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잖아도 짧은 인생에 두 번이나 전쟁을 겪게 되다니. 다툼에도 죽음에도 무덤덤해졌지만 두려움은 어린 시절과 다름없다. 이렇게 어지러울 때 강한 바람을 막아 줄 따뜻한 안식처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허브차는 평소에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인데 마시면 마음이 안정되어서 좋다. 테이블에 잔을 내려 놓고 괜스레 허전한 배를 쓰다듬었다. 토비는 언제쯤 돌아오려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쪽─. 뺨에 부드러운 입술이 가볍게 부딪혔다. "(깜짝)" "놀라는 걸 보니 마침 내게 키스 받는 상상을 하고 있었나 보군." 혼자뿐인 집안에서 갑자기 다른 이의 인기척이 느껴진다면 달리 누구를 떠올릴까.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뒤를 돌아보았다. "토비……." 검은 천으로 반쯤 가려진 얼굴. 흉터가 있는 뺨을 쓰담쓰담 어루만졌다. "바쁜 일은 끝난 거야?" 그는 조용히 내 손에 기대어 미안함을 전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말했듯이 이번 임무는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나마나 걱정하고 있을 테니 너에게 얼굴을 보이러 왔다." "아직이구나……." 기대와 다른 대답. 힘 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너무 실망하지 마라. 잠시 떨어져 있는 것뿐이니까." 눈을 가리고도 상대의 기분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나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사실 나보다 토비가 내 기분을 더 잘 읽는다. 내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곰발바닥으로 달래 주지만 시들어 버린 꽃은 다시 피어나지 않았다. "키스해 줄게." "……." "마음 아프게 할 거냐." "……." 몸의 방향을 돌려 앉아 외면해 버렸다. "나… 눈치챘어… 분신하고는 키스하고 싶지 않아… 본체가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본체의 나는 조금만 기다리면 멀리서도 너와 키스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지금쯤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두근두근하든지 말든지. 알게 뭐야."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차갑게 말하고는 속으로 자신을 탓했다. 그래도 토비는 굉장히 너그럽달까, 내가 질투를 하든 투정을 부리든 털털하게 웃어 넘기거나 부둥부둥하면서 다 받아주는 편이다. 자꾸만 아이처럼 굴게 되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뚱해져 있으니 토비가 옆으로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았다. "그럼 한 번만 억지로 해도 될까?" "물어보는 시점에서 억지가 아니잖…" 쪽─. "바깥은 위험하니 절대, 절대, 집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토비가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할 정도면 정말 위험하다는 거겠지. 마지못해 받아들이고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얌전히 기다리자 마음을 다잡았다. 본체가 아니라 해도 이렇게나마 볼 수 있다면 당연히 기쁘다. "있잖아 토비… 혹시 카부토랑 같이 있어…? 그 녀석도 요즘 통 안 보여……." "너한테 그런 짓을 하고 내가 무서워서 도망갔나 보지." "아직 화 안 풀렸구나……." "……."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무거운 침묵에 주눅이 들었다. 굳게 다문 토비의 입술은 여전히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언제부터 그쪽만 쳐다보고 있었더라. 묘한 초조함에 긴장하고 있노라면 토비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기다렸던 키스.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올리고 지그시 누르기도 하면서 나를 애태웠다. 뜨거운 혀가 들어오니 참을 수 없었다. 몸이 저절로 움직여 토비를 끌어안으며 그에게 매달렸다.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고 나서도 여운이 짙게 남아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는 나 몰래 그러지 마. 알겠지." "갑자기 오비토 말투가 됐네… 왔다 갔다… 너도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거야…?" "그런가 보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토비가 내 머리를 쓸어내렸다. 예쁘다, 예쁘다. 다섯 살짜리 여자애를 다루는 손길. 다른 사람들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는 모습임에 틀림없는데 어째서 가슴이 조여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괴로움에 신음하며 와락 안겼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듯이 토비도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고,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머리부터 뺨을 타고 내려오는 커다란 손이 더할나위없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 츠나데 :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죽이고… 그러다 닌자가 생겨나고, 이와 같은 세상이 만들어진 것. 아무리 그렇다지만 내가 죽기 전에 이 지옥을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군. 내 임기 동안 벌어진 일이니 책임지고 막아야 해. 하지만 내게는 지나치게 무거운 짐이야.) 츠나데 : (평화라는 건 역시 철부지 영감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나. 망할 할아버지, 나뭇잎도 호카게도 당신이 만든 거잖아. 거기서 뻔뻔하게 내려다 보고 있지만 말고 유령으로라도 나타나봐. 어떻게 좀 해 봐. 설마하니 지라이야 놈과 희희덕거리면서 시답잖은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츠나데 : (지라이야 이 놈… 그러니까 말했잖아, 나는 호카게 같은 거 하기 싫다고. 너나 하라고. 네가 호카게였다면, 죽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몰라. 처음부터 억지로 떠맡은 거였으니 나중에 나를 탓하지나 말아.) 츠나데 : 하아─. ──────. 츠나데 : 누구냐. 지금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급하게 보고할 사항이 아니라면 방해하지… 토비 :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5대 호카게, 츠나데 공주. 츠나데 : 너… 너는…! 토비 : 안녕하신가. 츠나데 : 마다라…? 토비 :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그 얼굴은 언제 봐도 놀라워. 진짜 나이를 물으면 가르쳐 주려나? 츠나데 : 네놈이 알 필요 없다! 토비 : 나이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니 영락없는 늙은이로군. 츠나데 : 배짱 한 번 두둑하구나. 적진 한가운데, 심지어 내 앞에 당당히 나타나다니. 휙─. 스르르─. 츠나데 : 역시 통과시키는가. 비겁한 놈! 토비 : 기껏 폼 잡으면서 등장했는데 할멈에게 얻어터질 수야 없지. 그 주먹을 정면으로 막았다간 내 의수쯤은 가볍게 박살날 거라는 사실을 아는데. 쓸데없이 열내지 말고 냉정하게 얘기를 나눠 보자고. 아랫것들처럼 모양 빠지게 싸우고 싶지 않아. 츠나데 : 원래 내 스타일은 문답무용이다. 허나 호카게로서 네놈의 말을 들어 주지. 그런 다음 자신의 스타일대로 하겠다. 토비 : 이제 앉아도 될까? 츠나데 : ……. 츠나데 : (내가 반 백살 먹고도 이런 상황에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니. 건방진 놈, 다리 꼬고 앉는 폼 좀 봐. 다른 건 몰라도 이 놈만은 반드시 조진다. 지라이야, 네가 내 목욕탕을 훔쳐봤을 때처럼 늑골 6대쯤은 가볍게 부숴 줄 테니까 잘 보라고.) 토비 : 다음 호카게 자리는 하타케 카카시에게 넘길 생각인가? 츠나데 : 어째서 지금 그런 것을 묻지? 토비 : 무거운 얘기가 시작되기 전에 분위기 좀 환기시키려는 거야. 할멈도 여자니까 잘생긴 낯짝을 가진 남자라면 좋아할 거 아니야. 츠나데 : (부들부들) 토비 : 아냐? 츠나데 : 네놈이 정말 마다라가 맞다면 어린 것들처럼 이 따위 농담을 지껄일 리 없어. 토비 : 모르는 일이지. 내가 누구에게 농담을 배웠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만약 여기서 진짜 마다라가 나온다면 꽤 볼만 하겠어, 안 그래? 혹시 할멈은 그쪽이 취향이야? 츠나데 : 시답잖은 농담은 집어치워라. 이제 네 정체를 밝힐 차례다. 토비 : 한때 마다라의 제자였던… '야망의 잔재'라고 하면 맞겠군. 어쨌든 이 전쟁을 시작한 건 나야. 그리고 오늘은 내가 일으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온 것이다. 츠나데 : 지난 전투 때 연합군 안에서만 5만 명이 죽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네 멋대로 끝내겠다? 지금까지의 일이 전부 네놈의 변덕 때문이었다고 모두에게 설명할 셈이냐? 어림없는 소리다! 토비 : …야쿠시 카부토라는 놈을 찾고 있다. 지금 예토전생을 조종하고 있는 녀석 말이다. 츠나데 : 녀석은 너와 한패였을 터. 어째서 찾아 다녀야 하는 거지? 토비 : 얼마 전 녀석이 내 여자에게 민폐를 끼쳤어. 내가 죽일 것을 알고 미리 도망쳤더군.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는데… 모습을 감추면 찾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 과연 오로치마루의 부하였던 놈다워. 츠나데 : 뭔지 몰라도 대단한 민폐를 끼쳤나 보군 그래. 토비 : 신성모독이나 다름없지. 그리고 아마도 녀석은 짐작하고 있었을 거야. 자신이 마다라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테니까. 츠나데 : 마다라를 되살린다고…? 예토전생으로 말이냐! 토비 : 마다라에게 예토전생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아. 어쩌면 이미 카부토의 통제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르지. 장담하는데 지금 연합군의 전력만으로는 절대 그를 막지 못해. 아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츠나데 : 진심으로 전쟁을 끝내고 싶은 거라면 어찌하여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냐? 토비 : 마다라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츠나데 : 이대로 계속 희생량을 늘리겠단 말이냐? 토비 : 내게 생각이 있어. 츠나데 : 도대체 어떻게 마다라를 막겠는다는 거지? 토비 : 그 얘기를 지금부터 하려는 거다. (…) 카카시 : 전장에 나오면 이렇다니까. 평소에 그렇게 멀끔하던 녀석들이 단 며칠 만에 거지 꼴로 변하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자, 자. 잠깐 휴식 줄 테니까 오늘밤에는 교대해 가면서 좀 씻고, 각자 장비를 점검해라. 하루가 일 년처럼 길게 느껴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니까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부하 : 대장도 아까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탓에 애써 통증을 억누르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괜찮다고 말씀하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결코 가벼운 부상이 아닙니다. 더 늦기 전에 의료닌자에게 보이시는 게… 카카시 : 그동안 벼나별 적을 다 상대해 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야. 죽여도, 죽여도,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괴물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그야말로 정석대로 들이닥치는데도 속수무책이군… 지난 습격에서는 의료닌자만 노렸어… 의료닌자만……. 부하 : 걱정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럴수록 더… 카카시 :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겠나. 딱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어. 내게는 나만의 치유 방법이 있거든. 아주 잠깐이면 돼.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부하 : 대장만의 방법… 그것은 도대체……. 스스스─. 카카시 : (시공간에 들어가 마누라와 똑같이 생긴 av 배우의 사진을 보면서 혼자 푹 쉬는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부하한테는 솔직하게 말 못한다고.) 카카시 : 여보… 잘 있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나는 당신이 무사하다고 믿고 있어… … ……. 토비 : 과연 기분 나쁘군… 그런 말투로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은……. 카카시 : 으잉? 뭐, 뭐…(두리번두리번) 토비 : 여기다. 바보 카카시. 카카시 : 어떻게 여기에…;; 토비 : 프라이버시한 공간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는 건 처음이라 놀랐나? 따지고 보면 집주인은 나고, 너는 어디까지나 세입자인데 말이야. 카카시 : ……. 토비 : 가끔은 별다른 이유 없이 들어와서 눌러앉아 있는 너 때문에 내가 곤란했다. 모른 척하는 것도 골치아프더군. 카카시 : 믿을 수 없어……. 토비 : 가면 안의 얼굴을 본다면 믿을 테냐? 오른쪽 뺨의 흉터 덕분에 '누구세요'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피할 수 있겠구만. 카카시 : 너는……. 토비 : 생각보다 싱거운 재회가 되어 버렸지만 이 정도는 말해 주어도 좋겠지… 안녕 친구여. (…) 카카시 : 뭐가 '안녕 친구여'냐. 멍청이가. 토비 :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나는 아직 너를 용서하지 않았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카카시.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하게 하는 거냐. 카카시 :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멀쩡하게 나타나서 '나다'라고 한들 못 믿는 게 당연하지. 설득력 없는 보류 주제에 보채기만 하고 말이야. 토비 : 낡아빠진 별명을 꺼내들어 자존심을 건드리다니 비겁한 자식 같으니. 한 번만 더 보류라고 말해 봐라. 죽은 린의 이름을 걸고 네놈을… 카카시 : 그런 이유로 싸우는 거라면 사양이야.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그리고 또 다른 린은 지금 마을에 잘 있으니까 함부로 죽은 사람 취급하지 마. 토비 : 린… 무사했나… 그렇다면 혹시… 무언가 운명을 피할 방법이… 다음에 천천히 들어 주도록 하지. 이 정도 얘기했으면 충분하다. 믿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해라. 카카시 : 한 가지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어째서 마다라를 배신하고 마음을 바꾼 거지? 토비 : 처음부터 녀석을 따를 생각은 없었다. 나는 마다라와 달라. 그리고… 미안하지만,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 카카시 : 아까부터 뭐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는데? 토비 : 끈질긴 녀석이군. 우리 집 강아지가 분리불안이 있다. 됐냐? 카카시 : 개를 기르는 거야? 토비 : 어느 성질 더러운 개감탱이한테 질려서 그런 거 안 길러. 카카시 : 그럼 강아지라는 게… 설마……. 토비 : 이제 한계야… 정화가 필요해… 나의 천사… 천사……. 카카시 : 잠깐 기다려. 토비 : 뭐야?╬ 카카시 : 이거 가져갈래? 그… 재회의 선물로. 토비 : 선물 같은 건 필요없… 뭐냐 이게? 카카시 : 으음… 일단, av라고 해 두지. 토비 : 장난하냐? 너랑 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해? 카카시 : 배우의 얼굴을 잘 봐. 굉장히 익숙하지 않아? 토비 : ……. 카카시 : 세 개나 있으니까 너한테 하나 줄게. 전쟁 중에 여러 가지로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잖아. 토비 : 이것은… 그런 것이로군… 역시 카카시… 어디서 이런 귀한 걸……. 카카시 : 내 경험을 말하자면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꿈이 실현됐어. 절대 후회 안 할걸. 나중에 한가해지면 같이 보자. 토비 : 한가해지면… 생각해 보지. 그때까지 제대로 살아남아라. 카카시 : 듣자하니 너도 이제부터 만만찮게 힘들어질 것 같은데. 너야말로 두 번이나 죽지 말라고. 토비 : …부탁이다. 카카시 : …부탁이야. (…)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었다. 이만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면 오늘도 혼자 자야한다는 뜻이겠지.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기로 약속해서 하루종일 가사 외에 할 일이라고는 책을 읽는 것 정도밖에 없었다. 일기는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마치 자신이 토우카가 되어 일기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재밌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로맨스 감정이 생겨났다. 일기 속 마다라는 내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 조금 다르다. 후반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토우카에 대한 마음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어서 사뭇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뭐랄까… 나쁜 남자임은 분명한데, 아아, 모르겠다. 나는 꼭 이런 악당에게 끌리더라. 후후훗. 상상으로나마 만나서 얘기해 보고 싶다. 어차피 옆에 남편도 없겠다. 책갈피로 사용하던 초상화 사진을 수줍게 쓰다듬으며 소녀감성을 꽃피운다. 딱히 바람피우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너무 잘생겼잖아. 우우우우. 쪽─. 오늘부로 당신을 내 꿈남친으로 인정합니다. 남편도 그 정도는 이해해 주겠다고 했으니까 문제 없다. 일기는 무언가 새로이 시작됨을 암시하며 끝났다. 내 멋대로 뒷이야기를 지어내도 되려나. 일단 첫 페이지에서 두 사람이 극적으로 재회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구처럼. "토우카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닌 거지요? 그 말은 그녀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다시 살아난다는 뜻인가요?" 당신이 직접 나타나서 가르쳐 준다면 좋을 텐데. "…마다라." (…) ────────. ──────. 마다라 : (이마의 푸른 천으로 그 옛날 평화를 꿈꾸었던 내 의지를 후세까지 전하겠다 했던가.) (이보게, 하시라마여. 결국 내 말대로 되었잖나. 자네는 저 '忍'이라는 글자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전해진 것은 반복되는 절망과 의미없는 희망고문뿐일세. 나는 전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말했네. 진정한 평화 따위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이미 답이 나와 있는데 어찌하여 보지 못하는가. 자네는 이룰 수 없는 허망한 꿈과 함께 언제까지고 그렇게 잠들어 있으면 돼. 지난 수십 년 간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 순간만을 기다렸네. 예토전생인지 뭔지 토비라마 놈의 더러운 술법에 의해 부활한 것은 대단히 실망이네만…) 마다라 : 뭐, 상관없다. 이제부터는 내 방식대로 싸우고, 부수고, 빼앗고, 쟁취할 것이다. (이 세상이 내게 허락하지 않은 모든 것… 나의 여자…….) (지금도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후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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