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내가 그런 것까지 너한테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너한테는 프라이버시라던가, 델리커시라던가, 그런 게 없는 거야?!! 성적 취향?!! 진짜 적당히 좀 해!!!”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거 없잖아─. 그냥 서로 알고 지내자는 건데 뭘─. 지난번 성탄절 때처럼 AV를 선물할 때라던가, 기왕이면 상대방의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게 좋지 않겠어─? 가르쳐줘, 가르쳐줘─.”

 토도마츠는 나를 향해 콱! 하고 입술을 깨물며 무언의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능청을 떨던 나는 움찔- 하면서도 다시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었다. 같은 방에 카라마츠가 있었기에 조금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좀처럼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시스터는 날이 갈수록 짓궂어지는군. 막둥이를 놀리는 게 재밌다고 해서 너무 그렇게 괴롭히지 마라. 부끄러워하고 있지 않나.”

 “쿠소마츠형은 입 다물고 있어!!!”

 토도마츠가 소리쳤으나 카라마츠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손에 거울을 쥔 채 앞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이치마츠에게 그렇듯 토도마츠의 날카로운 언사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그였기에 그 정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평소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던 그는 그제서야 거울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우리 쪽을 돌아보았다.

 “애당초 토도마츠의 취향은 굉장히 YOUNG & FRESH하니까 말이야, 그다지 남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탁!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말에 발끈하며 탁자를 힘껏 내리치더니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라는 거야, 이 형이 지금!!!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로리콤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터무니없는 취향을 가진 형한테 만큼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뭣하면 여기서 다 까발려줄까?!! 형이 보는 AV가 대부분 억지로 XXXX하고 XX하는 거라고!!!”

 “토, 토도마츠!!! 스탑!!! 거기까지다!!!”

 카라마츠가 황급히 만류했으나 토도마츠는 도리어 그를 딱 가리키며 온 동네에 울려 퍼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 둘째 형, 마츠노가의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는 레○프물을 좋아합니다!!! 전국의 여성들은 이 남자를 주의해주세요!!!”

 “톳티─?!!”

 그렇게 잠시 집안이 떠들썩해졌고, 나는 소란이 잦아든 뒤에 비로소 토도마츠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소마츠형은 성숙한 여성을 좋아하지. 굳이 덧붙이자면 이렇게…… 풍만한 느낌의 누님의 품에 안겨서 말야, 뭐랄까, 자극적이기보다는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하는 거…… 그런 게 취향이야, 아마도. 옛날에는 형도 나처럼 교복 같은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했었는데, 이제 어린애들은 동생의 친구들을 보는 것 같아서 별로래. 동갑인 주제에 그런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고는 어느 순간 노선을 갈아타더라고. 카라마츠형은 아까 다 말했으니까 넘어가고.”

 “해명해주지 않는 거냐?!”

 …

 …

 …

 “쵸로마츠형은 성인잡지나 AV를 꽁꽁 숨겨두고 혼자 보니까 잘 모르겠지만, 특별히 취향이랄 건 없는 것 같아. 단지 형제들끼리 AV 볼 때 반응을 보면…… 성숙한 타입보다는 귀여운 타입을 좀 더 좋아하고, 남녀가 하는 행위보다는 여성의 이미지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야. 표정이라던가, 복장이라던가, 머리카락의 흩트러진 모양, 손의 위치…… 그런 거.”

 “아이돌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여성의 몸을 하나의 아트로 보는 게 아니겠나.”

 …

 …

 …

 “이치마츠형은 옛날부터 워낙 AV를 봐도 무감각했으니까 처음엔 ‘불가능자……?’ 라던가 ‘동성선호……?’ 라던가 여러 가지로 걱정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형의 취향이 조금 하드코어하잖아. 그냥 자기 장르(?)가 아니라서 시시해하는 거였어. 성인잡지는 대부분 수인물이지만 그건 성적취향이라기보다는 그냥 귀여워서 보는 것 같고, 눈요기 이상의 의미는 없어. 뭔가 철컹철컹하고, 철썩철썩하고, 꺄아꺄아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면…….”

 “웨이트다, 톳티. 이치마츠의 인격보호를 위해 거기까지만 하도록 해라.”

 …

 …

 …

 “쥬시마츠형은 앞에서 얘기했던 것과 반대로 서로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는 느낌의 달달한 분위기를 좋아해. 꼭 끌어안으면 부러질 것 같은 가녀린 여성이 상대방을 위해 참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은 거야. 어찌 보면 이것도 괴롭힘이지만…… 뭐, 그 정도는 평범한 남자라면 누구나 생각하지 않겠어? 강○마츠형이나 SM마츠형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

 “톳티!!! 그 부르는 법은 위험하다!!! 자칫하다간 경찰이 달려올 수 있으니 그만둬라!!!”

 …

 …

 …

 “그리고 나는 검은 욕망으로 칙칙하게 물든 형들과 다르게 하트가 뿅뿅 솟아하는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좋아. 어느덧 앞여밈이 타이트해진 교복차림으로 내 무릎에 앉아서, 손에는 졸업장 보관통을 쥐고, 나를 위로 올려다 보면서, ‘좋아해요, 토도마츠오빠.’ 라고…….”

 “토도마츠, 진정하고 거울을 봐라. 점점 범죄자의 얼굴이 되어가고 있다.”

 “형에게 듣고 싶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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