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놀랐어~?"

 "……."

 토비는 평소에도 이동하면서 물체 통과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보다 벽을 통해 다닐 때가 더 많다. 그것은 토비의 능력과 성향에 따른 습관이니, 딱히 그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전처럼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을 때 갑자기 눈 앞에 '두둥' 하고 나타나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게 하는 것만은 좀 봐줬으면 한다.

 " 네가 요리하는 건 오랜만에 보네~. 뭐 만드는 거야~?"

 "죽을 끓이고 있어."

 "어디 아파~?"

 "내가 아니라 사스케가 먹을 거야."

 "에에~?"

 토비가 놀란 듯이 말꼬리를 올린다. 그럴만도 하다. 자기 애인이 죽은 것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남자를 위해 죽 따위를 쑤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히는 일이다.

 그러나 인생지사 자기 감정대로 살아갈 수만은 없는 법. 뭐라고 해도 사스케는 아직 15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다. 한때 나의 가족이었던 이타치가 자신의 목숨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그의 동생이기도 하다.

 지금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어린 나이에 탈주 닌자가 되어 테러 집단과 손을 잡는 등 다사다난한 삶을 살고 있는 사스케에 대한 작은 연민이기도 하고, 먼저 간 이타치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이것을 사스케에게 직접 가져다줄 의향은 없다. 그와 마주섰을 때 갑자기 데이다라가 떠오르면 그대로 사스케의 얼굴에 직행시킬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손이라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사스케도 딱히 내가 보고 싶지 않을 테니 조금 이따 카린을 불러내서 그에게 전해달라 부탁할 생각이다.

 " 너, 사스케 군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싫지 않아~?"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어. 다 지나간 일인데 이제 와서 미워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단지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야."

 "그래~?"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죽의 간을 보는데 어쩐지 등 뒤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어…?"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거야~?"

 "토비는 딱히 음식을 먹지 않아도 상관없잖아… 언제나 병량환으로 대체하고 있으니까……."

 그릇을 미리 꺼내두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선반이 있는 쪽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또 다시 멈칫. 여전히 토비가 같은 자리에 서 있다.

 "토비… 거기 서 있으면 방해 돼……."

 "나는 그냥 방해일 뿐이구나~."

 "그런 뜻이 아니라……."

 "잠깐 정도는 괜찮잖아~."

 나였으면 까치발을 들어야 했을 텐데. 장신의 토비에게는 선반의 그릇을 꺼내는 데 약간 손을 뻗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가 선반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유유히 그릇을 꺼내 쟁반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를 뒤에서 스윽 끌어안는다.

 깜짝 놀라 무심코 벗어나려 하자 괜찮다는 듯 토비가 내 팔을 탁탁 두드린다. 그리고 조용히 붙잡는데, 그의 손에서 은근히 힘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네가 그러고 있으면 요리에 집중을 할 수가……."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이 은밀히 움직여 내 가슴을 만지고 다른 쪽 손이 허벅지를 야릇하게 더듬는다. 새삼스런 일이라지만 문득 수치심이 밀려온다. 토비에게 나는 원하면 언제든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인 것인가.

 "토비…!"

 제멋대로인 손을 뿌리치고는 홱 돌아서며 그의 어깨를 밀어낸다.

 "왜 그래~?"

 나를 똑바로 향하고 있는 소용돌이 가면. 그림자 속의 시선. 지난 번엔 그닥 진심이 아니었지만 어쩌면 정말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단지 마주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긴장되고 심장이 떨린다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흐르는 것 같다.

 "이따… 아니, 금방 갈 테니까… 방에 가서 쉬고 있어… 응…?"

 이윽고 가면 너머로 피식 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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