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다라와 토비를 따라 임무를 나왔다가 인가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날이 저물어 부득이하게 야영을 하게 되었다.

 깊은 숲속 한 가운데 쓰러진 통나무 위에 걸터앉아 모닥불을 쬐면서, 밤바람에 차가워진 몸을 데우기 위해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는 술을 마셨다.

 조금 과음을 한 것일까. 술기운에 머리가 어지럽고 잠이 몰려온다. 적어도 물을 구하러 간 데이다라가 돌아올 때까지는 깨어있고 싶은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개가 계속 꾸벅꾸벅 움직인다. 그리고 머지않아 눈앞의 현실과 꿈의 영상이 겹치기 시작한다.

 “선배, 늦으시네~.”

 토비의 목소리가 얼핏 들리기는 하는데 현실의 감각보다 꿈의 감각이 더 강해서 뭐라고 하는 건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피부에 스며들던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며 묵직한 무언가 상체를 감싸는 것이 느껴진다. 씁쓸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달달한 냄새, 토비의 냄새. 그가 떨고 있는 내게 코트를 벗어 덮어준 모양이다.

 왠지 그리운 기분이다.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가. 아아, 나도 참.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그때의 일을 기억해내지 못하다니.

 어렸을 때 딱 한 번, 오비토와 임무를 수행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속한 팀이 맡았던 임무였는데, 일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오비토 팀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었다.

 날이 저물어 야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었던 나는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불을 떼고 있는 린과 달리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던 중 오비토와 카카시가 물을 구하러 간다며 일어났고, 장소를 떠나기 전 누군가 내게 외투를 벗어서 덮어주었다. 깨닫고보니 그것은 오비토의 것이었다.

 오비토라면 분명 린을 먼저 생각했을 텐데, 린보다 더 걱정되었을 만큼 내가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던 걸까. 역시 오비토는 동료에게 상냥하구나. 어찌보면 사소한 친절이지만 그것은 내게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오비토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 그렇게 잠깐이나마 그의 동료가 된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그가 덮어준 외투 안이 너무 따뜻해서, 그의 냄새가 나서, 그 순간 나는 기쁘다기보다도 행복한 기분이었다.

“토…ㅂ…….”

 “응?”

“ㅂ…토…….”

 “나 불렀어, ?”

 “오비토…….”

 “헤?”

 그리움의 깊이 만큼 가슴이 아프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은 싫지 않다. 오히려 기분 좋다. 단지 그날의 기억만을 계속 되풀이할 수 있다면.

 “좋아…….”

 “…….”

 “좋아해…….”

 “저기, ~. 선배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꿈 속에서 다른 남자에게 고백하는 것은 그만둬~.”

 “읏… 으흑… 흑흑… 흑흑…흑…….”

 “왜 울어~? 상대방에게 모진 말이라도 들은 거야~?”

 “오비토… 오비토… 흑… 흑흑… 으흑흑…….”

 “대체 뭔 짓을 한 거지~. 거 참 나쁜 녀석이네~.”

 “보고싶어… 보고싶어…….”

 “그냥 잊어 버려~. 왜 사서 마음고생을 하는 걸까나~.”

 어느덧 내 옆으로 다가온 토비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아아, 토비 너도 참 상냥하구나. 무엇보다 토비 덕분에 그때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잃어 버렸던 소중한 추억을 또 하나 되찾게 된 것이다.

 “으응…….”

 “깼어~? 날이 추워서 잠이 옅게 들었던 모양이구나~.”

 “아니, 깊이 잠들었고 정말 선명한 꿈이었어… 단지…….”

 “단지~?”

 “지금 토비가 있는 현실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왔을 뿐이야…….”

 “헤에…….”

 꿈속에서 오비토를 만나서 다행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꿈이 달콤할지언정 그것은 결국 찰나의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현실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비토를 찾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비록 꿈처럼 완벽한 세상은 아니지만, 토비가 내게 덮어준 코트처럼 나를 위한 작은 온기만 있다면 행복을 얻기까지의 고단함도 그런대로 견뎌볼만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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