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은 뒤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린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 아지트 주변의 풍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가 커다란 고목들로 이루어진 숲이고 또 하나가 높은 암벽들로 이루어진 산이다.

 지난번에 약초를 채집하러 숲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산에 가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대가 낮은 산책길을 걷고 있었는데, 우연인지 뭔지 하늘을 날고 있던 두 남자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오늘 돌아온다는 말 없었잖아.”

 “가끔은 깜짝 놀래켜주려고 했다만, 이런 곳에 나와 있는 줄은 몰랐군. 음.”

 “데이다라, 임무 중에 제대로 식사하고 있어? 그새 야위었네.”

 쓰담쓰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데이다라의 뺨을 어루만지고는 뒤늦게 토비와 린을 의식하고서 얼굴을 살짝 붉힌다. 오히려 데이다라 쪽이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멀리까지 다녀오느라 고생했어. 오늘 저녁에는 데이다라가 먹고싶은 거 뭐든 다 해줄게.”

 “먹고 싶은 것만?”

 “…….”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서둘러 감추며 데이다라의 가슴을 짝 때린다. 반면 그는 단지 짓궂게 웃으며 내 뒤통수를 쓰다듬어준다.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토비와 린이 쓸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싹싹하고 똑부러진 린은 걱정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토비 씨도 고생하셨어요.”

 “네, 네애~.;;”

 멀뚱이 서 있는 토비의 팔을 자근자근 주무르며 상냥하게 웃어주는 린의 온화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은 이쪽에서 봐도 왠지 가슴이 두근 한다. 여자가 봐도 반할 것 같은데 남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문득 데이다라가 신경쓰여서 그를 돌아보니 다행히 사각 방향이랄까, 갓의 천에 가려져서 저쪽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나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적어도 데이다라에 한해서 그런 것은 괜한 걱정이겠지. 문득 자신이 조금 바보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토비는 역시 오늘도 린에게 부끄러워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저기, 토비 씨. 아지트로 돌아가기 전에 저랑 잠깐 산책하지 않으실래요?”

 “네~?! 아, 저, 저는~.;; 조, 좋아요~.;;;”

 차마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서둘러 입을 막고는 데이다라의 가슴에 기대어 얼굴을 감춘다. 문득 고개를 모로 돌리는 데이다라의 어깨도 웃음을 참는 듯 조금 떨린다. 조금 전 토비의 당황하는 모습을 역시나 봤던 모양이다.

 “그럼 방해꾼들은 빠져드릴 테니 두 사람은 잠시나마 오붓한 시간 보내세요.”

 조금 서두르는 느낌으로 린이 토비의 팔을 이끌며 장소를 떠난다. 만약 내가 그녀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면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혹시?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나와 데이다라를 위해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다. 토비도 눈치가 있으니 그 정도는 알고 따라가는 거겠지. 그의 마음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토비라면 그저 린과 단둘이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

 “응?”

 “토비 녀석의 관심이 네가 아닌 린 씨에게 향해져서 아쉬우냐? 음?”

 “아, 아쉬울 리가 없잖아.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토비에게 그런 마음이…”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여자로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네가 쓸쓸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거야.”

 “…….”

 “지난 번 너와 다툰 이후 나는 마음을 조금 달리 먹게 됐다. 이제 나 하나만므로 충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아. 단지 네가 너무 외로워 말았으면 좋겠다.”

 어째서. 데이다라는 어째서 내게 이렇게까지 양보를 해주는 걸까. 그 동안 자신이 데이다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몇 번인가 반성을 하긴 했지만 그의 독점욕이 강한 것 만큼은 잘 알고 있다. 그가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 또한 지난 번 다툼 때 알게 되었다.

 따지고보면 모든 잘못은 내게 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데이다라가 내게 져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정말 어느 쪽이 연상이고 연하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연인 사이라지만… 아니, 연인 사이이기 때문에 더욱 서로를 위한 마음은 일방적이 아닌 양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부족한 점들을 다 이해해주고 포용해주는 데이다라에게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

 토비 : 이런 곳에 폭포가 있었네요~.

 린 : 토비 씨, 모르고 있었나요?

 토비 : 네, 이쪽으로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어서~.;;

 린 :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예요. 여기서 가만히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토비 씨가 숲에 자주 가는 이유도 그런 거지요? 낮잠을 자긴 뭐하지만 명상을 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예요.

 토비 : 리, 린 씨도 참~.;; 제가 명상을 좋아한다는 건 어떻게 아시고~.;; 에헤헤헷~.;;;

 린 : 가 가르쳐주었어요. 토비 씨에 대해서 아주 많은 걸 알고 있던걸요.

 토비 : 그런 가요~? 전 지금까지 무엇이든 그녀에게 감추어왔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서툴렀던 모양이네요~. 하하핫~.

 린 : 토비 씨는 어째서 에게 자신을 감추려고 하는 거예요? 그녀를 믿지 못하는 건가요?

 토비 : 믿지 못한다기보다는… 저 같은 것에게 관심을 두어봤자 아무 소용없고, 어쩌면 저 때문에 다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이래 봬도 저 를 제대로 생각하고 있다구요~. 으음~. 이렇게 말해도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으려나요~. 아하하핫~.;;

 린 : 아뇨, 는 토비 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당신을 의지하고 있어요. 비록 다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에는 줄곧 단짝이었으니까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알게 되거든요.

 토비 : 헤에…….

 린 : 실은 말이죠,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따금씩 토비 씨에게도 그런 기분을… 아……. (휘청)

 토비 : 우와아아앗~.;; 린 씨 괜찮아요~?;;;

 린 : 잠깐 현기증이… 괜찮아요…….

 토비 : 그만 아지트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제가 업어드릴게요~.

 린 : 괜찮… 읏… 미안해요…….

 토비 : 사과할 것 없어요~. 그보다… 자, 얼른요~.

 …

 …

 …

 자박자박-.

 토비 : 저어… 린 씨…?

 린 : 네…?

 토비 : 린 씨는 언제 여길 떠날 생각이예요…?

 린 : 제가 있어서 불편하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토비 : 아, 아뇨, 아뇨…! 저는 린 씨가 좀 더 오래… 아니, 웬만하면 계속 여기 있었으면 해서…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불편하다니,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었어요…! 그래봤자 저는 대부분 아지트를 떠나 있고… 가끔 린 씨의 얼굴을 보면 기, 기쁘… 으음… 저 너무 말이 많죠…? 하하핫…;;

 린 : 후훗… 괜찮아요… 저도 토비 씨랑 있으면 즐겁고… 무사히 돌아오시길 기다리는 걸요…….

 토비 : 아… 저, 정말요…?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쑥스럽네요…….

 린 : 읏…….

 자박자박-.

 토비 : 그치만 저… 린 씨가 계속 여기 있을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누굴 찾아야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사람 이름이…….

 린 : 카카시…….

 토비 : …….

 자박자박-.

 토비 : 린 씨… 저기… 있잖아요… 제가 그… 노하라 일족의 혈족 계승 능력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그거… 목적을 이룬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혹시… 혹시… 사라져 버리는… 건가요…?

 린 : …….

 토비 : 린 씨…?

 린 : ………

 토비 : 린 씨…? 린 씨…? 린…….

 멈칫-.

 토비 : …….

 (가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가겠죠… 다시…….)

 (다시… 그 험한 길로…….)

 토비 : (킁)

 (당신하고 같이 갈 수 없다는 거 아는데…….)

 (당신이 혼자가 아니였으면 좋겠어요…….)

 (이번 만큼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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