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하지 마요'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는 있는데.

 눈빛이 무서운 것치고는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는 사스케를 이대로 계속 만져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살짝 츤데레 기가 있는 녀석이니까 이것도 그런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오늘 임무도 잘 해냈구나. 수고했어."

 복도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호카게님께 보고서를 내러 간 상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같다. 임무가 끝나고 바로 수행이라니 역시 혹독하구나. 어른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직 어린아이인 녀석은 어떨까. 몸이야 아직 팔팔하겠지만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것이다.

 "있지, 사스케."

 "?"

 의자에 앉은 녀석보다 자세를 낮추어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는다. 언제나 내려다보던 얼굴이 밑에서부터 바라보니 조금 색다르게 보인다.

 "선생님의 부탁 하나만 들어주지 않을래?"

 "무슨…?"

 "실은 오늘 선생님도 아카데미에서 잔업을 처리하느라 저녁밥도 못 먹고 다시 출근한 참이거든. 좀처럼 의욕이 안 생겨서 말이야. 조금 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고생하셨어요' 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주라."

 "하?"

 내 말에 당황스러웠는지 잠시 머뭇거리던 사스케가 곧 내게로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손길. 이어서 들려오는 녀석의 차분한 목소리는 마음을 녹인다.

 "고생하셨어요."

 아아, 역시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언제든 기분좋다. 조금 전에는 그냥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이었지만 생각해보면 혼자 생활하면서 줄곧 이 따뜻함이 그리웠던 것 같다.

 "고마워, 이제 됐…"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가 시야에 들어오는 사스케의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내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있는 소년.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옛날 그 순간처럼,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눈동자와 함께 시선을 빼앗는다.

 "선생님?"

 아니, 아니다. 속으로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몸을 일으킨다. 두 사람은 닮은 듯하지만 닮지 않았다. 단지 내 마음이 그리운 형상을 쫓고 있을 뿐이다.

 "고마워, 사스케. 덕분에 힘이 났어."

 "…아뇨."

 내게서 분위기의 변화를 느꼈는지, 사스케가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선생님."

 "응?"

 "손이 차갑던데, 뭔가 따뜻한 거라도 마시지 그러세요?"

 "아, 그럴까나. 고마워."

 시시한 부탁을 들어주고 걱정까지 해주다니. 평소에는 숨겨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녀석의 상냥함을 보곤 웃음을 짓는다.

 "다음에 만나면 같이 뭔가 맛있는 걸 마시러 가자. 선생님이 쏠게."

 "기분이 내키면요."

 그리고 이렇게 퉁명스런 대답을 하는 것이 평상시의 우치하 사스케란 녀석이다. 어떤 모습이라도 매력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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