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고백이라니…;; 난 못해…;;;"
"못하긴 뭘 못해. 솔직하게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면 그만이잖아." "그치만… 부끄러운걸…;;;" "나는 뭐 데이다라한테 고백할 때 안 부끄러웠겠냐? 다 그런 거야. 남자답게 확 해치워 버려." "그치마안~. 너도 알고 있잖아~. 린 씨에게는 이미 마음에 둔 남자가 있다구~. 내가 고백해봤자 그녀의 마음만 불편해질 뿐이고… 그냥 이대로 훈훈하게 헤어지는 편이… 아하하핫….;;;"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린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잖아~. 분명 그 남자가 그녀에게는 전부인 거겠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내가 그녀를 붙잡을 수는 없어~. 내 속 편하자고 멋대로 마음을 내보인다고 한들 결과적으로 그닥 후련한 기분은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토비 너는 모르고 있겠지만 이대로 린을 보내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구. 린의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어. 그 카카신지 타카신지 하는 남자가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그녀는 내가 친구로서 응원해주길 원해. 그치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솔직히 말해서 나는 린을 보내고 싶지 않다. 옛날에는 타카시 또한 내 친구였던 것 같지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 녀석 알까보냐. 린을 위태롭게 만들 뿐인 존재라면 차라리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안 되니까, 하다못해 토비라도 그녀를 붙잡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물론 린은 그 남자를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인생지사 어떻게 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토비의 마음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거의 없다. 이대로 고백해서 토비가 상처를 받게 된다면 분명 나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되겠지. 하지만 고백을 해봤자 린의 마음이 불편해질 뿐이라는 토비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린이 그 타카시 놈을 만나고나서 사라지게 된다면… 최후의 순간, 여기서 그녀를 생각하고 있을 나나 토비가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테니까. " 너라면 어떨 것 같아~?" "응?" "만약 내가 여기서 너한테 고백하고 노비타 씨는 더 이상 찾지 말라고 부탁하면 어떨 것 같아~?" "으, 으음……." 노비타 씨는 누구야. 한동안 오비토라고 제대로 부르는가 싶더니 또 원점으로 돌아왔잖아. 하여간 사람 이름을 더럽게 못 외운다니까. 으이구. "역시 너도 포기할 수 없잖아~. 결과가 이렇게 불보듯 뻔한데 친구를 이용하려고 하다니 너무해~." "나, 나는 린과 경우가 다르잖아." 이대로 린이 떠나느냐 떠나지 않느냐 하는 것은 그녀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지만, 내가 노비… 아니, 오비토를 찾느냐 찾지 않느냐 하는 것은 그에 비할 문제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쪽을 택한다고 해도 내게는 후일이 있다. 앞으로 얼마든지 고민해볼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데이다라를 두고서 토비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것을 지금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이성적으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그것대로 무리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남자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데이다라는 내가 오비토를 찾는 것에 구태여 관여하지 않으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그가 나를 멈춰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대로 계속 오비토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에는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스스로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만약 토비가 그런 나를 붙잡는다면- "……." "대체 어떻게 다르길래 얼굴이 빨개져~? 혹시 끈적끈적한 관계를 기대하는 거야~?" "기대할 리가 없잖아…! 그, 그냥 여자로서 그런 상황을 상상하니 부끄러웠던 것 뿐이야…!" "부끄러웠어~? 그래~. 역시 넌 순수한 린 씨와 달리 큰 것의 마수로부터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하는구나~." "그놈의 큰 것 시모네타 좀 그만해…! 아주 지긋지긋하니까…!" 퍽퍽퍽, 토비의 가슴팍을 때리자 그가 능글능글 슬로우한 움직임으로 그런 내 팔을 붙잡는다. "왜~? 욕망에 솔직한 너의 그런 부분도 나는 좋아하는데~." "뭣,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면 지금 당장 가서 린에게 말해…! 물론 불필요한 앞부분은 빼고…!" " 네 말대로 너와 린 씨는 경우가 다르잖아~. 남자친구 몰래라든가~, 욕망에 충실한 끈적끈적한 관계라든가~, 그런 건 나도 싫어하지 않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토비가 내 허리를 감싸안고 살며시 끌어당긴다. 그와 몸이 바짝 밀착되어 괜히 야릇한 기분이 들고 가면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또 괜히 야릇하게 들려온다. 그냥 시모네타를 좋아하는 능글맞은 아저씨일 뿐인데. 어째서. 젠장.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결국 고백은 안 하는거야?" "해줄까~?" "나한테 말고…! 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야…!" "안 해~. 안 해~. 그러면 네가 쓸쓸해지잖아~." "쓸쓸하긴 누가…! 떨어져…! 망할 아저씨야…!" "……." 문득 토비가 내 어깨에 이마를 기댄다. 아니, 이마가 아니라 가면이지만 어쨌든. 평소처럼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모르게 저항을 멈추고 그의 등을 어루만져준다. 그러자 허리에 머물고 있던 그의 손도 내 등을 감싸온다. 그러고보니 린이 아지트에 온 뒤로 토비와 이런 스킨십은 그다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오랜만이라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안아주는 품이 그리웠던 걸까. "하나도 안 괜찮으면서 괜찮은 척하지 마… 바보……." "친구를 붙잡기 위해 나를 이용하려 했던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래, 그래,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너랑 린이 이어졌으면 좋겠어." "거짓말~. 실은 뺏기기 싫으면서~." "뭣…! 그럴 리가 없잖아…!" 꽈아아악-. "아얏, 아야야야… 머리카락 잡아당기지 마… 아파……." "……." 토비의 잔디 같은 짧은 머리카락을 확 뽑아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으나 그새 또 마음이 약해져서는 손에 힘을 뺀다. 그리고 부드럽게 감싼다. 쓰담쓰담.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그가 싫지 않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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