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토비가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곧장 나의 방으로 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내게 뭔가 할 얘기라도 있는 걸까. 어쨌든 지금은 거실에 볼일이 있다. 어차피 오늘도 같은 침대에서 잘 테고, 얘기는 이따가 천천히 들어도 상관없겠지. 평소보다 조금 짧은 느낌의 인사를 나눈 뒤 방을 나가려는데, 토비가 내 앞으로 슬쩍 다가온다. 우연인가 싶어 잠시 멈칫 했다가 옆으로 피해 가려 하니, 그가 또 다시 슬쩍 다가와서 내 앞을 막아선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일부러다. "토비…?" "코트 벗겨줘야지~." "스스로 할 수 있잖아……." " 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언제나 제멋대로인 토비이지만 그가 내게 이런 식의 응석을 부리는 일은 그다지 없다. 토비가 내게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내 '몸' 뿐. 문득 생각하자면 한숨이 나올 것 같다. 뭐, 그런 일에 비하면 코트를 벗겨주는 것 정도는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붉은 구름 문양이 새겨져 있는 아카츠키의 코트는 목부터 허리 부분까지 세 개의 단추가 달려 있어 열거나 닫거나 할 수 있다. 벗을 때는 툭 툭 툭 하고 은근히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신장에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첫번 째 단추를 열면 목이, 두번 째 단추를 열면 가슴이, 세번 째 단추를 열면 허리 부분이 드러난다. 데이다라 때도 몇 번인가 생각했던 것이지만─. 토비의 몸매 때문인가, 왠지 야릇한 느낌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속으로 고개를 휘휘 젓고는 토비의 코트를 옷장 안에 걸어둔다. 옷장의 문을 닫은 뒤 나가려 하자 토비가 내 팔을 덥석 붙잡는다. 이번에는 뭐지. 가만히 서 있으니 그가 내 앞으로 살며시 반대쪽 손을 내민다. 그렇잖아도 커다란 손에 검은 장갑까지 끼고 있으니 정말 곰의 발바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의 손을 눈짓으로 가리키는 토비. 아무래도 벗겨달라는 것 같다. 오늘은 응석을 부리기로 작정한 건가. 아니, 그래도 여전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한숨을 삼킨 뒤 검은 장갑을 벗기노라면 그가 나를 붙잡고 있던 손도 앞으로 내민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자신의 오른손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양쪽 손의 장갑이 다 벗겨지자, 그가 내 뺨과 머리카락을 쓰담쓰담 만져주며 말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거야~?" "응… 조금……." "얼른 끝내고 돌아와~."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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