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길을 걷다 우연히 시카마루와 마주쳤다. 아카데미 졸업식 이후로 녀석의 얼굴을 보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반가움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다가가니, 녀석이 슬쩍 뒷걸음질을 친다.

 "뭐야, 그 잠깐의 침묵은! 너어, 방금 속으로 '또 귀찮은 사람 나왔네'라고 생각했지?"

 "안 했는데요."

 "한 거 다 알아!"

 녀석의 목을 끌어안아 헤드록을 시전한다. 건방지긴 하지만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내게는 녀석이 아카데미에 다닐 적부터 줄곧 귀찮게 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벌이다, 요놈!"

 팔을 풀지 않은 채 그대로 녀석의 몸을 끌어당겨 뺨에 뽀뽀를 한다. 쪼오옥-. 하는 다소 경망스러운 소리와 함께 녀석이 필사적으로 나를 밀어낸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봐주기로 할까.

 "어디 가는 중이야? 얼굴에 평소 이상으로 귀찮음이 나와있던데."

 "이 시간에 어딜 가겠어요? 임무예요, 선생님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는 시시한 D 랭크 임무요."

 "오오, NEW 이노시카쵸의 결집인가! 힘내라!"

 "네, 네… 선생님은 괜한 일로 기운 빼지 마세요. 만약 제가 매일 선생님처럼 하이텐션이었다면 진작 몸살에 걸렸을 거예요."

 "걱정해주는 거야? 기쁜걸-. 몇 번이나 생각했던 거지만 시카마루는 언제나 귀찮아하긴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상냥하다니까."

 "딱히 상냥한 게… 끄응… 괜한 말을 했네……."

 "하긴, 옛날에 시카쿠 선생님께서도 그러셨지! 언제나 졸린 눈을 하고 계셨지만 우리들을 제대로 보고 계셨어."

 "뭐야… 우리 아버지랑 친하세요…?"

 "딱히 친하다고 말할정도는 아니지만 선생님이 어렸을 때 종종 뵙곤 했어. 참고로 선생님은 네가 갓난아기 때 이불에 싸여 있는 널 안아본 적도 있단다!"

 "……."

 뭐지, 이 완전히 질린 듯한 표정은? 입은 '엑'상태에서 멈춰 있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귀찮음을 넘어서 질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

 "아기였을 때 시카마루 진짜 귀여웠어. 뭐, 지금도 귀엽지ㅁ… 잠깐!"

 스윽 하고 그대로 날 지나쳐 가려 하는 시카마루의 팔을 서둘러 붙잡는다. 평소 이상으로 찌푸린 얼굴에 웃는 얼굴을 들이대기 뭐하지만 뭐, 그것은 익숙해져 있는 일이다. 능청스레 녀석에게 한쪽 뺨을 내민다.

 "가끔은 너도 선생님한테 뽀뽀해줘-. 해주기 전까지 안 놔줄 거야-. 계속 귀찮게 할 거다-."

 "당신이 끔찍이 아끼는 나루토나 사스케에게도 그런 일은 안 시키시면서 왜 저한테만 그러시는 거예요? 제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요?"

 이 녀석, 화난 건가? 오랜만이라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평소에는 화내는 것 조차 귀찮아서 그냥 그러느니 넘어가는데.

 "재밌지만 딱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야. 다른 애들처럼 귀여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시카마루 넌 어려도 왠지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으니까 평범하게 기쁘다구. 너도 알다시피 선생님이 인기가 없어서 외롭잖아. 이런 때가 아니면 남자에게 뽀뽀 같은 걸 언제 받아보겠니."

 반 농담 반 진심의 슬픈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며 말하고는 시카마루의 표정을 살핀다. 화는 안 난 듯하지만 여전히 눈썹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건…(중얼)"

 "뭐라고? 안 들려."

 "알았으니까, 그런 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말해요! 여긴 큰길 한 가운데라고요!"

 "에, 뭐야, 시카마루 혹시… 부끄러워…?"

 "………"

 고개를 모로 돌린 채 말이 없는 시카마루. 진짜인가… 왠지 내쪽도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녀석의 말대로 나는 대로 한변에서 뭘하고 있는 거지… 아니, 언제나의 일인데… 역시 이 녀석은 나루토나 사스케와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그럼 다음에는 조용한 곳에서… 라는 말로 침묵을 깨려다 속으로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그건 어떻게 생각해도 선생님이 제자에게 꺼낼만한 말이 아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질 않은가. 하지만 달리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그만 놔주세요."

 "아, 응, 미안. 임무 열심히 하도록 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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