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도 내릴 수 없는 뜨거운 열. 이제는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는 지독한 열. 눈을 깜빡일 때 마다, 손끝을 움직일 때 마다 세상이 흔들린다. 마치 악몽을 꾸듯이, 모든 것이 흐리고 왜곡되어 보인다.

"제발 아프지 마…"

 남자아이의 앳된 목소리. 그리운 기억이 떠올라,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오소마츠…"

 나를 어루만지던 손, 따뜻한 체온. 눈을 떠보면, 언제나와 같은 방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내가 기억하는 그 남자아이가 아니다. 그때보다 훨씬 커다란 손이 내 뺨을 감싸고 있다. 잔잔한 호수의 수면처럼 우울함이 비치는 두 개의 까만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다.

 "토도마츠… 혹시… 그때…"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고 싶은데, 할 수가 없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토도마츠가 먼저 내 손을 붙잡는다. 부드럽게, 그러나 너무 약하지 않게. 그렇게 자신이 곁에 있음을 내게 한 번 더 일깨워준다. 걱정 마. 어디에도 가지 않을게. 마치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서 헷갈리나본데, 네 추억은 내가 아니라 형이야. 난 그중에 극히 일부일 뿐이지."

 "……."

 평소와 같은 조금 차가운 말투. 그러나 토도마츠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 씁쓸함이 느껴지는, 그 어느때보다 상냥한 웃음.

 "그래도 고마워…"

 "말 안 해도 안다니까."

 그는 내게 천천히 다가와 이마 위에 키스를 한 뒤 내 손을 자신의 뺨으로 가져갔다.

 "나… 언제나 네가 형과 각인할까 봐 불안해하면서도, 이렇게 괴로워하는 네 모습을 볼 때 마다 생각해. 차라리… 빨리 해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너를 낫게 해줄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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