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귀찮아도 싫은 것은 피하거든요."
"그렇겠지. 선생님은 언제나 시카마루에게 거부당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오늘은 임무 수행이 유독 힘들었다고 하던데, 귀찮음에 피곤함까지 더해져 있는 상태라면 어떨까." "약해져 있는 제자를 괴롭히다니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보다 어째서 당신이 우리 아버지랑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예요?" "어이, 아들. 엄마가 들으면 오해하겠구나. 임무 끝나고 한 잔 하던 중에 마침 네 선생님도 그러려고 하기에 옆에 앉으라고 한 거야. 네 얘기도 들을 겸 말이야. 내가 보기엔 아스마 다음으로 널 가장 생각해주는 선생님 같은데, 방금 전 그 건방진 태도는 뭐냐? 고치지 않으면 (엄마에게) 혼날 줄 알아라." "그, 그냥 싫은 걸 싫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잖아요. 그렇잖아도 피곤해 죽겠는데 좀 봐달라고요. 아, 정말 귀찮아…!" 시카쿠 선생님께서 아실 수 없도록 후후후 하고 웃자 그런 나를 보고 시카마루가 인상을 쓴다. 그런 녀석에게 한술 더 떠서 보란듯이 혓바닥을 빼꼼 내밀며 메롱을 한다. 그렇잖아도 찌푸리고 있는 미간이 더욱 좁아지더니, 녀석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술집의 의자는 높은 편이고, 시카마루는 아직 키가 작아서 앉을 때 손으로 거들어야만 한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지만 참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사모님께서 보내셔서 온 거야?" "아뇨, 오늘 엄마는 친구들이랑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나가셨어요. 그래서 제가 대신 밥을 만들었는데 아버지가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니까 분명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와본 거예요." "옳지, 옳지. 하려면 예의 바르게 잘 대답할 수 있잖냐." 나른한 목소리의 시카쿠 선생님이 내 등 뒤로 손을 뻗어 아들의 머리를 다소 거친 느낌으로 쓰다듬는다. 신장 만큼 팔도 길어서 중간에 끼어 있는 내가 조금도 방해되지 않는다. 지금은 이렇게 작은 시카마루도 머지않아 시카쿠 선생님 만큼 키가 커지겠지. 아마 눈 깜짝할 사이 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생각하니 설레이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뒤에서 허리를 꼬옥 끌어안는 그 느낌이 상당히 그리울 것 같다. "시카마루 요리도 할 줄 알아? 기특한 걸! 선생님이 칭찬해주는 의미로 뽀뽀해줄게-. 우우-." 아까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 때문인지 시카마루가 피하지 않고 다만 얼굴을 찡그리며 내게 뽀뽀를 받는다. 사모님에게 혼나는 것이 정말 무섭긴 한가보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서 장난스레 한 쪽 뺨을 꼬집자, 녀석이 체념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쉰다. "인상 좀 펴라, 좋으면서 뭘 그래?" "싫다고 말한지 1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잊어 버리셨어요?" "시카마루." 시카쿠 선생님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는 이따금씩 무섭게 들려오기도 한다. 그가 조금 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시카마루가 알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면서도 또 인상을 쓴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메뉴판을 신경질적으로 확 펼치더니 점원에게 스콘부(다시마 초절임)를 주문한다. "그거 정말 좋아하는구나. 맛있어?" "딱히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 떼우기로는 딱이예요." 먹을 때까지 귀찮음이 풀풀 풍겨오는 시카마루를 보고 있자니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쓴웃음이 지어진다. 식초 냄새가 강한 음식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시카마루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맛 외에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대답이 정말 시카마루답달까 뭐랄까, 얄미웠던 녀석의 귀찮음증이 점점 귀여워보이기 시작한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