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재스민을 좋아해. 오렌지재스민, 함박재스민, 개나리재스민… 백화등도 좋고."
"백화등? 그건 뭐야?" "재스민과는 아니지만 그것과 향기가 비슷한 꽃이야. 꽃잎이 나선형으로 생겨서 바람개비꽃이라고도 해." "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인가, 이 집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식물에 대해 박식하구나." "아니, 아니. 나는 재스민에 대해서만 조금 알아. 나한테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꽃이거든." "특별한 의미?" "응." … … … "그러고보니 토도마츠는 형제들 중에서 쥬시마츠를 가장 잘 따랐었지.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거야?" 내가 묻자, 그는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는 '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맞아. 제법인데?" 꽃 하면 쥬시마츠이니 사실 답은 뻔한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렸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쥬시마츠형이 힘내라고 나한테 선물해줬던 게 재스민이었어. 당시에는 여자도 아닌데 웬 꽃이냐며 투덜거렸지만… 한 송이만으로도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그 향기를 맡고 있으니 마음이 금방 편안해지더라구. 지금 생각해보면 나쁜 길로 빠지려는 나를 형이 잡아줬던 것 같아. 본인은 별 것 아니라 말해도, 나한테는 참 고마운 일이지." 그래서 다른 형들은 무시해도 쥬시마츠에게만은 항상 고분고분한 거구나. ──전부터 무언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라고는 생각했었다. 토도마츠는 쥬시마츠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갈 때 (그가 괴물 같은 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그것을 뺏어들거나, 쥬시마츠가 기침을 하기만 해도 괜찮냐고 묻거나 하는 등 그를 굉장히 살뜰하게 살핀다. 겉으로는 당연한 일을 하는 듯 보이지만, 확실히 그러한 행동들은 쥬시마츠에 한정 된 것들이다. 지난번 술버릇에 대해 얘기할 때도 토도마츠는 '괜히 사람 속내를 들춰내서 괴롭히지마.'라고, 유독 쥬시마츠에 대해서만 내게 언질을 주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의 이야기이지만, 혹시라도 내가 쥬시마츠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면 톳티는 분명 나에게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도 멀어지겠지. "쥬시마츠는 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게 되고, 신경쓰게 되는 거야. …가끔 난 형에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눈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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