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합니다!!!"
"또 뭐야?" 갑자기 방으로 쳐들어와서 돈봉투를 내미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앞뒤정황도 없이 대뜸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오는 것은 아무리 드라이몬스터라 불리는 토도마츠라 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탁자에 기대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여유로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토도마츠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이번에 나온 한정판텀블러 사다 줘!" "하?" 매년 봄 스타버에서 출시되는 벚꽃시리즈. 분홍색의 여성스러운 디자인에 일본의 스타버에서만 구할 수 있어서 다른 것들에 비해 소장가치가 큰 텀블러이다. 여자는 한정판에 약하다고 했던가. 딱히 나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내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뜨거운 욕망정도는 있다. 그래서 이렇게 치사한 방법을 불사하는 것이다. "보나마나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릴 거 아냐. 내 것 미리 하나 빼놨다가 이 돈 넣어두고 오면 되잖아. 응?" "저번에는 브로마이드, 이번에는 텀블러야? 하여간 사람 부려먹는 데는 뭐 있다니까." "대신 맛있는 거 해놓고 기다릴게. 장담컨대 네가 돌아왔을 때 쯤에는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져 있을 거야." "기껏해야 야채볶음정도 밖에 못 만들면서 말은 잘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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