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부탁드립니다."

 "예."

 7반의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본래 자신의 직무인 암부의 일도 함께 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최근에는 줄곧 일반적인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갑자기 가면을 쓰고 있는 그와 마주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게는 오히려 암부의 모습이 더 익숙할 터인데도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 만큼 기억이 흐려진 탓이겠지.

 "어디보자……."

 가면을 쓰고 있어도, 목소리를 바꿔도, 나는 이 남자가 야마토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는 척을 하거나 티를 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닌자 세계의 룰이기 때문에.

 그 시절에는 야마토가 이렇게 보고서를 내러 올 때 마다 괜스레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짓곤 했었다.

 아무리 숨겨도, 모른 척 해도,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 내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네,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보고서에 도장을 찍은 뒤 언제나와 같이 야마토를 향해 웃어보인다. 가면 너머로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의 그는 여기서 꼭 3초 정도 멈춰 서 있다가 돌아가고는 했다. 지금도 변함없을까.

 3… 2… 1… 내가 마음속으로 3을 세고 나서야, 그가 뒤돌아서 방을 나간다. 아아, 그래, 이 느낌이다. 이 순간 마다 과거의 나는 참으로 행복했었다. 가면 너머의 그도 나를 제대로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 씨의 그런 웃는 얼굴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곁에 있던 동료가 문득 내게 말한다. 그러고보니 당시에는 별 것 아닌 일로도 주변 사람들과 웃으며 떠들어대곤 했는데, 야마토와 헤어진 뒤로는 좀처럼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자주 웃으세요. 보기 좋아요."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그때 그 시절처럼, 사랑하는 소녀처럼,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지금은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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