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래 봬도 베테랑 살림꾼이다. 지금도 마음같아서는 완벽하게 가사일을 해내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전과 완전히 같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내 신경이 닿지 않는 곳, 여기저기, 지금쯤이면 보나마나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해야 될 문제이건만, 어느덧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져서 긴장을 놓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듣다가 기분 좋게 잠들었다. 꿈을 꾸면서 인기척을 느낀 것 같다. 누군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내 어깨에 키스했다. "토비…?" "다녀왔다." 자상하게 속삭이며 그는 귓등에도 입을 맞추었다. 어떻게 된 거지. 집에서 나간 지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많이 잤나…?" "보고 싶어서 일찍 돌아왔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말야." "요즘은 정말 임무가 없구나……." "남편이 왔는데 기쁘지 않은 거냐?" 서운한 말투다. 귀엽긴 하지만. "우리 아기를 위해서 일해야……."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아직 잔소리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듯 토비는 키스를 계속했다. 안 되겠다 싶어 몸의 방향을 바꾸어 그와 마주했다. 그런데 막상 차가운 몸에 닿으니 마음이 약해졌다. 잠시 나갔다 돌아왔을 뿐인데. 춥지 않았을까. 우리 남편─. 애써 덤덤한 척하며, 하지만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나는 토비에게 말했다. "남편이 백수가 되어 가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백수… 뭐, 지금으로써는 틀린 말도 아닌가. 안주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면 당분간 집안일이라도 거들어야겠군. 후후후." "웃을 얘기가 아니야. 정말… 음… 으음……." 잔소리를 꺼내려 하기 무섭게 입이 막혔다. 끌어안은 팔을 풀어내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는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게 더 큰 문제다. 나도 참 남편의 어리광에 이렇게 약해서 어쩌지. 그렇잖아도 곤란해하고 있는데 목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기에 얼른 피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을 두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곰에게서 작은 탄식이 들려왔다. "들어오자마자 뭐하는 거야?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넘어가면 안 된다. 속으로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문득 하반신에 묵직한 것이 닿았다. 토비가 허리를 약간 움직이자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키스하면서 대체 어디까지 생각이 미친 건지. "나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거든!" "……."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으니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지없이 나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덮치고도 남았을 토비가 아쉬워하면서도 얌전히 물러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위한 변화임을 알고 있다. 아내가 원치 않으면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것인데 거기서 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가끔은 나도 이런 내가 싫다. 그래서 속마음은 다르지만, 겉으로나마 냉정해지려 애썼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단 말이야. 토비도 도와줘." "도와주면 칭찬해 주는 거냐." "네가 받고 싶은 건 칭찬이 아니라 보상이겠지. 그래,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뭐든 좋아. 그 전에 맛있는 거라도 해 먹자. 이렇게 빗소리가 들릴 때는 뭔가 지글지글 익어 가는 걸 먹고 싶지 않아?" "지글지글… 좋지." "그치? 부부는 역시 마음이 맞는다니까-." 거부하고 나니 미안해져서 상냥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쓰담쓰담. 착한 남편 칭찬하기. 이렇게 한 사람의 아내가 되어가는 걸까 생각하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괜한 걱정이었나." "응?" "아무것도 아니다. 자고 일어난 얼굴도 예쁘군." "……." (…) 비가 세차게 내리는 오늘은 야채를 잘게 썰어 튀김옷을 입힌 요리를 먹기로 했다. 지글지글 익어 가는 걸 지켜볼 때부터 입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토비와 식탁에 마주앉아 먹기 시작했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역시 최고랄까, 자꾸만 손이 간다. "토비, 먹고 있어?" "아… 음, 맛있네." "먹는 소리가 전혀 안 들려… 팍팍 먹어." "내가 식욕을 느끼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난 네가 먹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치만… 보는 것만으로는 재미없는걸……." "아니, 재밌는데? 데이다라와 사귈 때 내숭 떨면서 깨작깨작 먹던 걸 생각하면." "……." 바작바작. 바작바작. 입안에 튀김이 들어 있는 상태로 입을 열면 숙녀답지 못하겠지. 토비가 뜻밖에 데이다라의 얘기를 꺼내서 먹는 동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라면 분명히 나는 밥을 먹는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야채만 먹는다든지, 배가 차기 전에 그만둔다든지… 솔직히 식사가 괴로웠던 적도 있다.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끗하게 인정했으면 편했을 텐데. 그러한 노력들이 전부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으니, 허탈감을 느낀다. "보면 볼수록 놀랍군… 너, 그 많은 게 다 어디로 들어가냐?" 묘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식탁의 맞은 편으로부터 나를 향한 토비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나는 당황하고 민망해하며 자신의 배를 감쌌다. "아니야, 나 아직 임신 안 했어!" "그건… 그렇겠지……." 지금까지 같은 대화가 몇 번이나 오갔는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토비는 기대와 실망의 연속이다. 담당의의 말대로 조급해하면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의 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 아내인 나는 별 수 없이 같은 기분을 느낀다. 지금처럼. "그랬던 시절에도 잘만 생기더니… 내게는 아비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이럴 때는 하늘이 공평하구만." 토비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든 아이를 얻지 못하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은 길지 않다. 누구나 자신이 살다간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한때는 사랑했다는 증거, 한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는 증거… 그런데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면 앞으로 태어나게 될 아이에게도 너무 가혹하지 않겠는가. 토비는 불완전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때부터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에는 가족을 대신할 존재가 필요했고 그런 존재를 잃게 되자 절망했다. 토비가 세상에 완전히 등을 돌려 버리기 전에 그와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나는 감사한다. 조금만 늦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이제 토비에게는 가족이 있다. 야호, 내가 첫번째다. 그러니까 토비, 언젠가 하늘이 너에게 벌을 내릴 것 같으면 그때는 이런 핑계를 대 버려. 그래도 아직 너한테는 내가 있다고. 네가 불행하면 나까지 불행해진다고 말이야. 그거야말로 불공평하잖아. 나도 언제나 상기하고 있다. 내 반쪽이 아프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부터라도 남부럽지 않게, 그리고 웬만하면 여럿이 모여 떠들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있잖아, 토비. 그거 너무 많이 먹지 마. 이따 저녁에 토니랑 토리를 불러서 더 맛있는 거 해먹자." "먹으랬다가 먹지 말랬다가… 뭐, 상관없다만. 녀석도 매일 육아로 고단해서 불러 주면 좋아할 거다." "육아라니… 호, 혹시, 토니 새끼 낳았어?! 몇 마리나?! 어째서 나한테는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은 거야!! 너무해!!!" "강아지가 보고 싶으냐." "보고 싶어!!!" "그래, 다음에 데려올 수 있는지 물어보자." 피식, 나지막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안심했다. 토비가 웃음을 되찾아서 다행이다. 지금이 분위기를 전환할 기회다. 이참에 확 밀어붙이는 거다. "그렇잖아도 고민이었는데 잘 됐다! 토니한테도 도움 좀 받아 볼까!" 젓가락을 내려놓고 급하게 일어나다가 복숭아뼈를 퍽 부딪혔다. 크으윽.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싱크대로 달려가서 새 앞치마를 꺼내 왔다. 가게 아저씨의 설명에 의하면 어두운 갈색 배경에 곰돌이 자수를 놓은 귀여운 앞치마다. "이거, 토비 거야! 얼마 전에 장 보러 갔다가 샀어!" "미리 앞치마까지 준비해 놓다니…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토비도 관심을 보이며 내게 다가왔다. 입어 보라고 조르니 마지못해 받아 들었다. "나쁘지 않군." 앞치마를 걸친 자신의 모습을 앞뒤로 확인하며 중얼거리는 남편이 귀여워서 큭큭 웃다가 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널찍한 품에 폭 안겨서 기분 좋았다. 그가 투박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쓸어내리고는 다시 한 번 쓰담쓰담 만져 주었다. (…) 토니 : 전에 비하면 확실히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구만. 토비 : 육아로부터 도망쳐 나왔다가 가사일을 떠안게 해서 미안하게 됐다. 토니 : 뭐, 눈도 보이지 않는데 이 정도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겠지. 토비 : 어디 보자, 세탁물은 이게 다인가? 토니 : 돕는 김에 신발까지 전부 빨아 두자고. 이건… 거구만. 근데 냄새가… 아이고… 진작에 좀 빨아 신지. 너무하는구만. 토비 : 무슨 소리야. 나의 천사에게 발냄새 따윈… (킁) 헙…! 이, 이리 줘… 이건 너와 나만의 비밀이다. : 토비, 버릴 것들을 모아 놨는데 밖으로 좀 옮겨 줄래? 토비 : 아… 아아, 지금 갈게! (중얼)이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분해야겠어. 달그락 달그락─. 토니 : 너, 많이 변했구나. 토비 : ……. 토니 : 아니, 오히려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해야 맞으려나. 토비 : 제법 오랫동안 나는 자신이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믿어 왔어. 와 함께 지내면서 죽었던 것들이 되살아난 거야. 이미 많은 걸 잃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토니 : 그녀에게 전부 그만두겠다 약속한 거냐? 토비 : 아아… 약속했지. 하지만 지금 당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 여태껏 내가 해온 일들이 있으니까. 그리 쉽게 끝내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야. 토니 : '천사'라…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너에게는 정말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군. 네 말대로 그녀는 너를 위해 태어났다는 느낌이니까. 여기까지 와서 바보처럼 놓치지 말라고. 토비 : 내가 먼저 그녀의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거야. 그녀가 내 얼굴을 본다든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든지,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이제는… 죽었음 죽었지, 절대 안 보내. (…) 집이 깨끗해졌다. 상쾌한 기분으로 간만에 솜씨를 발휘해서 모두와 저녁 식사를 했다. 토비와 토니가 도와준 덕분에 요리도 어렵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소파에 둘러앉아 티타임을 가졌다. 더할나위 없이 평화로운 저녁.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폭신한 베개가 남편의 품처럼 편안하게 느껴져서 깜빡 잠들었다. 그러자 샤워하고 돌아온 토비가 나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저기~.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이불을 제치고 들어와 나를 끌어안고 꼬물꼬물 달라붙어 깨우는데도 좀처럼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래도 토비는 포기하지 않고 조금 토라진 목소리로 애교를 떨어댔다. "그냥 잠들기 있기 없기~." 일어나야겠지. 하지만 너무 졸리다. 에이, 모르겠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다시 잠들어 버리자. 곰에게는 죽은 척이 답이니까. 토비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자겠지. -라고 쉽게 생각했더니, 어깨 너머로부터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가임기 안 끝났는데~. 흑흑~." 알고 있다. 토비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내가 모를 리 없다.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애교에 마음이 약해져 버리다니. 몇 번이고 생각하는 거지만 가끔은 나도 이런 자신이 싫다.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치만… 토비… 나 오늘은… 이미…" "지쳤지~? 나도 아는데~, 조금만 더 힘내면 안 돼~?" 곰발바닥으로 자근자근 어깨와 팔을 주무르는 애교는 나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유난히 하고 싶어하네… 낮에도 그렇고……." 이미 절반은 넘어갔지만 나도 그리 쉽게 져줄 수는 없었다. 조금 무리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곰의 아내로 살려면 그 정도로는 택도 없다. 가슴과 허벅지에 멍이 생기고 허리가 끊어지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여보야……." "응?" "꿈에서도 나와 함께하고 있어~?" "어째서 갑자기 그런 걸…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는 거야…?" "며칠 전부터 빗줄기가 굵어져서… 하루종일 이렇게… 선명하게 들리니까……." 비마을에 비가 내리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최근에는 비가 그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그러다 지난 며칠 동안 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과 같은 차갑기만 한 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재회한 것처럼 반갑게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를 걱정했던 걸까. 토비가 아이처럼 내 품을 파고들었다. "지금의 나는… 너의 '이상'이 될 수 있어…?" 얼굴을 묻고 있어서 어눌하게 들려오는 소리도 귀엽다. 마음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약해진 모습을 보면 도리어 짓궂은 장난이 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도 데이다라의 꿈을 꿔." "그렇구나… 역시……." "하지만 내 꿈에는 데이다라만 나오는 게 아냐." "헤~…?" "드라마에 나오는 잘생긴 남자 주인공들, 다른 아카츠키의 멤버들도 나오고, 열혈바보라든지 나뭇잎의 암부라든지 모르는 남자들도 나오고, 카카시도 나오고, 초상화 속의 마다라도 나와." 내가 말하는 동안 힘 없는 목소리로 '응, 응.' 하던 토비가 카카시에서는 약간 딱딱한 느낌으로 '으응' 하더니, 마다라에서는 똥 씹은 표정이 연상되며 억지로 '으으응' 하고 대답했다. "여보야 꿈에는 남자가 참 많이 나오네~?" "너만 즐길 줄 아는 게 아니거든." "말하는 거 봐… 으으… 화난다아… 그치만 참을게……." 내가 참은 것에 비기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걸. 그동안 꿈에서 맘껏 즐길 테다. 후후후. 그렇지만 역시 귀여운 건 어쩔 수 없다. 끈질긴 애정공세가 결국에는 잠을 멀리 날려 버렸다. 쓰담쓰담 달래고 있으면 그를 향한 목소리도 다정하게 변한다. "비 때문에 걱정했어? 내가 속으로 데이다라 생각하고, 꿈에서 바람필까봐?" 으응, 우는 소리로 대답하며 토비가 내게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곰 주제에, 그는 이따금씩 강아지의 흉내를 낸다. 개에 비유하면 새끼 리트리버 정도려나.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그동안 당한 게 있는데 속을까보냐. "착한 척, 얌전한 척, 그러면서 하려는 거지?" "젠장… 이제 다른 방법을 써야 하나……." "내가 속아 주는 거야. 알았어?" "네애~. 에헤헤헷~." 예의바른 대답에 배시시 웃는 소리까지, 귀여운 것에 약한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능청스레 키스를 조르는 토비. 입술이 겹쳐짐과 동시에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매달렸다. 토비도 나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몸이 바짝 밀착되면서 허리가 들렸다. 이제부터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와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끊어지거나 멍이 생긴다 해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고요함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사랑해'라는 속삭임에 달달한 신음을 흘렸다. 몸도 마음도 짜릿했다. 곰은 귀여움에 혹하기 쉽지만 방심하면 끝장이다. 정말 딱이지 않은가. 앞으로 내가 이 짐승을 조금씩 길들여 갈 것이다. 생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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