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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접수대의 업무도 없는 날인데 아카데미의 일이 끝자마자 히루젠 님께 불려서 C 랭크의 단독 임무를 받게 되었다. 단기간이지만 오랜만에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짐을 꽤 넉넉이 챙겨서 무거워진 가방을 메고 마을의 입구를 지나던 중, 귀가중이던 7반과 마주쳤다. 세 사람 역시 임무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임무라고 해도 가까운 숲에 있었던 모양이지만, 고생을 했는지 하나같이 꾀죄죄한 모습이다. 그 와중에도 빛나는 사스케의 외모는 가히 놀랍지만… 새삼 안타까우면서도 뿌듯한 기분이 든다. 내게 달려들어 안기는 나루토,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사쿠라까지, 이 세 아이들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지만 자신의 아이를 바깥에 내보낸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달까. "고생하셨습니다, 하타케 상닌." 나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세 사람의 뒷쪽에 서 있는 그들의 상사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그가 내게 묻는다. "오늘은 접수대 업무 대신 외부 임무를 나가는 거야?" 한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나머지 한손으로 작은 책을 쥐고 있는 평상시의 여유로운 모습이다. "예. 저어, 아이들이 꽤나 고생을 한듯 보이는데 잠시만 상태를 살펴도 되겠습니까? 저도 서둘러야 하니 5분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좋을대로 해." 괜찮다며 만류하는 나루토와 아이들을 잠시 나무 밑 그늘에 앉혀두고 차례로 상태를 확인한다. 겉으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역시나 여기저기 잔상처가 말이 아니다. 다행히 인술을 사용하면 약속했던 5분 내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자, 사스케. 토시 벗어 봐." 나루토와 사쿠라를 봐준 뒤 처음부터 가장 신경쓰였던 사스케의 팔을 확인한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스친 것 같은데 꽤나 깊이 파고들어갔다. 셋 중 가장 침착한 녀석이라 속으로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원인은 천방지축 나루토라는 것 같다. 둘이 같이 넘어진 모양인데, 사스케가 밑에 깔려서 정작 발을 헛디딘 나루토는 멀쩡하다. 그렇잖아도 나중에 한소리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스케의 상처에 집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나루토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카카시 선생님은 카피가 주특기잖아요? 선생님의 치료 인술은 카피해서 쓸 수 없는 거예요?" "음, 전혀 안 돼-. 치료 인술엔 젬병이거든." "선생님이 못하는 것도 있구나-." "선생님도 사람이란다." 대체 이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두 사람 다…! 속으로 생각하며 입술을 잘근거리노라면 그런 내 기분을 읽은 듯 사스케의 손이 내 팔을 살며시 붙잡는다.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자신에게로 살짝 잡아당기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저들을 신경쓰지 말고 집중해서 빨리 끝내라는 의미다. 그야 나루토나 사쿠라의 앞에서 볼품없는 모습은 보이기 싫겠지. 나도 녀석의 기분을 읽고서 더욱 정신을 집중한다. 이윽고 찢기고 벌어져서 피가 나던 살갗이 완전히 아물고 사스케가 자신의 팔을 거둔다. 바닥에 벗어놓았던 토시를 건네주려는데, 문득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짝 하고 내 귀를 때린다. 아직도 얘기하고 있는 건가, 저 두 사람. "그치만! 이상하잖아요! 온갖 술법이란 술법은 다 쓰면서 치료 인술 하나만 못한다니! 그건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 아니예요?" "나루토~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니? 아직 보고서를 내러 가야 하는 일이 남아 있으니까 괜히 기운 빼지 말려무나-." 쭈욱쭈욱 하타케 상닌이 나루토의 볼을 양쪽으로 잡아당기고, 나루토는 곡소리를 내며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그렇게 투닥거리는 둘을 조금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사스케의 손이 닿아온다. 토시를 돌려받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쪽-. 녀석이 내 손가락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자신의 토시를 가져간다. 두 남자가 투닥거리고 사쿠라가 그것을 말리는 사이,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주변이 소란스러운 와중에 홀로 침착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토시의 버클을 채운 뒤 몸을 일으키려는가 싶더니, 나와 얼굴이 가까워지는 순간 자연스레 내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는 멀어진다. "다녀왔어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일순간 묘한 느낌이 솟구쳤다가 사라진다. 심장의 고동이 이상할 정도로 느려지는가 하면 갑자기 빠르게 뛰어대며 얼굴이 뜨거워지고, 저도 모르게 녀석과 닿았던 손가락을 멍하니 내려다 본다. 아직 조금 전의 여운이 남아있다. "그만 가자, 천둥벌거숭이." "아, 치료 끝난 거야? 그럼 선생님, 저흰 이만 가보…" 나루토가 말끝을 흐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붉어진 얼굴을 감춰야만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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