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내가 잠을 자려고 눈을 감고 있으면 어느샌가 거대한 곰발바닥이 뒤에서 살며시 다가와, 아주 무례하게도 내 가슴을 멋대로 만지기 때문이다.
만지작 만지작. 잠들기 전엔 그렇다 쳐도 어떻게 자면서까지 이렇게 열심히 만질 수가 있지. 그렇잖아도 큰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가서 아프다. 이대로 며칠 더 지나면 멍이 생길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이 무례한 짓을 며칠 동안 참아주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토비가 여자의 가슴을 성적으로 좋아한다기보단 그것에 묘하게 애틋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듣기로는 모친의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남자가 주로 여자의 가슴에 집착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근거 없는 얘기지만 아주 말이 안 되는 소리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토비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양쪽 다 잃었다. 만약 그런 것이 이유라면 그가 너무 가여웠다. 그래도 정을 나눈 사이인데 어찌 냉정하게 뿌리칠 수 있으랴. "헤… 헤헷……." 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바보처럼 헤실거리는 건지. 이제 정말 아파서 참기 힘든데 곤란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조금 나으려나. "리… 린… 아힛…….♡" 푸욱─. 머리로 향하던 나의 손이 방향을 바꾸어 토비의 눈구멍속으로 직행한다. "아아아아아아악~!!! 내 누우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태연하게 자는 척을 한다. 혹시라도 꿈에서 나를 보고 있는 걸까 하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현실에서 매일 내 얼굴을 보는 것도 지겨울 텐데 꿈에서까지 찾을 이유가 없겠지. 씁쓸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무엇이 분하느냐고 묻는다면. 반대로 내 꿈에는 정말 이상하리 만큼 토비가 자주 나온다. 심지어 현실과 달리 아주 상냥하게. 달달하게. 바로 그것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려 괜히 더 열받게 한다. "~. 네가 방금 내 눈 찔렀어~?" "무슨 소리야. 악몽을 꾼 거겠지." "그치만 진짜 아픈데~." 나름대로 힘조절을 하려 했으나 무심코 손끝에 분노를 실어 찔렀다. 눈이 얼얼한 듯 토비가 몸을 기웃기웃 움직인다. 그러다 도저히 졸음을 못 참겠는지 다시 털썩 쓰러진다. 토비의 손이 다가오는 순간 몸의 방향을 홱 바꿔버린다. 그가 어리둥절하며 꾸물꾸물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또 가슴을 만지려 하기에 이번에는 아예 엎드려버렸다. "으응… 으으응……." 잠투정부리는 아이처럼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그가 더듬더듬 내 가슴을 찾는다. "만지게 해줘~." 엎드려 누운 채 자는 척하며 계속 토비를 무시한다. 그러자 곰 같은 몸집의 그가 내 위로 올라온다. 무게를 떠나 숨이 막히고,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으며 가슴 가슴 졸라대니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정면을 향해 눕자 기다리고 있던 손이 곧장 가슴을 찾아간다. 마치 제 것인 양 당연한듯이, 평온하게, 나의 욱신거리는 그곳을 만지작거린다. 만지작만지작. 아주 그냥 닳겠다. 닳겠어. "부드러워~. 헤헷~." 무얼 행복한듯이 웃는 거야. 만지지 않고서는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라면 조금은 아껴달라고. 속으로 이를 갈며 중얼거리면서도 여전히 귀엽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정말 싫다. "아… 안 돼… 리… 린… 거긴…….♡" 토비의 팔을 토닥여줄까 하던 손이 허공에서 딱 멈춘다. 그대로 이불을 홱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돌돌 말아서 마치 애벌레와 같은 모양이 된다. 아, 이제야 좀 편하게 잘 수 있겠네. "으으으응……." 동시에 가슴도 이불도 빼앗긴 토비가 내 몸통 위로 기어오른다. 그래봤자 더는 어찌할 수가 없다. "아~. 왜 그래애~. 그러지 말고 나와~." 그가 내게 딱 달라붙어 좌우로 흔들흔들 움직이며 그대로 뒹굴뒹굴한다. 가슴은 지켰지만 이래서는 나도 잘 수가 없다. 끈질긴 놈. 그냥 가슴 없이 자면 안 되나. 매일밤 깊이 잠들지 못해 안색이 나빠진 나를 봤다면 조금은 걱정을 해주어도 좋을 텐데. 딱히 애정어린 표현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최소한의 존중을 해줬으면 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그에겐 그저 내가─. "토비 넌 내가 가슴으로밖에 안 보여? 내게 가슴이 있어서 나랑 같이 자는 거야? 그런 거야? 응?" "응~." "……." "헛…!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문을 뻥 박차고 방을 나가서 그대로 아예 집을 떠나려는데 토비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매달린다.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아아아아아~. 아니야아아아아~. 졸려서 말이 잘못 나왔어어어어~~. 가지 마아아아아~~~." "어차피 아무것도 아닌 관계였지만 네가 어떻게 나올지 뻔하니까 일단 말해두겠는데. 우리 관계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겠어. 시간을 좀 갖자 토비." "싫어어어어어~. 생각하기 싫어어어어어어~. 시간 갖는 거 싫어어어어어어어~~. 헤어질지도 모른다니 싫어어어어어어어어~~~." 평소라면 내게 토비의 팔을 푸는 것은 불가능할 터. 그러나 오늘은 나도 제정신이 아니다. 초인과 같은 힘으로 토비를 떨어뜨리고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쾅! 닫아버린다. (…) 토비 : 그래봤자 어차피 어디로도 못갈 테고 딱히 상관없지만~. 잠깐 사이에 방이 이렇게 썰렁해지는구나~. 토비 : 그냥 한 대 때리고 말지~. 언제나 금방 상처입는다니까~. 진심으로 차가운 말을 내뱉다니~. 토비 : 그래도 귀엽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정말 싫네애~. 아하하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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