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 얘기는 이것으로 충분한 것 같군. 제츠가 조만간 팔미의 정확한 소재를 알려줄 거다. 너희들에게도 여러가지로 준비가 필요할 테니 떠나기 전까지는 이곳에 머물도록 해라. 그럼, 사스케 군.

 사스케 : 잠깐 기다려. 혹시 이곳에 당신 외의 다른 인간이 있나?

 토비 : 결계 안에는 너희들 뿐이다. 단지 이 위에 여자가 한 명 살고 있을 뿐이야. 너는 전혀 신경쓸 것 없다.

 사스케 : …….

 터벅터벅-.

 토비 : 아, 하지만 밤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니 혹시라도 뭔가 들리면 그냥 귀를 막아라.

 사스케 : …?

 키사메 : 그런 농담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마다라 씨.

 토비 : 그렇군…(피식)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쓰지 마라."

 사스케 : (대체 무슨 농담이야…….)

 (…)

 의식을 내려놓은 채 창밖의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문득 내 머리카락을 만지던 토비의 손이 멈추고 그가 나를 향해 돌아 눕는다. 그의 한쪽 팔을 베개 삼고 있었더니 마치 나를 뒤에서 감싸안는 듯하다.

 나날이 마음이 뒤숭숭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비의 품에 안기는 것은 편안하게 느껴진다. 커다란 손이 내 팔을 살며시 쓰다듬는가 하면 천천히 올라와 뺨을 어루만지고, 머지않아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 너에게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뭔데…?"

 눈을 떠 흐릿한 시야 한 가운데 시선을 둔다. 그러자 토비가 나를 꼬옥 끌어안더니 꼬물꼬물 움직여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정확히는 얼굴이 아니라 가면이지만 내게는 가면이 그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이타치 씨가 말야, 결국 그 동생의 손에 죽어 버렸어~."

 "……."

 이번에도 우치하 사스케인 건가. 녀석이 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이타치의 수준을 뛰어넘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지병이 악화된 거겠지.

 이타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딱히 오빠나 데이다라 때처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그날이 빨리 와서 쓸쓸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사스케가 이끄는 매와 아카츠키가 손을 잡게 됐어~. 남아 있는 인주력들을 사냥하는 데 녀석들의 힘을 빌릴 거야~."

 대답하지 않고 다만 속으로 실소를 터뜨린다. 구태여 말하자면 나로서는 이타치의 죽음보다 동료를 죽인 녀석과 기꺼이 손을 잡는 아카츠키가 오히려 더 충격적이다.

 애당초 테러리스트 집단에서 목적을 위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만은, 새삼스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와 동시에 가슴이 아프다.

 어찌 보면 나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아카츠키에 몸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토비가 멤버도 아닌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겠지.

 "괜찮은 거야~?"

 "(끄덕)"

 "이번 일은 내가 결정한 건데… 화내지 않아…?"

 "화낼 이유가 없잖아. 데이다라가 죽은 것도 이타치가 죽은 것도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제 나는 아카츠키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어."

 " 네가 이해해줘서 다행이야~. 쉽게 상처받는 너도 좋지만 이런 담담한 모습도 좋아~. 뭐랄까, 가련해서 지켜주고 싶단 말이지~. 에헤헷~."

 아이가 애교를 부리듯 내게 부비적거리는 것도 잠시, 토비가 일어나서 팔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가 하면 아까와는 사뭇 다른 손길로 내 몸을 만지기 시작한다.

 "……."

 잘도 몇 번이나 그럴 맘이 생기는구나. 그의 몸이 아직 청춘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늘은 유난히 더 끈적하게 달라붙는 것 같다. 조금 전에 체력을 거의 다 써버린 터라 그만 쉬고 싶은데, 이런 그에게는 왠지 거스를 수가 없다.

 "저기… 토비……."

 "응~?"

 "우치하 사스케는 지금 어딨어…?"

 "아, 제일 중요한 걸 빠뜨렸네~. 매의 녀석들은 당분간 여기서 머물 거야~. 그치만 너와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까 신경쓰지 마~."

 "신경쓰지 말라니… 아…!"

 아까 한 것으로 익숙해져 있다지만 갑자기 비집고 들어오니 놀란 몸이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는데, 그래도 토비는 개의치 않고 허리를 움직인다. 거기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받아들이는 나도 나다.

 지금은 아파도 하고나면 편안해지니까, 이 행위에 작은 쾌감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고 토비에게 몸을 의지하는 편이 자신에게도 좋다는 것을 내 몸은 알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이런 식으로 토비에게 길들여져 가는 것 같다. 그가 몸을 낮추어 다가오는 순간 가슴이 묘한 두려움으로 떨린다. 여기서 우스운 것은 그 또한 내게 쾌감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치만 너무 시끄럽게 굴면 안 되겠지~? 아직 어린데  너의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 여러가지로 위험하잖아~. 하하핫~."

 그렇게 말하면서도 평소보다 부드럽게는 커녕 더 거칠게 파고드는 얄미운 이 남자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면 좋을지 모르겠다. 한 대 때려 버릴까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그가 내 다리를 휘어잡는다.

 "내 목소리 같은 건 들어봤자… 좋지 않잖아……."

 "왜 그렇게 생각해~? 아, 혹시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이 신경쓰이는 거야~?"

 내게 몸의 방향을 옆으로 향하게 하고는 그가 더욱 깊숙이 들어온다. 아무리 쾌감을 쫓는다 해도 과연 이 체위는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아픔이 섞인 신음을 흘리면 지금보다 더 위축될 것 같다.

 '네 목소리는 내 취향이 아니야.'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괜한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일까. 이를 악 물면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부정하기 어렵다.

 "아하하하핫~. 미안~. 여자는 그런 것에도 상처받아 버리는구나~. 뭐, 그때는 분명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은 달라~. 취향 같은 것과 관계 없이  네 목소리가 좋아~."

 언제나 그저 내 몸을 필요로 하는 토비이기 때문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좋아'라는 말이 묘하게 달콤한 소리로 들려온다. 그게 또 분해서, 침대의 시트로 자신의 입을 막아 버린다. 이것은 오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무의식 중 안도감을 느끼고 있노라면 토비가 그런 내 손목을 잡아당긴다. 그리고 여지없이 드러난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일부러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인다. 소리를 참는 것은 쉬워졌지만 대신 수치심이 밀려온다.

 "난 딱히 독점욕이 강한 편은 아닌데,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 널 좀 더 놀리고는 싶은데, 네 목소리가 나 외에 다른 녀석의 귀로 들어가는 게 싫어~. 그러니까 오늘은 아쉽지만~."

 문득 토비의 숨소리가 멀어지가 하면 그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하얀 손수건. 뭘 하려는 거지. 왠지 모를 불안이 엄습해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그 손수건이 내 입속으로 직행… 이 자식, 사디스트야 뭐야.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럴 거면 그냥 시트로 막게 해주던가. 정말 아저씨 취향은 어디 가지 않는다. 어찌나 깊이 쑤셔넣었는지 퉷 하고 뱉지도 못하겠고, 숨을 쉬기 힘들다. 두 팔을 토비에게 붙잡힌 터라 손을 쓰는 것은 아예 생각 할 수도 없다.

 "~. 기분 좋아~?"

 "음…! 음음…!"

 "그래~. 기분 좋구나~. 지금부터는 좀 더 거칠게 할까~?"

 "으으으음…!!!"

 "알았어~. 하하하하핫~."

 사디스트다. 틀림없는 사디스트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의 입을 막아놓고 이럴 수는 없다. 그 동안 내가 겪어왔던 수많은 고초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 것 아닌데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가 어쩌다 이런 자식을 만나가지고.

 침대 위에서는 데이다라도 나쁜 남자였기에 이따금씩 날 울리곤 했지만 당시엔 몰랐다. 그것이 상냥한 천사의 장난과도 같았다는 것을. 토비의 만행을 일일이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으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그때의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 그런데 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어떡하지~? 너를 뒤로 향하게 하면 좀 나으려나~."

 토비가 체위를 바꾸려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덕분에 일단 그의 손으로부터 한쪽 팔이 자유로워졌다. 이 틈에 입에 넣어진 손수건을-

 덥석-.

 "안 돼~.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

 빼내려고 시도했으나 다시 붙잡혀서 실패했다. 젠장.

 "으으음… 으으으으으음…!"

 내 나름 최후의 발악도 토비를 당해내기엔 역부족이다. 몸의 중심이 무너지며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는 내가 불쌍해보일 법도 하건만 그 처절한 몸부림 마저 깨끗이 무시당했다. 다시 벌리라는 듯 그가 아무렇지 않게 내 다리를 바깥으로 슥 밀어낸다.

 이쪽은 처절하다 못해 절망에 이를 지경인데, 저쪽은 평범하게 이 행위를 즐기고 있다. 다만 조금 전과 같은 여유는 사라지고 토비의 움직임이나 숨도 점점 거칠게 변해간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한 소리에 나의 수치심과 함께 모든 것이 부숴져 버릴 것만 같다.

 "하… 하아… 하아……."

 삐걱이는 소리가 신경쓰인다는 것은 그냥 구실이었던 거냐. 삐걱삐걱 삐걱삐걱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데도 단지 쾌감을 쫓아서 움직인다. 그리고 마침내 절정이 찾아온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거지지만 마지막 순간 만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내가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하아… 하아……."

 나를 뒤에서 감싸안은 채 숨을 고르는 토비. 가면에 부딪히는 특유의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끝까지 손수건은 안 빼준다. 하다못해 내가 뺄 수 있게 해주던가. 그의 팔이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가 없다.

 "~. 나 잘했어~?"

 뭐야, 그 칭찬받고 싶은 아이의 말투는. 내가 무슨 대답을 해주길 바라는 거야.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도 모자랄 마당에. 애당초 지금 대답은 커녕 숨도 쉬기 힘들거든? 네가 내게 한 짓을 그새 잊어 버린 거냐.

 "음… 음음……."

 이제와서 정말 새삼스런 생각이지만, 토비 넌 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냥 나쁜 놈이야. 어쩌면 앞으로 나쁜 새끼가 될지도 모르지.

 그런데 왜 지금도 네가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매번 심한 짓을 당하면서… 왜…….

 (…)

 토비 : 원래 그렇긴 했지만 나에게 꽤나 호의적이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군. 여기서 뭔가 불편한 점이라도 있나?

 사스케 :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 밤에 조용히 해라.

 토비 : 아아…….(너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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