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제자가 마침 이상형의 얼굴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지 뭘. 사스케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니까. 푸른빛이 도는 흑발, 하얀 피부, 찢어진 눈매… 어머나, 뭐야 이 얘는! 완전 내 취향이잖아! 과연 나뭇잎 마을의 검은 마약! 캬아, 좋다! 좋아!"

 "……."

 못말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녀석이 손에 쥐고 있던 음료를 마신다. 여느 때와 같이 벤치 앞에서 만나 모처럼이니 나란히 앉아서 수다를 떨게 되었다. 늘 그렇듯 말하는 것은 거의 내쪽이지만.

 "일전에 시카마루랑 이상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시카마루가 선생님의 이상형이란 건 사스케의 모습에 나루토의 성격이 아니냐고 하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 두 사람을 반씩 섞으면 딱인 거 있지! 그런 남자가 정말 존재한다면, 선생님은 사랑의 노예가 되어 영혼까지 바칠 수 있어! 햐아-.(반짝반짝)"

 "푸웁-. 케헥! 케헥!"

 "엣, 괜찮아?"

 주스를 마시던 사스케가 갑자기 사래에 걸려서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기침을 한다. 내 얘기가 그렇게 당황스러웠나. 서둘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내가 닦아주어도 좋지만 역시 응석부리는 일이 없는 녀석이다.

 내게서 손수건을 받아 입을 닦은 뒤,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깨달았는지 사스케의 표정이 변한다. 조금 놀란 듯한 눈빛이다.

 녀석이 구겨져 있던 손수건을 반듯하게 펴자, 그 가운데로 자수가 드러난다. 부채의 형상으로 선명한 붉은 색과 하얀색이 대비되는 그림. 우치하 일족의 상징인 문양이다.

 "이 손수건 어디서 나셨어요?"

 "어? 어어, 주웠어."

 "이건 옛날에 우치하 일족의 본거지 내에서만 만들어지던 손수건이예요. 지금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죠. 그 만큼 오래 됐다는 얘긴데, 그때 주운 것을 지금까지 이렇게 깨끗하게 간직하고 있다고요? 뻔한 거짓말은 그만둬요."

 "미, 미안. 실은 친구한테 받은 거야. 우치하 일족은 그런 물건 하나라도 멋대로 외부에 반출할 수 없잖아. 비밀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라면서, 사스케가 갑자기 사래에 걸리니까 나도 모르게 감춰야만 하는 물건을 당당히 꺼내 버렸다. 역시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보단 집에 고이 모셔두는 편이 좋았나.

 "어차피 이제 규율을 지킬 사람도 없어요. 딱히 상관없잖아요."

 "아… 그런가……."

 그러고보니 사스케는 일족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 내게 일족의 비전인 호화구의 술을 알려주기도 했었지. 이젠 너무나도 덤덤해진 녀석의 표정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좀처럼 과거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미련함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소중한 사람이었나봐요."

 "응, 뭐어 그런 거지. 하하하. 부끄럽네."

 "날 처음 봤을 때 밉지는 않았어요?"

 "밉지 않았냐니, 어째서?"

 "선생님의 소중한 사람도… 그… 이타치에게…"

 "아, 아, 아니야, 아니야. 그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전 임무 중에 사망했어. 설령 이타치에게 죽었다고 해도 사스케와는 상관없지."

 "그때 소중한 이를 잃어 버린 사람들 중에는 내가 이타치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날 미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스케는 마을의 영예이니까 적어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생각이 짧았구나."

 그 사람들의 기분은 이해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구미에 의해 가족을 잃고나서, 나루토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녀석을 멀리했었다. 그러던 중 이루카가 나루토의 담임이 되면서 녀석과 가까워지고, 나 역시 머지않아 잘못을 깨닫고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나는 언제나 아픈 손가락인 나루토만을 감싸왔다. 사스케는 굳이 내가 신경써주지 않아도 혼자서 뭐든 잘해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일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녀석에게도 좀 더 신경을 썼을 텐데, 좀 더 자주 돌아봤을 텐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

 "아니라면 됐어요. 그보다 이건 어떻게 받게 된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해도 일족의 물건은 외부인에게 함부로 선물하거나 할 수 없었는데."

 "받았다고 할까, 빌렸다고 할까, 선생님이 넘어져서 손을 다쳤었는데, 그 사람이 이걸 감싸주었어. 그리고… 그 뒤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서… 결국 내가 갖게 된 거지 뭐.(긁적긁적)"

 "전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겠어요. 분명 그 사람도 선생님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을 거예요."

 "아니, 나도 그랬음 정말 좋겠는데. 그 사람은 원래부터 워낙 상냥한 아이였던지라…"

 "내 말 믿어요. 그 일이 들켰다면 최소 2시간 정좌 자세로 잔소리를 듣게 되었을 텐데, 아무에게나 주었을 리 없잖아요."

 문득 사스케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번진다. 어렸을 때 그랬던 적이 있는 건가. 무엇을 반출하려다 어떻게 들켜서 혼난 건지 궁금해서 묻고 싶지만, 지금은 이대로 좀 더 추억을 떠올리게 내버려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으음, 이 손수건은 우치하의 것이니까 사스케에게 돌려줘야 옳은걸까나."

 "아뇨, 선생님이 계속 가지고 계세요. 제게는 그저 일족의 옛 물건일 뿐이지만, 선생님에게는 그 정도의 물건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주스 따위를 닦는데 써서 미안해요."

 사스케가 내게 손수건을 돌려주며 마른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나도 그 만큼의 쓸쓸함이 담긴 쓴웃음을 짓는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아픔도 공허한 웃음이 되어서 이렇게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것이 새삼 너무나도 애달프게 느껴진다.

 "그런데 선생님."

 "?"

 "제 얼굴… 혹시 그 사람과 닮았나요?"

 "응, 얼굴도 그렇고 머리색깔도 거의 똑같아. 단지 성격이 정반대랄까, 그 사람은 나루토랑 비슷해서 옛날에 하타케 상닌에게 '보류'라는 꽤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렸었거든."

 "ㅍ하하하하핫!"

 잠깐, 나 사스케가 이렇게 크게 웃는 건 처음 보는데… 지금의 사스케는 그때의 하타케 상닌과 완전히 같은 포지션이니까 아마도 공감이 가는 거겠지. (…) 그렇다고 해도 너무 크게 웃는 거 아닌가.

 "서, 선생님의 첫사랑이야. 그렇게 비웃지 말아줘."

 "아, 그래요? 미안해요. 저도 일족의 어른을 이렇게 비웃어서는 안 되는 건데… 우리 일족 안에도 나루토 같은 천둥벌거숭이가 있었다고 생각하니…(웃음 꾹)"

 피식-. 문득 웃음이 튀어나와 손으로 입을 가린다. 아무래도 사스케의 웃는 얼굴을 보고 전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오비토에겐 미안하지만, 일단 나오는 웃음은 참지 않기로 할까.

 "ㅂ하하하하핫! 생각하니까 정말 웃기네! 사스케의 얼굴에 나루토의 성격이라니! 우치하 나루토! 아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핫-…"

 오랜만에 폭소가 터져서는 허벅지를 짝 내리친다. 사스케도 옆에서 배를 부여잡고 웃고 있다. 웃음이 멎고나서 둘이 똑같이 눈물을 닦는데, 그 상황이 또 웃겨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 안 돼, 안 돼! 나루토처럼 말하면서 코를 파는 사스케의 모습 따윈 상상하면 안 돼! 앗! 엇! 음! 흠! 좋아! 이제 안 웃는다!"

 "정말이지… 선생님이랑 있으면 바보 같은 얘길 하더라도 웃지 않을 수가 없어요… 나까지 머릿속이 이상하고 웃긴 상상으로 가득해질 것 같아요… 하하핫……."

 "그럼 앞으로 좀 더 자주 얘기하자. 선생님은 사스케의 웃는 얼굴이 계속 보고 싶어."

 "……."

 침묵 속, 사스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녀석의 쓴웃음이 비내리는 내 마음을 차가운 손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 문을 열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그러면 이 건너편으로부터 들려오는 이 작은 소리 조차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렵다.

 "한 번쯤은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할게요."

 "?"

 "언제나 고마워요 선생님… 그리고… 착한 제자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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