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저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함정이군요."

 "?"

 "지금 선배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후배를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다니, 전 예전처럼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 않습니다."

 돌연 야마토가 실눈을 뜨고 예리한 눈빛으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핀다. 하타케 상닌이 과거에 어떤 식으로 후배들을 괴롭혔는지 모르겠지만 설마하니 나를 똑같은 인간으로 취급하는 건가.

 물론 나도 때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철없는 장난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야마토에게 그런 장난을 칠 리가 없다.

 "오해야. 하타ㅋ… 그 인간은 요즘 바빠서 코빼기도 안 보여."

 "그렇습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가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당신이 불현듯 '데이트'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분명 쇼핑이 끝난 뒤 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신호였지요."

 "뭐야, 잘 기억하고 있네."

 푸훗, 가볍게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줄곧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 갑자기 휴식을 얻게 되어 심심했던 모양인데, 그와 둘이서 이렇게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선배의 그녀께서 부탁하신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야마토는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러니 딱히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그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것을 들으니 문득 가슴이 찌릿 하고 아프다.

 "짐꾼이 되어달라는 말을 자연스레 돌려서 말씀하시는 당신의 그 유연함은 여전히 존경스럽습니다."

 "고마워, 둘이서 나눠 들면 별로 힘들지 않을 거ㅇ…"

 "그래도 말입니다, 씨."

 "응?"

 "이제는 조금 다른 표현을 택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헤어진 애인에게 '데이트'라니, 그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

 뭐라고 해야할까, 당혹스러우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서 묘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야마토도 나와 헤어진 것을 아직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나 뿐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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