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 그새 나뭇잎에 다녀온 거야~?”

 “아니, 나뭇잎까지 갈 시간은 없었고 그냥 근처에서 사왔어. 저번에 먹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셋이나 모여 있으니 어쨌든 맛은 더 좋겠지. 자, 토비 꺼 받아.”

 “고마워~. 맛있겠다~.”

 오늘은 린이 홀로 아지트를 지키고 나는 작은 볼일이 있어 근처 인가에 다녀왔다. 새를 타고 인가를 빠져나와 돌아오는 길에 정말 뚱딴지처럼 숲 한 가운데 떡하니 놓인 당고집을 발견해서 포장을 해왔다. 모처럼 데이다라와 토비도 아지트에 있었으니까.

 데이다라는 지금 자신의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나와 린은 숲의 경치도 좀 구경할까 해서 토비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언제나와 같이 굵은 나뭇가지 위에 누워 쿨쿨 낮잠을 자던 토비가 린의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며 굴러 떨어진 것은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난 숲속의 동물들까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기묘하네. 같은 맛인데 어째서 다른 곳에서 산 당고는 나뭇잎의 것만 못한 걸까?”

 “그건 떡을 튀기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야.”

 “헤에~. 어떻게 다른 거예요~?”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린은 정말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다. 얼굴도 예쁜데 성격도 좋고 머리까지 비상하니 어린 시절의 내가 그녀의 옆에서 좀처럼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것이고, 하필이면 그녀가 최대의 연적이었으니 오비토에게 고백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린에게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뭐랄까, 평범하지 않다는 느낌? 조금 웃기기도 한 것이, 나를 기준으로 린과 나는 앞을 보고 앉아 있는데 토비는 뒤를 보고 앉아 있다. 이유는 언제나와 같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는 가면을 벗을 수가 없고, 그런 상태로는 무언가를 입에 넣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토비, 하나 더 먹을래?”

 “아니, 난 됐으니까  네가 먹어~.”

 “양보한다면 린에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린 씨는 그렇게 많이 먹을 것 같지 않으니까~.”

 “…….”

 고오오오오-. 등 뒤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내 살기를 느꼈는지 토비의 어깨가 움찔 떨린다. 지금 그는 드물게 가면을 벗고 있다. 저걸 확 던져 버릴까, 부숴 버릴까. 잠깐이나마 심술궂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하고는 속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 대신 두번 다시 그딴 드립을 쳤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협박을 살기 끝자락까지 담아 그에게 보낸다. 과연 내 협박이 통했는지 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고보니 린은 어렸을 때와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네. 나이를 먹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야.”

 “실은 이것도 불완전한 분열의 부작용 중 하나야. 어렸을 때부터 키가 전혀 크지 않았어.”

 “키는 그렇다쳐도 얼굴이 10대 같아. 이 피부, 부작용 탓이라고 해도 부러워.”

 “부럽기는, 아직도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나를 어린애라고 생각하는걸.”

 “그치만 멀리서 보면 린 씨나 나 그닥 다르지 않아요~.”

 움찔-.

 “토비 넌 닥치고 있어.”

 “네애~.;;”

 지난 번 절벽가슴 드립으로 내게 눈구멍 어택을 맞아보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니. 그 동안 내가 토비에게 너무 관용적이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참에 반대쪽에도 구멍 하나 뚫어줘?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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