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나니 나른한 기분이 든다. 이럴 때는 잠을 깨기 위해 무언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생각에, 외출하셨던 아주머니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빨래를 개두기로 했다. 거실에는 토도마츠와 나 뿐이었고, tv에서는 최근들어 유명해진 어느 토크쇼가 방영하고 있었다. 게스트들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그리고 그 이상의 사람이 해주었으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에 뺨에 키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던가, 약속장소에서 만날 때 뒤에서 몰래 다가와 안아줬으면 좋겠다던가…….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우리 두 사람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됐다.

 “넌 어떤데? 남자가 어떻게 해줬으면 해?”

 “나는 말이지…….”

 조금 부끄러웠지만, 나는 능청스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매일 귀에 대고 무언가 나지막이 속삭여줬으면 좋겠어.”

 “하?”

 토도마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뭐야, 그게. 귀찮지 않아?”

 “귀찮지 않아.”

 내게도 이상형은 있고, 평소 눈여겨 보고 있는 연예인 또한 있다. 하지만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별개. 무언가 달달한 상상을 할 때는 내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덧붙여 이 집의 남자들은 모두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

 “그런 건 딱히 연인이 아니라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토도마츠가 말했다.

 “응?”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다음 날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일어나.” (속닥)

 “산책 가지 않겠나.” (속닥)

 “밥 먹었어?” (속닥)

 “형이 불러.” (속닥)

 “야구하러 가자.” (속닥)

 “키스할까.” (속닥)
 토도마츠 이 자식, 그걸 말해 버리다니!!! 다들 완전히 날 놀리고 있잖아!!! 내가 원했던 거긴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닥치면 곤란하다고!!! 특히 마지막 거 뭐야?!!! 다른 것보다 레벨이 훨씬 높지 않아?!! 엄청 위험하지 않아?!!

 그렇게 속으로 외쳤지만, 그 이후로도 나는 종종 같은 이유로 심장에 위협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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