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하니 이런 외진 곳에 온천을 운영하는 가게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린과 함께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커다란 탕에 몸을 담고 있으니 기분이 노곤해지면서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하다.
“여기 정말 좋다-.” “그러게-.” 그 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느긋이 온천을 즐기는 생각 같은 것은 해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그런 것을 시간의 사치라고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와보니 가끔은 이런 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정신적인 힐링이랄까, 안개 낀 새벽에 야외 온천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품위 마저 느껴진다. “선배~. 보세요 제 피부~. 매끈매끈해요~. 햐~.” “뭐냐, 기분 나쁘게. 그보다 탕에 들어올 때만이라도 가면은 좀 벗어. 음.” 대나무 장대로 엮어 만들어진 높은 벽 너머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통 수다를 떠는 것은 여자들 쪽인데, 오히려 린과 내쪽이 조용히 온천욕을 즐기고 있고 건너편의 토비와 데이다라가 아까부터 조잘조잘 얘기를 하고 있다. 우리들 외엔 아무도 없어서 듣지 않으려 해도 들려오는데, 임무에 관련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실없는 농담짓거리다. “선배, 제가 양머리 만들었어요~. 써주세요~.” “너나 써라. 어울릴 것 같은데. 음.” “이런 귀여운 아이템은 선배처럼 여리여리한 남자가 써야 어울린다구요~.” “그렇지만도 않아. 지난 번 네가 그 곰발바닥으로 티스푼을 쥐고 있는 걸 보고 귀여움에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깐 이리와봐, 음.” “꺄~. 싫어요오옷~.” “ㅍ하하하핫! 역시 잘 어울리잖아! 음? 늑대에게 당하긴 커녕 오히려 늑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비주얼! 이런 귀여움을 어디서 보겠냐,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마라. 음.” 다 큰 어른들이 탕에서 첨벙첨벙 뭐하는 거야. 정말이지 못 말려. “시끄러웟! 우리는 평화롭게 온천욕을 즐기고 싶으니까 좀 조용히 해!” “네애애~. 죄송합니다아~.” 하지만… 젠장, 나도 보고싶다. 양 토비. 데이다라 네가 뒤늦게 알아차린 그 덩치 큰 귀여움을 나는 진작에 깨닫고 있었다고. 토비의 손에 티스푼이라니, 본 적은 없지만 생각만해도 귀엽잖아. 언제 한 번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쥐어줘야겠다. “선배는 다리에 왜 이렇게 털이 없어요~? 아직 미성년자라서 그런가~?” “그게 아니라 원래 털이 없는 편이야. 그러는 너야말로 듬성듬성하잖아.” “그렇네요~. 하지만 지금은 가 뽑아놔서 더 없는 거예요~.” “아아? 가 네 다리털을 왜 뽑아? 그리고 넌 왜 앞에서 맨다리를 내놓고 있는 거야?” “잘 모르겠어요~. 뽑으면 아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원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미안, 데이다라. 내가 토비의 신발이랑 양말을 벗겼어. 털을 뽑은 이유는 그냥 심심해서. 부디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아줘. 뭣하면 다음에 네 털도 뽑아줄게. 금발이라서 잘 보이지 않겠지만. “(어질)” “린, 괜찮아? 뜨거운 탕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만 나가자.” “응…….” 휴식이 필요한 듯 보이는 린을 부축해 그녀와 함께 일어난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려, 벽 너머의 남자들에게 들릴 법한 목소리로 말한다. “데이다라, 우리 먼저 나갈게. 이따가 가게 앞에서 보자. 그리고 토비, 엿보면 죽을 줄 알아.” “난 내 능력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지 않아~. 도 참~.” 노크도 없이 벽을 통과해서 내 방에 멋대로 들어온 게 아주 그럴 듯한 예라고 생각하는데. 문득 울컥 하는 기분이 들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다. 나중에 다리털이나 그냥 확 다 뽑아 버려야지. (…) 데이다라 : 알아보니 어떻더냐? 음? 토비 : 전제는 일전에 말씀드렸던대로예요~. 문제는 분열된 몸이 최초의 목적을 이룬 뒤에 어떻게 되느냐인데… 아무래도 그게 좀……. 데이다라 : 역시 사라져 버리는 건가. 기가 막히는군. 토비 :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데이다라 : 뭘 말이냐? 토비 : 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알아보셨을 거 아녜요~. 도 일단 노하라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정황상 지금의 린 씨와 같은 분열체일 가능성이 높아요. 데이다라 : 그래서? 토비 : 그래서라니, 의 목적이 뭔지 아시잖아요~. 노비타 씨를 찾는 건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는 게……. 데이다라 :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겠지. 너도 지금 마음 속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잖냐. 분하긴 하지만 그녀가 나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게 바로 그 노비타 놈이다. 음. 토비 :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뭐가 어쨌든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지 불보듯 뻔한 일인데, 강제로라도 포기하게 해야죠. 선배는 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려도 상관없는 거예요? 데이다라 : 사람이 자신의 목숨보다 우선시하는 일은 원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노비타 놈 때문에 더 이상 와 멀어지고 싶지 않아. 음. 토비 :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라… 이제보니 예술가라는 것도 한 번 해봄직한 직업이네요,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대로 생각하고 원하는대로 결론지어 버리니 속 편해서 참 좋겠어요. 데이다라 : 그러는 너는 무얼 그리 초조해하고 있는 거냐? 이건 나와 의 일이고 너와는 상관없으니 신경 꺼라. 음. 토비 : ……. 데이다라 : 애당초 지금 남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너는 괜찮은 거냐? 토비 : ? 데이다라 : 린 씨가 저렇게 가면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냐 이 말이다. 음. 토비 : …그거야말로 저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 데이다라 : 반했던 거 아니었냐? 토비 : 애인도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선배가 있는데 반한 여자쯤이야 뭐가 아쉽겠어요. 데이다라 : 어이, 입 조심 해라. 음? 토비 : ……. 데이다라 : 금방 잊어 버릴 것 같으면 이런 얘기는 꺼내지도 않아. 딱 보니 네가 그 여자를 적잖이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넋이 빠져서는 임무에 차질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말야. 음. 토비 : 어차피 무언가를 넣을 수는 있어도 밖으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데이다라 : 하? (설마… G자…?) 토비 :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마시라는 뜻이예요~. 하하핫~. 데이다라 : ……. (아니, 그건 아닌가.) 토비 : 그보다 선배~. 이따 나갈 때 바나나 우유 사주세욤~. 데이다라 : 어린애냐, 너ㄴ… 음… 그래, 그 정도는 얼마든지 사주마. 음. 토비 : 어라, 왠지 오늘은 상냥한 선배네요~? 데이다라 : 곰발바닥 같은 손으로 쬐만한 우유를 쥐고 있는 게 볼만하겠다 싶어서 말이다. 토비 : 헤헷~. 그럼 잘 먹겠습니다아~. 선배 사랑해요~. 데이다라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와서 어깨 주물러. 음. 토비 : 뭐 좋아요~. 그 정도는~. 주물주물-. 토비 : 시원하세요~? 데이다라 : 음…;; 역시 곰발바닥이라 파워가 다르군…;;; 토비 : 선배~. 조금 전에 제 말이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데이다라 : 뭐야, 오늘은 귀여운 후배잖아. 됐다. 신경쓰지마라. 음. 토비 : 실은 말이죠~. 저는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를 한 번 잃은 경험이 있어서~. 데이다라 : ……. 토비 : 뿐만 아니라 선배도 걱정이었어요~. 저랑 같은 일은 겪지 않았으면 해서요~. 데이다라 : 너는 알다가도 모르겠군. 음. 토비 : 네? 데이다라 : 좋은 녀석인지, 좋은 척하는 녀석인지, 솔직히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음. 토비 : 선배의 눈에 보이는대로 믿으시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늘 그렇듯이요~. 데이다라 : 예술가라고 해서 언제나 제멋대로인 것은 아니야. 음. 토비 : 네애~. 한수 배웠습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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