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쪽 어깨는 아프니까 이쪽으로 와~.”

 왠지 아저씨 같은 대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원래 앉으려던 자리의 반대쪽으로 넘어가 털썩 앉는다. 토비의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니 뭔가 꼭 맞는 듯한 느낌이랄까, 단단하지만서도 베개보다 포근해서 기분이 나른해진다.

 “토비, 등에 팔 걸리적거리니까 앞으로 빼.”

 “으응~. 잠깐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문득 토비의 몸이 살짝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단단한 팔이 어깨를 감싸온다. 내 말은 본인의 앞으로 빼서 무릎 위에 올리든가 하라는 거였는데. 어깨를 감싸는 것 뿐만 아니라 손이 닿은 곳을 살며시 움켜쥐니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자상한 남자친구다.

 잔잔한 바람 소리를 베이스로 새들의 다양한 울음 소리가 묘한 리듬이 되어 들려온다. 이런 평화 속에서도 가슴 한 구석에는 늘 불안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가련하고, 한편으로는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은 내려놓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며 좀 더 깊은 안락함을 찾다가 자연스레 잠에 빠져든다.

 앗, 오비토다.

 ‘안녕~! 오비ㅌ…’

 ‘쉿-.’

 ‘?’

 수련을 하다가 휴식을 취할 때 종종 찾곤 하는 나무 그늘 아래 두 사람은 앉아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남자아이 오비토, 내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린. 수련이 고단했던지 오비토는 평소의 단정한 모습이 살짝 흐트러져 있었고, 린은 그런 오비토의 어깨에 기대어 사랑스런 얼굴로 잠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기분은 지금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 작은 가슴으로 견디기가 쉽지만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별 것 아니라고 해도 그때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으니까.

 두 사람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 쉬다가 문득 오비토를 돌아보았을 때, 분명 린 만큼이나 지쳐 있었을 터인데도 그의 얼굴에서는 피곤함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내가 평상시 그를 바라볼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이 그의 두 눈에 비치고 있었다.

 린은 좋겠다. 오비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 수 있어서.

 그래도 별 수 없는 아이였던지, 나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머지않아 잠들었다. 두 눈이 스르르 감기며 의식이 완전히 멀어지기 전, 눈물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던 것 같다.

 “(부들부들)”

 “음~? 추운 걸까나~?”

 “…….”

 “그게 아니구나~.”

 무언가 뜨거운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과거와 현재의 마음이 이어져서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아픔이 지금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곁에 상냥한 손길이 있다. 익숙한 천의 질감이 머리와 뺨에서 느껴진다. 쓰담쓰담. 눈물을 닦아준다.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마음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다.

 “일어나 버렸네~. 지금이라면 야한 짓 해도 모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였는ㄷ…”

 와락, 터무니없는 농담에 화를 내는것보다도 먼저 토비를 두 팔로 꼬옥 끌어안으며 그의 품에 안긴다. 조금 놀란 듯 그가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괜찮다는 듯이 내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준다. 커다란 손이 언제나와 같이 기분 좋다.

 “아~. 마지막으로 해소하러 간 게 언제지~. 괴로워~. 하지만 뭐, 이 정도로도 충분히 따뜻하니까 일단은 참을까~. 으으응~.”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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