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내려앉은 저녁, 다른 사람들은 식사를 마친 뒤 모두 목욕을 하러 가고, 일찍이 집에 있는 욕실을 사용했던 나와 토도마츠만 남았다. 우리는 팝콘이 가득 쌓여 있는 커다란 컵을 하나씩 끌어앉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기로 했다. 앞으로 몇 분 후면 축구가 시작된다. 무려 한일전이다. 아무리 친선게임이라 해도, 양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토도마츠와 나는 어느 쪽이 이기느냐로 내기를 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손가락을 L자(Loser)로 만들어 서로를 야유하는 등 유치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래, 그렇지! 달려! 달려! 달려!!! 예쓰!!!" "안 돼!!!" 정말 안타깝게도, 선제골을 넣은 것은 일본팀이었다. 토도마츠는 영락없이 내게 L자 손가락을 내밀었고, 나는 분한 나머지 그의 검지를 콱 물어버렸다. 그래도 그는 계속 우우우~ 하고 약을 올렸다. 그래서 팝콘을 한 줌 크게 쥐어 그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도 떨어진 팝콘을 다시 주워 내게 던졌다. 말이 좋아 응원이지, 거의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머지않아 시합으로 관심을 되돌렸다. "가라, 가라, 가라!!! 비켜, 비켜, 다 비켜!!! 오예!!!" "아니, 왜 그걸 못 막는 거야!!!" 후반전이 반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우리나라의 동점골로 승부는 다시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나는 토도마츠에게 보란 듯이 엉덩이를 내밀어 손으로 짝 때리거나 허공에 발길질을 하거나 하며 그에게 받았던 야유를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렇게 온갖 유치한 짓을 해가며 각자의 팀을 옹호하고 서로 헐뜯었지만, 결국 그 날의 시합은 무승부로 끝났다. … … … 나중에 쵸로마츠에게 듣게 된 바로는, 그 날 모두가 집에 돌아왔을 때 즈음 우리는 난장판이 된 방에 널브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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