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방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신의 방에 들어섰을 때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방의 풍경이 시야를 가득채워서, 사태의 심각성을 오늘 깨달았을 뿐. 내 방은 나 혼자 사용하기에 충분하지만 커다란 물건을 몇 개 놓으면 금방 비좁아진다. 그래서 옛 물건을 정리해둔 가장 큰 상자를 형제들의 방에 맡겨놨다. 나는 정리하는 김에 버릴 것은 버리고 남겨둘 것은 남겨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상자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려는데, 문득 토도마츠가 나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내게 내밀었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작은 카미쿠마(종이곰). 어렸을 때 오소마츠가 내게 접어준 것이었다.
"으아… 큰일날 뻔했네." 나는 서둘러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토도마츠가 건네준 카미쿠마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고마워, 이거 나한테 무지 소중한 거거든." "알아." 안다고?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토도마츠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눈동자를 모로 굴리며 뜸을 들이던 그가 발걸음을 옮겨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렸을 때 네가 나한테 그걸 접어달라고 한 적이 있어. 난 못했지만."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마시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날 집에 가서 오소마츠형이 접어놓은 걸 보고 나름 궁리를 해봤는데, 쥐뿔도 모르겠더라고. 솔직히 말해서 난 종이접기의 ㅈ자도 모르거든." 나는 '나도 그래'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그런 학원을 다닌 적이 없고, 그런 책을 들여다보지도 않아. 매뉴얼 따위는 무시하고 뭐든지 자기 방식대로 접지. 내가 스스로 패턴을 알아내지 못하면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단 거야." "그래서 오소마츠가 가르쳐줬어?" "응." 그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뒤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햇살이 그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았다. 반대로 그의 등쪽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다음에 널 다시 만났을 때, 넌 이러더라. '이거 오소마츠가 접은 것 같지 않아. 귀도 짝짝이고, 이상해.'" "……." 접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지 웬 불평을. . . . 나는 때아닌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처음부터 나한테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 나는 진짜 오소마츠가 아니니까." 눈앞의 남자를 물들인 하얀 빛과 검은 그림자. 사람은 누구든지 그러한 이면을 가지고 있다. 무뚝뚝한 성격 뒤에 상냥함이 있고, 강한 표정 뒤에 연약함이 있다. 토도마츠도 예외는 아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