중한 여인이었다. 그런데도 마치 같은 것처럼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토우카에게 다가가 그녀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얼음처럼 투명해지더니 내게 서서히 스며들었다. 마침내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얼음벽 세계에 어둠이 내려앉고 하늘에 붉은 달이 떴다. 내 마지막 기억. 내가 봉인되었던 날.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때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수십 년간 억눌려 있던 슬픔이, 고통이, 한꺼번에 해방되어 비로소 자유를 찾았다. 피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믿었던 일족에게 배신당해, 무참히 버려져,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내 안에 생명이 숨쉬고 있다고,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죽은 뒤 아마 그들도 놀랐겠지. 등골이 싸늘해졌겠지. 아이는 죽고 내 영혼은 사당 안에 갇혔다. 나는 내 아이의 죽음으로 죽기 직전에 만화경 사륜안을 개안했다. 이것은 내 비극. 그리고 내 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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