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린의 몸이 약하다는 것을. 날이 따뜻했던 오전 의료 닌자인 그녀가 모두를 위해 약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거기에 필요한 약초를 구하러 함께 숲으로 나갔다. 사소리 오빠가 살아 있을 적엔 나도 종종 했던 일이었기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욱이 그녀와 함께여서 즐거웠다. 그런데 채집을 마치고 아지트로 돌아오던 도중 린이 갑자기 손을 이마로 가져가며 현기증을 호소했다.

 나는 휘청거리는 그녀를 부축해 아지트로 돌아왔고, 그녀로부터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하라 일족의 혈족 계승 능력, 분열이 완전히 이루어지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분열 당시 그녀의 본체는 거의 즉사에 가까운 속도로 빠르게 숨이 끊어졌기 때문에 그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고, 불완전한 상태로 분열되어 몸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린은 늘 있던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혼자서 제대로 간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데이다라로부터 전서구가 날아온 것이다. 그리고 날이 저물 때 즈음, 임무를 떠났던 두 사람이 아지트로 돌아왔다.

 토비가 린의 곁을 지키는 동안 나는 주방에서 미음을 준비했다. 긴 복도를 지나 린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자신의 방에 이르니 어둠 속에 문이 살짝 열려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바로 노크를 하려다 작은 틈새로부터 보이는 토비의 뒷모습에 저도 모르게 멈칫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가 양손의 장갑을 모두 벗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토비는 근처의 선반 위에 올려둔 얼음물에 수건을 적셔서 그것으로 식은땀이 맺힌 린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생각해보니 수건을 제대로 비틀어 짜려면 양손을 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갑을 벗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다만 토비는 줄곧 오른손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으려 했으니까, 그게 조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닥 보기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일반 피부와 색이 조금 다른 정도. 손톱에 매니큐어도 제대로 칠해져 있었다.

 “음…….”

 “앗, 린 씨~. 정신이 들어요~?”

 “토비 씨… 는 지금 어디에…….”

 “주방에서 미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제 곧… 리, 린 씨~? 아직 일어나면 안 돼요~.”

 “한숨 푹 잤더니 괜찮아졌어요. 혼자 식사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제가 가서 도와줘야… 읏…!”

 이불을 제치고 일어날 때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었기에 순간 정말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역시 무리였는지 그녀가 침대로부터 얼마 가지도 못하고 다시 휘청 하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다행히 토비가 바로 뒤에 있어서 그녀의 몸을 받쳐주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토비가 린을 번쩍 안아 올려 다시 침대 위에 눕힌다. 이불을 덮어주고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 손길까지 그야말로 다정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그녀에게 반했다기보다는 이미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해요, 토비 씨.”

 “괜찮아요~. 린 씨에게는 여러가지로 신세를 졌으니까요~.”

 “신세는 제가 지고 있는 것 아니었던가요.”

 “으음~. 뭐랄까~.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이고, 요즘 그런 구식적인 멘트로 여자를 유혹하는 바보가 어딨어. 뒤통수를 긁적이는 토비를 바라보며 차마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로서는 솔직히 린이 이름밖에 기억나지 않는 카카시란 사람에게 가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럴 바엔 차라리 토비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런 기대를 갖기엔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토비 씨… 그 오른손은 어떻게 된 거예요…?”

 “앗, 이, 이건… 그게… 어, 어렸을 때 사고가 있어서… 말하자면 의수 같은 거예요~. 하하하~.;;;”

 “사고요…? 괴로웠겠네요…….”

 “아… 저는… 괜찮아요… 이제 꽤 옛날 일이고… 엣… 에에… 리, 린 씨…?”

 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토비의 오른손을 감싸쥔다. 토비 녀석, 아까부터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더니만 완전히 얼었다. 푸하핫. 한동안 리트리버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지금 모습은 그야말로 곰 같은 몸집의 순둥이다. 가면 안쪽은 분명 빨갛게 물들어 있을 터.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아시다피시 전 기억을 잃었어요. 과거에 토비 씨처럼 어떤 사고가 있었던 거겠죠.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나지는 않지만 종종 이유 모를 쓸쓸함을 느끼곤 해요. 지금 토비 씨의 손을 보니까…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아프네요…….”

 “에, 에엣. 에에에…;; 그, 그러니까 저는 괜찮아요~…!;; 리, 린 씨…;;; 울지 마요~…!;;;;;”

 손을 빼야 할지 잡아야 할지, 등을 토닥여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안절부절 못하는 토비의 모습은 너무 웃겨서 쓰러질 것 같은데, 한 편으로는 린의 눈물 짓는 얼굴에 가슴이 저릿해온다. 마찬가지로 기억을 잃은 나도 이따금씩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에. 과연 린은 잊혀진 기억 속에 얼마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내 안에는 무엇이 더 남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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