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요. 씨도 여전하십니다."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하고 지냈다. 정확히 4년만이다. 하다못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야마토가 최근까지 암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타케 상닌이 암부에 있을 적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과거 누구보다 가까웠던 우리이지만 워낙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변함없구나. 그래서 요즘 내가 자꾸만 예전 일들을 떠올리는가 보다.

 솔직히 조금 고민이 된다… 일 하는 도중에도 깨닫고 보면 어느덧 생각에 잠겨 있고… 텐조와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에 무심코 그때와 똑같이 웃어버리고…….

 "그때는 웬만하면 마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보고 싶었어. 특히 헤어지고나서 1년 동안은."

 나를 가만히 응시하는 야마토. 지금에 이르러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내가 너무 미련을 갖는 것처럼 들리겠지.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터놓고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는 미련이 남은 것도 사실이니까.

 " 씨가 제게 진심이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

 " 씨는 알고 계셨습니까?"

 그가 내게 묻는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야 하는 걸까.

 "저 또한 진심이었습니다. 당신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아니… 믿어……."

 "사람은 늘 한결 같을 수 있어도,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고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응……."

 헤어질 때는 여러 가지로 정말 엉망진창이었는데,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인지 화가 났던 것도, 슬펐던 것도, 아팠던 것도, 별 것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만약 내가 그의 암부로서의 삶을 조금만 더 깊이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그에게 화를 내거나 울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게, 조금은 더 노력할 수 있었을 텐데.

 호카게 직속 암살부대. 암부는 그런 이름으로 단순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의 정예로서 암부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왼쪽 팔뚝에 문신을 새기게 된다.

 나뭇잎을 형상화한 모양이라는 것은 서클렛과 같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 단지 모양을 회전시켜놓은 것만으로 빛과 그림자의 차이를 갖게 된다. 나는 빛에 속해 있었고, 그는 그림자에 속해 있었다.

 '이번 임무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얘기해줄 수 없는 거야…?'

 '내 말 믿어요. 모르는 게 훨씬 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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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암부를 두려워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살해당한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첫인상부터 그리 좋지만은 않았고, 언제나 어둠속으로 소리없이 다닌다는 점에서 베일에 쌓여진 존재와도 같은 그들에게 묘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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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토와 사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 암부에 대한 일은 모든 것이 기밀 사항이었고 나는 그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내게 암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어라 얘기한 적은 없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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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

 "아, 나도 참. 무얼 넋을 놓고 있는 거지."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일은 무슨. 옆집에 사는 누구 때문에 골치 아파서 그렇지 뭐."

 다만 나는, 이성적이 아닌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어둠의 세계에, 피로 물든 시야에, 얼마나 잔인한 것들이 비치고 있는지를. 그래서 무심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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