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예."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접수대의 업무를 보고 있던 중 암부차림의 한 남자가 입구에서부터 걸어들어왔다.

 그가 나의 애인 텐조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린 나는 피곤함도 잊고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건넨 서류를 살펴보다 깨달았다.

 "부상자가 있었군요. 많이 다친 겁니까?"

 부상자 명단에 이름이 적혀 있던 사람은 '로' 팀의 대장인 하타케 군. 가까이에서 보니 텐조의 옷에 여기저기 피가 조금씩 묻어 있었다.

 "지금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계셔서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시 가봐야 하므로 서둘러 처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같은 날, 병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어느 건물의 캄캄한 곳을 지나고 있었다. 누군가 그림자속에서 조용히 나타나 얼굴을 부딪힌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때 상대방이 내 팔을 붙잡았고,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비쳤다. 텐조였다.

 "어떻게 된 거야? 다친 데 없어?"

 "전투 중에 약간 고전이 있었는데,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선배가 걱정이지요."

 "그렇지, 하타케 군은 좀 어때? 치료 무사히 잘 끝난 거야?"

 "예… 그런데 씨, 지금 업무 시간 아닙니까? 어디에 가는 중이었습니까?"

 나는 고개를 모로 돌리며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병원에 급한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왔어."

 "그럼 어서 다녀오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기자, 문득 텐조가 나를 불러세웠다.

 "."

 평소에 언제나 경칭을 사용하는 텐조는 나와 단둘이 있을 때만 종종 나를 그렇게 부르곤 했었다. 말을 꺼내기 전에 그는 얼굴에 쓰고 있던 암부의 탈을 벗었다. 다만 그림자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건물 밖의 밝은 빛과 어두운 그림자가 선명하게 대조되어 보였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오해 말고 들어요."

 텐조가 나를 친근하게 부르는 것은 동료로서가 아닌 애인으로서의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조금 전과 사뭇 다른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가 잠시 뜸을 들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예전에 당신과 선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에…?"

 "두 사람, 어떤 관계였습니까?"

 "……."

 나는 뜻밖의 물음에 잠시 넋을 놓았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예전에 그냥 조금…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어."

 "그렇습니까…"

 "갑자기 왜?"

 "아닙니다. 그냥 궁금했던 것 뿐이니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암부의 탈을 다시 쓰고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그럼 이따 저녁에 집에서 봐요. 바빠도 너무 무리하지 말구요."

 "응…"

 사실 나는 그때 하타케 군의 상태를 보러 가던 길이었다. 텐조가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 것도 의아했지만 무심코 다른 말로 둘러댔던 자신의 행동은 더 그랬다.

 어차피 텐조라면 곧 알게 되었을 텐데. 그 동안 미워했던 그 사람을 걱정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

 카카시 : 윽… 하아… 하아…….

 텐조 : 선배, 이제 곧 나뭇잎 마을입니다. 괴로워도 조금만 견디십시오.

 유가오 : 설마하니 이렇게 고전하게 될 줄은. 그보다 대장을 등에 업은 채로 계속 갈 수 있겠어? 텐조도 아까 부상을 입었잖아.

 텐조 :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유가오 선배는 먼저 마을로 가셔서 병원에 응급치료가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십시오.

 유가오 : 알겠어.

 ──.

 ───.

 카카시 : 하아… 하아…….

 텐조 :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선배는. 동료를 죽지 않게 하는 것도 좋지만,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는 겁니까?

 카카시 : 하아… 하아… 하…….

 텐조 : 이젠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선배…

 카카시 : …….

 텐조 : ?

 카카시 : …….

 카카시 : 미안… 미안…….

 카카시 : 두 사람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카카시 : …….

 텐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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