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여워─."
토니의 새끼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다. 전부 다섯마리인데 오늘은 그중에서 넷째와 막내만 데리고 왔다. 귀여운 리트리버 강아지를 두 마리나 안고 있으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얘들 형제 맞지? 어째서 이렇게 몸집 차이가 나는 거야?" "막내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거든." "지금은 건강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마도 토니를 쏙 빼닮았을 녀석들. 코와 입이 신기해서 만지려 하자 막내가 내 손을 핥았다. 아직 대형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여운 짐승의 이빨이 만져진다. 문득, 가슴이 복잡한 감정으로 젖어드는 상상에 빠졌다. 사람의 갓난아기는 얼마나 작을까. "있잖아, 토니.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기를 향한 눈빛만 봐도 '좋은 엄마가 되겠구나'라는 것만은 분명히 느껴진다만." "계속 노력하고는 있는데… 한 번 잃은 뒤로는 좀처럼 소식이 없어……." "나는 뭐 이 나이에 아빠가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 살다 보면 식구는 자연스레 늘어나. 다 그런 거다." "그럴까나… 토니, 요즘 되게 피곤해 보여. 아가들 돌보랴, 안내견 하랴, 후훗."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야 정신없이 바쁜 게 낫다. 그나저나 네 남편은 요즘 어때?" "토비? 한동안 여유롭게 지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바빠졌어." "임무인가?" "글쎄… 임무는 아닌 것 같아. 시공간 인술로 사라져서 한참 있다가 돌아오는데, 어디서 뭘 하는지 얘기를 안 해줘." "여전히 속을 썩이는구만." "그렇잖아도 걱정이야… 혹시… 또… 이상한 곳에 가는 건 아니겠지……." 예를 들면 화류가 같은. 가슴에 파묻은 지난 서러움들이 되살아난다. 끝까지 부정하려 했었지만 지금까지도 북받쳐 오르는 걸 보면 나는 그때부터 분명히 토비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감추는 것은 무리다. 불안에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자 토니가 침착하게 말했다. "토비도 예전 같지만은 않아. 곁에 있으면서 느꼈을 거 아니냐." "알고는 있는데… 지금은 생각만 해도 질투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자신을 의미없이 괴롭힐 뿐이다. 상처를 받아서 못난 습관이 생긴 것이다. 뭐라 해도 나는 토비를 믿고 있다. 다만 집에 늦게 들어와서, 오락실에 갔었다는 둥 솔직하게 얘기해 주지 않아서, 최근 며칠 동안은 솔직히 불안했다. "불안해하지 마라. 몸에 좋지 않아." "그래… 이런 건 좋지 않아……."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만지면서 다른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얼른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군." "응……." (…) "다녀왔다." "후후훗…" "." "앗, 토비 왔어? 언제?;;" "방금 전에. 강아지에 푹 빠져서 남편 온 줄도 모르네." "잠깐이라도 신경을 다른 곳에 돌리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봐…"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들어왔을 텐데도 어깨에 손이 올라올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토비는 언제나처럼 자기 자리에 앉았다. "이제 괜찮아. 그렇지, 토니?" "더할나위없이 건강하다. 여전히 형제들에 비해 작긴 하다만." "지난번보다는 확실하게 컸네. 이만하면 나름 괜찮은 수컷이야." "근데… 옷이 그게 뭐냐?" "아…;;" 토비의 당황한 목소리.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비릿한 피냄새가 난다. "토비, 다쳤어?" "내 피가 아니다. 걱정 마라." 피를 묻혀서 들어오는 남자들에게는 익숙해져 있다. 다치지 않은 거라면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피냄새가 달가울 리는 없다. 강아지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충이라도 씻고 오지… 아가들 있는데 뭐야?" "미, 미안… 개감탱이, 입 다물고 있음 어디 덧나냐?" "내가 말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듣게 될 잔소리였다." "얼른 가서 손부터 깨끗하게 씻고 와." "그래… 알았어……." (…) 토니 : 입 아프게 설전 벌이지 말자. 토비 : ? 토니 :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말이다. 그만둬라. 토비 : 너야 쉽게 말할 수 있겠지.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걸. 토니 : 죄가 있다고 꼭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니다. 토비 : ……. 토니 : 나가토의 일을 생각해라. 그걸 쓰면 너도 그냥은 안 끝나. 봐, 벌써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있잖아. 내가 말릴 입장은 아니라는 거 안다만… 그래서 더 지켜보기 괴롭다. 토비 : 이 눈 하나를 얻기 위해서 온갖 비참한 죽음을 지켜봤어. 오랜 시간 살을 맞대 온 코난도 내 손으로 죽였고. 모든 걸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상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찾지 않으면 안 돼. 토니 : 그럼 하나만, 괜한 노파심에 묻는다만. 아직 '완벽한 행복'에 미련이 남은 건 아니냐. 이미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런 건 어디에도 없다. 토비 : 맞아, 실체가 없는 꿈일 뿐이지. 사실 내가 바라는 건 별 거 아니야. 그냥 내 여자의 눈을 바라볼 때 괴로운 기분이 들지 않았으면 해.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 토비-. 토니-. 식탁에 내가 만든 이유식이 있는데 좀 가져와 줄래-? 토니 : 이거… 뭔가 했더니, 이유식이었구만. 토비 : 이런 걸 언제… 굉장하네. : 빨리-. 배고픈가봐-. 토니 : 야채에, 소고기에, 전복에… 종류가 많은데. 토비 : 저어, 여보-? 이중에서 어떤 게 필요한 거야-? : 아가들이 뭘 잘 먹을지 몰라서 일부러 다양하게 만들어 놓은 거잖아-. 딱 보면 모르겠어-? 하여간 남자들은 답답해요-. 그냥 전부 가져와-. 토니 : 얘기는 이쯤 하지. 이럴 때는 마누라 말 듣고 후딱 움직이는 거다. 안 그럼 다쳐. 토비 : 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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