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선생님은 내가 잡혀사는 걸 보면서 재밌다고 웃을 거예요?"
"엣, 아, 아니. 웬만하면 시카마루가 상냥한 여자를 만나서 기 쫙 펴고 살았으면 좋겠어." "저도 기왕이면 내 말 잘 들어주고, 내 농담에 웃어주고, 가끔 바보 같은 실수도 하는 귀여운 여자랑 살고 싶어요. 그 편이 그나마 덜 귀찮을 것 같으니까." "오오, 그게 자격 요건이야? 그럼 또 지원서 낼게! 저번엔 거의 백지 상태로 냈지만 이번엔 쓸 게 꽤 많겠는 걸! 나이가 있어서 귀엽진 않겠지만 듣는 거, 웃는 거, 그 두개는 누구보다 자신있어!" "선생님도 꽤 귀여워요." "……." 두근- 두근-. 아, 안 돼. 또 가슴이… 그래도 이번엔 빠르게 의식한 덕분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았다. 아무리 시카마루라고 해도 상대는 10대. 이런 건 이상하다. "내가 아무리 시덥잖은 얘기를 해도 언제나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 내 시시한 농담에 일일이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 현재 내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 선생님밖에 없어요." 두근- 두근- 두근두근- 무리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감출 수 없다. 뜨거워진다. "…귀여워." "!" 벽에 기댄 채, 지금쯤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내 얼굴을 시카마루가 가만히 응시한다. 나른한 눈빛.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데, 내 마음의 상태는 너무나도 다르다. "선생님." "?" 녀석이 가까이 오라며 손짓한다. 뭐지. 왜 오라는 거지. 그 짧은 순간에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잔뜩 긴장한 상태로 주춤주춤 다가간다. 반대쪽에서부터 좀 더 내게로 다가오는 녀석.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그리고- "키스해도 돼요?" 두근- 두근- 쿵-. 빠르게 뛰어대던 심장이 돌연 멈추어 버린 듯 조용해진다.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다. 상대는 제자. 하지만 시카마루라면… 그래, 시카마루라면… 괜찮… (질끈)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데, 두 눈을 감자 마자 따뜻한 손이 뒤통수를 감싸온다. 그리고- 그리고- "응…음……." 숨이 부족하다. 머리가 멍하다. 키스할 때 어떻게 숨을 쉬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음…음…! 으으음…!" 퍽퍽 어깨를 때리자 비로소 멀어진다. 떨어졌는데도 열은 그대로. 아직도 감각이 남아 있다.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하… 하아… 하아……." "어른 주제에 여유가 없잖아요. 괜찮아요?" 다정하게 물어오지 마. 아니, 아무것도 말하지 마. 지금은 위험하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카마루의 손길을 피한다.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너무 귀여운 모습 보이지 마요… 그러니까 오히려 이쪽이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요." "……." "내가 비밀 하나 말해줄까요?" 움찔- 무의식중 소리없이 닿아온다. 시카마루가 내 손을 부드럽게 움켜쥔다. 그 방법이 평범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도록 잡고 있다. "전 학교에 다닐 때부터 저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에 다른 아이들에겐 향하지 않는 무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에…" "처음에는 어떤 건지 몰랐어요. 줄곧 신경쓰였죠.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아빠와 엄마의 특별한 신호 덕분이었어요." 부비적-. 녀석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내 손바닥을 살살 어루만진다. 작은 마찰인데도 일일이 내 고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따금씩, 아빠가 엄마의 손을 이런 식으로 만질 때가 있어요. 주로 장기간 임무를 떠나기 전에요." 부비적- 부비적-. "그야,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는 말할 수 없겠죠-. 물론 저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런 말." 시카마루의 말이 끝나고 틈이 생길 때 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침묵이 찾아온다. 겨우 손끝이 마찰하는 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멈춘 줄 알았던 내 심장도 쿵쿵쿵 북을 치는 것처럼 빠르게 뛰어댄다. "선생님의 눈, 계속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거죠? …'너랑 자고 싶어'." 꽈악-. 내가 손을 빼려는 순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시카마루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움직일 수 없다. "전 그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몰라요. 이제 겨우 12살인걸요." 내 손끝이 녀석의 뺨에 닿는다. "하지만…" 쪽-. 조금 전의 감각이 아직 남아있는 손바닥에 이번에는 따뜻한 입술이 닿았다가 멀어진다. "기뻤어요." 스르르, 천천히 손과 손이 멀어진다. "아까부터 눈을 마주치지 못하시네요." 아-. 이대로 가다간 분명- "선생님, 지금도…" 분명- "나랑 자고 싶어요?" 빠져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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