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 유명한 나뭇잎의 당고야~? 이야~.”

 “실은 이타치에게 주려고 사온 건데 벌써 떠나고 없더라구. 데이다라는 생각없다니까 우리끼리 다 먹어치우자. 근데 이걸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전국에 소문이 날까?”

 “나도 선배처럼 먹는 걸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방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만~. 일단 차를 따르고~. 으음~. 글쎄, 내가 먹여줄까~.”

 “먹여줘, 먹여줘-.”

 지난 수백 년 간 남자들의 소유물처럼 여겨져야 했던 여자의 서러운 DNA가 또 다시 꿈틀거린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어디 나도 한 번 남자에게 음식 수발 받는 호사를 누려볼까나. 후후후.

 “자, 아앙~.”

 아, 어떡하지.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남자들이 나쁘게만 보였는데, 막상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음식을 받아먹으니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왜 남자들이 구태여 화류가까지 가서 밥을 먹는지 조금은, 아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워, 토비. 난 이제 돌아앉아 있을 테니까 너도 먹어.”

 “에~. 가는 게 있음 오는 게 있어야 인지상정이지~. 나도 먹여줘~. 나도~.”

 “그치만 눈을 감으면 어디가 코고 어디가 입인지 알 수 없으니까 네가 가면을 벗어야 되잖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더라구~. 나는 닌자~. 이럴 때 쓸 수 있는 편리한 술법이 있잖아~.”

 지난 번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토비도 응석부리고 싶었나보구나. 그가 두 손을 모아 변신술의 인을 맺는다. 퐁-. 연기가 사라지니, 토비가 있던 자리에 낯익은 소년이 앉아 있다.

 “안녕, ~. 또 만나는구나~. 너의 첫사랑 오비토야~.”

 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토비는 변신술이 정말 능숙하다. 사진으로는 캐치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런 오류 하나 없이 거의 실물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사진을 보지도 않았다.

 잠깐 본 것으로 아직도 이렇게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니. 데이다라나 이타치 등에 비하면 살짝 어리버리한 면이 있지만 토비도 역시 닌자는 닌자구나. 전투에서는 그 능력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도 조금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하고 있어~? 얼른 먹여줘~.”

 “으, 응.”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오비토인 거지. 나라면 그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먼저 떠올릴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데이다라라든가. 혹시 나를 위해서인가. 이것 참 기특한지고. 내게 음식 수발을 받을 자격이 있도다.

 “~?”

 어째서 이렇게 긴장되는 걸까. 오비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안쪽은 토비인데, 아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손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이러다 당고 꼬치로 어딘가를 푹 찔러 버리는 건 아닐지 불안하다.

 “미, 미안, 토비. 나 못하겠어.”

 “에~?”

 “부끄러워.”

 “에에~.”

 그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더니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내 손에서 당고를 가져간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입에 가져다 넣는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역시나 맛은 좋은 모양이다. 한쪽 뺨이 부풀어져서는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귀엽다.

 “ 너 말야, 그래가지고 막상 오비토를 만나면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나 있겠어~?”

 오비토의 모습을 한 토비가 얄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빈정거리듯 말한다. 빈 꼬치를 흔들흔들. 내가 먹여주지 않아서 조금 삐친 걸지도 모르겠다. 토비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지 오래되어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에 무뎌져 있는 게 아닐까. 너무 좋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눈을 마주칠 수 없다면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 돼…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나는…….”

 얼굴이 달아올라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저도 모르게 ‘후응~’ 하는 이상한 신음을 내버렸다. 몸을 베베 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오비토 아닌 토비가 가만히 응시한다.

 “나도 나지만 너도 참 징하구나~.”

 “왜? 꼴사나워? 오비토가 이런 나를 보면 속으로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할까?”

 “설마~. 우리  더 귀여워졌네라고 생각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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